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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있는 여름별장 매드 픽션 클럽
헤르만 코흐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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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예전에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고는 했어요. 옷차림과 표정, 그리고 말투, 행동 등으로 사람들의 안을 살짝 볼 수 있었지요. 그러다가 사람들의 이기심과 위선, 욕망을 보기도 했구요. 네덜란드의 한 작가도 사람들의 안에서 저와 같은 걸 봤나 봐요. '풀이 있는 여름별장'이라는 책에서 사람들의 이기심과 위선, 욕망을 이야기하네요.   

 

 마르크라는 의사가 있어요. 그는 다른 의사들보다 진료 시간이 두 배쯤 길어 20분이에요. 게다가  환자들에게 관심이 담긴 듯한 질문들을 계속 던져 인기가 많구요. 그런데, 사실 그건 연기일 뿐이에요. 그의 안에는 환자들에 대한 혐오감과 경멸로 차 있어요. 그러다가 배우인 환자, 랄프의 수영장이 있는 별장에서 그들의 가족과 여름 휴가를 함께 보내지요. 마르크가 랄프의 아내 유디트에 대한 욕망 때문에 간 것이에요. 10대 소녀를 애인으로 둔 나이 많은 영화 감독인 스탠리를 만나기도 하구요. 랄프는 많은 여자들에게 다가가서 만나려는 사람이구요. 랄프의 아내 유디트도 많은 남자들의 시선과 관심을 바라는 사람이에요. 랄프는 마르크의 아내 카롤리네에게 눈빛을 보내기도 하지요. 그런데 마르크의 딸 율리아에게 사건이 생기지요. 강간을 당한 것이에요. 이제 아버지인 마르크는 범인을 찾으려 하지요. 랄프, 랄프의 아들 알렉스, 영화 감독 스탠리 등을 쫓게 돼요.

 

 나쁜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거짓된 얼굴에 속아 모르는 사람들도 있구요. 그래서 이기심과 위선, 욕망을 숨기며 살아가구요.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거짓이 만연한 세상이 됐어요. 속이고 또 속여요. 그렇지만, 이제 거짓이 아닌 진실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았다고 하잖아요. 저는 희망을 가지려구요. 나쁜 가면을 벗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라는 희망을요. 이제 가까이 오는 봄을 기다려 보려구요. 작가도 그걸 말하고 싶었을 거라 생각해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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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스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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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언제나 활짝 핀 꽃보다는 약속에 찬 봉오리를,

소유하는 것보다는 욕망을,

완성보다는 진보를,

 분별 있는 연령보다는 청소년 시절을 사랑한다.

앙드레 지드.

 

 

  약속의 찬 봉오리인 소녀가 지나가면, 부러웠어요. 소녀의 웃음 소리, 눈빛, 몸짓, 내음. 그리워서 부러웠어요. 그리고 소녀가 되고 싶었어요. 잠시나마 소녀가 되어 다시 느끼고 싶었어요. 사랑하는 그 시절로 가고 싶었어요.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아름다운 그 시절로요. 그래서, 상상했어요. 소녀가 되는 상상을 했어요.

 '스타터스'의 후속작인 '엔더스'를 만났어요. 제 상상과 비슷한 설정이에요. '스타터스'와 '엔더스'에서 신체 대여에 대해 이야기해요. 미래에 생명이 연장되어 200세 정도까지 살 수 있는 시대예요. 그런데, 미국은 생물학 전쟁(포자 전쟁)으로 백신을 받은 미성년자와 노인들만 살아 남았어요. 미성년자는 스타터, 노인은 엔더구요. 생물학 전쟁(포자 전쟁), 정말 두렵지요. 태평양 전쟁 때, 일본 731부대에서 세균전을 연구했다고 하지요. 생물학 전쟁(포자 전쟁)으로 스타터와 엔더들만 남은 나라. 어두워요. 친척이 없는 스타터는 보호 시설에 가거나, 거리에 숨어서 살아요. 캘리는 약한 남동생 타일러, 친구인 마이클과 숨어서 살았어요. 캘리는 돈을 위해 바디 뱅크에 가서 신체를 렌트해 주게 되었구요. 부유한 엔더들이 스타터들의 신체를 대여했구요. 캘리도 머리에 칩을 넣고 엔더들에게 렌트해 주었어요. 그리고 여러가지 일이 있었구요. 결국 캘리가 바디 뱅크인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을 없애지요. 그 이후의 이야기가 '엔더스'예요. 이제 엔더들에게 렌트해 주지 않아도 되었어요. 그런데, 바디 뱅크에서 뇌에 칩을 이식한 스타터들인 메탈을 뒤쫓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바디 뱅크의 올드맨이 캘리에게 경고해요. '프라임을 파괴했다는 것이 나를 파괴했다는 것은 아니야. 나는 여전히 어떤 칩이라도 접속할 수 있어. 게다가 무기로 바꿀 수 있지.'라는 경고예요. 캘리는 올드맨을 피하다가 하이든을 만나요. 하이든은 올드맨의 아들이지만, 캘리를 돕지요. 메탈들을 모아요. 그리고 칩을 제거하도록 노력하구요. 사실, 캘리의 칩은 특별해요. 살인이 허용된 칩이구요. 여러 명의 렌터들이 칩에 동시 접속할 수 있구요. 렌터들이 칩에 접속할 때, 캘리는 정신을 유지할 수 있어요. 이래저래 일을 겪구요. 결국, 올드맨의 정체도 밝혀져요.

