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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날 ㅣ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실종된 아이를 찾는 부모의 안타까움을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까. 아동 실종 미제 사건. 정말, 부모는 무겁고 짙은 암흑 속에서 헤매는 듯이 살고 있으리라. 이런 부모의 마음을 이어받아 절절하게 그린 소설, 《구원의 날》(2021). 이 소설이 나온 우리나라의 스릴러 소설 세상. 그 척박한 세상에서 꿋꿋한 걸음을 걸어가는 작가, 정해연. 《구원의 날》은 그녀가 이곳에서 빛나는 정성으로 빚어낸 것이다. 상실과 치유의 감동이 담긴 스릴러 소설로.
'"여보, 얘 그냥 돌려보내면 안 돼. 우리 선우 찾을 수 있어. 여보, 제발 부탁이야. 우리 선우 찾아줘."' -67쪽.
이선준, 장예원 부부. 3년 전, 이 부부의 아들 선우가 실종됐다. 엄마와 함께 간 불꽃놀이 축제에서. 아빠는 교통 사고로 입원해 있었고. 엄마와 아이의 손이 이어지지 않았을 때, 실종됐다. 아마 유괴를 당한 듯했다. 이에 엄마 예원은 죄책감에 무너져 가고 있었다. 아빠는 지쳐가고 있었고. 결국, 충동조절장애로 정신요양원에 입원하게 되는 그녀. 그런데, 그곳에서 실종된 선우와 똑같이 동요를 개사해서 부르는 신로운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관심받고 싶어서 자해를 했던 그 아이. 그렇게 그곳에 온 아이. 예원은 충동적으로 그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몰래 나온다. 선준은 그런 예원에게 아이를 다시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고 한다. 그때, 아이가 선우의 사진을 보고, 선우를 만났었다고 한다. 기도원에서.
'우리는 살면서 많은 손을 잡고, 놓고, 놓친다. 하지만 놓친 손은 다시 잡을 수 있다. 그걸로 우리는 용서하고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 결국 용서의 이야기다.' -'작가의 말' 중에서. (285쪽).
아이가 실종된 후 무너지고, 지친 부부. 애정과 관심이 결핍된 아이. 이들의 동행. 유괴된 듯한 아이를 찾기 위해 충동적 유괴가 된 상황. 그리고 이들이 아이를 찾기 위해 향한 곳, 사이비 종교 단체. 이 꼭짓점들이 긴장감의 실을 놓지 않는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예원의 행동이 처음에는 극단적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극단적 선택 시도도 했었고. 알고 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특히, 더 죄책감을 가져야 할 이유가. 선준의 교통 사고도 그의 잘못이 컸었고. 로운이라는 자폐 아이의 자해 행위도 엄마의 방치로 비롯됐고. 사실, 준비되고, 완벽한 부모가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부모와 아이. 그들은 가족 안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다. 실수든, 그것이 아니든. 사소하든, 그렇지 않든. 물론, 죄가 된다면 벌을 받아야 하지만. 이렇게 가족은 가장 가까운 가시이자, 날개다. 아프게 찌를 수도 있지만, 포근하게 안을 수도 있다. 로운은 예원의 손을 잡고 정신요양원에서 나온 이유가 '따뜻해서(94쪽)'라고 했다. 로운도 예원에게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용서와 함께. 우리는 손을 잡으면서 용서하고 용서받을 수 있다. 놓치면 다시 잡을 수 있다. 영화, <러브 스토리>(1970)에서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라고 했던가. 마찬가지로 가족은 용서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손을 잡아주면 되는 것이다. 따뜻하게. 그렇게 용서와 인간으로서의 이해를 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모두 스스로를 구원하는 날이 올 수 있었고.
작가 정해연은 이런 생각을 이 작품에 잘 녹여냈다. 우리나라 스릴러 소설이라는 작은 샘물에서 나온 이 소설. 이 감동의 감로수(甘露水). 잘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