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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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시작. 


 하늘 아래 새로움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 창작자들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하는 그들. 고통 받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지금 완전히 새로운 것이 있을까. 먼저 길을 닦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자고로 공자 할아버지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1이라고.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는 뜻이다. 옛것에서 새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무(無)에는 이미 누군가의 작은 씨앗들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쉽게 보이지 않게. 그런 그것을 누군가 보고, 잘 심어서 싹을 틔워 유(有)를 창조한다고 할 수 있고. 미스터리 소설가들은 어떤가. 그들도 그렇다. 이미 많은 소재와 다양한 속임수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양 동화와 본격 미스터리의 어울림을 그린 작품이 보인다. 기발하다.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2라는 소설이다. 이 작가의 전작은 일본 전래 동화와 본격 미스터리의 만남이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일본 전래 동화보다 서양 동화가 더 익숙하기에 이 여행이 더 반가울 수밖에 없으리라. 


 여행길에서. 


 '"네 범죄 계획은 왜 그렇게 허술해?"' -60, 135쪽. 

 ''당신 범죄 계획은 왜 그렇게 허술해?'' -216쪽. 


 쿠키와 와인병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빨간 모자가 달린 빨간 망토를 입고 여행을 떠난 소녀. 일명 빨간 모자. 실로 명탐정이 아닐 수 없다. 1장 '유리 구두의 공범'에서 신데렐라를 만난 빨간 모자. 함께 호박 마차를 타고 가던  시체도 만나게 된다. 범인은 누구이고, 왜, 어떻게 했는가. 현장 부재 증명의 속임수가 있지만, 빨간 모자는 훌륭하게 사건을 해결한다. 2장 '달콤한 밀실의 붕괴'에서 헨젤과 그레텔의 새엄마는 과자집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밀실 살인이다. 빨간 모자는 이 또한 명쾌하게 풀어낸다. 3장 '잠자는 숲 속의 비밀들'에서는 살인자로 지목된 남자를 위해 사라진 목격자를 찾아야 한다. 빨간 모자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가진 비밀과 그 주변 인물의 비밀도 환하게 밝혀낸다. 그렇게 그 남자의 누명을 벗게 되고, 범인도 알게 된다. 최종장 '소녀여, 야망의 성냥불을 붙여라'에서 빨간 모자는 성냥팔이 소녀와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친다. 명탐정과 범죄자. 여행의 종착지에서 드디어 밝혀진 여행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빨간 모자의 대활약. 이 소설의 대미를 장식한다. 


 여행의 마무리. 


 우리는 아는 것에서 익숙함을 느끼고, 그것으로 편안함을 품는다. 이 소설에서 보인 '빨간 모자',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성냥팔이 소녀'는 우리에게 익숙하게 들린다. 그래서 처음에는 편안했다. 그런데, 그들이 비틀렸다. 착하고, 바른 얼굴만 있지 않았다. 익숙함 뒤에 이어진 그런 의외성. 씁쓸하기도 했지만, 로 인한 놀라움은 크게 다가왔다. 게다가 기상천외한 속임수가 담긴 수수께끼와 빈틈없는 논리로 하나하나 짚으며 보여주는 풀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빨간 모자가 남긴 여행의 발자국은 놀라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알게 된 작가. 우리를 그 새것으로 안내한 그는 가는 발길에 큰 놀라움을 더한 것이다. 이 새것도 지금은 알게 되어 앞으로는 익숙하고 편안해지겠지만, 그 앎으로 가는 길의 그 놀라움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무(無)에 담긴 쉽게 보이지 않고, 작은 씨앗. 그것을 잘 심어서 싹을 잘 틔우니, 이런 유(有)도 나오게 된 것이리라. 이제 작가가 앞으로 걸을 여행길에서 한 작품, 한 작품의 마지막에 뒤돌아볼 발자국도 아름답기를 소원해본다. 그러면, 그때마다 나도 그 여행의 동행자가 되리라.   





 덧붙이는 말. 


 겉표지 안 쪽에 특별 수록된 짧은 글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1. ≪논어≫의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2. 아오야기 아야토,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이연승 옮김, 한스미디어,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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