 

 신체 대여. 미래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불로초를 찾는 진시황처럼, 젊음을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꼭 있지요. 그렇기에, 이 이야기에 더 녹아들었어요. 물론, 여러 제약은 있어야겠지요. 사람의 신체가 아니라 로봇의 신체를 대여하는 것이 좋구요. 조금 다르지만, '죽은 자의 제국'이라는 책에서는 시체에 가짜 영혼을 인스톨하는 설정도 있었지요. 더 발전하면, 시체에 진짜 영혼을 인스톨하는 상상도 하게 되더라구요. '과학에서 모든 위대한 진전은 대담무쌍하고 새로운 상상력에서 나왔다'라고 존 듀이라는 미국 철학자가 말했다고 하잖아요. 우리의 상상이 실현될 수도 있지요.

 그리고 '젊은이는 판단보다는 창안, 조언보다는 실행, 자리잡은 사업보다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더 적합하다'라고 프랜시스 베이컨이 말했다고 해요. ​스타터인 캘리. 역시 젊은이답게, 창안과 실행, 새로움을 이루어내지요. 그리고 노인의 판단과 조언, 안정을 갖고 있는 엔더. 젊은 스타터의 조화와 소통으로 어두움에서 밝음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스타터와 엔더만 남은 나라에서 그들의 조화와 소통은 희망이거든요.

 '스타터스'에 이은 '엔더스'. '스타터스'라는 꽃에 이은 '엔더스'라는 꽉 찬 열매를 만났어요. 이 가을, 풍성한 수확이었어요. 이 풍성함을 나누고 싶네요. 나눌 수록 더 풍성해질 테니, 어서 '엔더스'를 만나시길 바랄게요. ​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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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스토리콜렉터 34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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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이라는 책을 만났어요. 노부인께서 스파이인가 봐요. 그런데, 원서도 연세가 많으시네요. 1966년에 태어나신 소설이에요. 자매도 많으세요. 열세 권의 책이 더 있으세요. 즉,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는 열네 권이에요. 1966년부터 2000년까지 저자인 도로시 길먼 할머니께서 쓰셨어요. 그분께서 마흔세 살 때부터 일흔일곱 살이 될 때까지 쓰신 거예요. 영화화도 두 번이나 됐다고 해요. 특히 1999년엔 추억의 미드인 <제시카의 추리극장, Murder She Wrote, 1984~1996년>으로 유명하신 안젤라 랜즈베리 (Angeia Ranbury)께서 주인공을 하셨네요. 스파이 마담 폴리(The Unexpected Mrs. Pollifax, 1999)라고 TV 영화에서요. 잘 어울리셨을 것 같아요. 미국 최대 서평사이트 굿리즈닷컴에서 ‘20세기 최고의 미스터리 시리즈’로 선정된 시리즈. ‘웃음을 원하건, 스릴을 원하건, 폴리팩스 부인이 정답이다!(뉴욕 타임스)’라는 찬사의 소설! 할머니의 무릎에서 듣는 느낌으로 다가가게 되네요.

 

 폴리팩스 부인은 60대로 작은 우울증이 있어요. 자녀들은 독립했구요. 남편은 8년 전에 사별했어요. 의사가 상담하면서 폴리팩스 부인에게 이런 말을 해요. ‘오래전부터 꼭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못 하신 일은 없습니까?’ 부인은 대답하지요. ‘어렸을 때는 스파이가 되는 게 꿈이었지.’ 스파이가 꿈이셨던 폴리팩스 부인. 저도 얼마 전 어릴 적 꿈에 대해 질문 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저는 초능력을 지닌 영웅이나 무예의 고수인 협객이라고 대답했구요. 지금 생각하니, 훌륭한 추리를 하는 명탐정도 제 꿈이었네요. 어쨌든 제 꿈은 이루기 어렵지만, 폴리팩스 부인은 그 꿈을 이루기로 하지요. 늦은 나이에 새 인생을 사는 여성의 기사를 보고 자극이 온 것이지요. CIA로 간 폴리팩스 부인. CIA에서는 여행객처럼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비밀 요원이 필요했어요. 착오로 폴리팩스 부인이 임무를 받게 되었구요. 후에 착오를 알았지만, 폴리팩스 부인에게 임무를 주기로 하지요. 폴리팩스 부인에게 어울리고, 쉬운 임무라고 생각해서지요. 임무는 멕시코의 ‘앵무새 서점’에서 암호를 대고 어느 물건을 받아오는 것이었어요. 그 물건은 남아메리카에서 중국 공산당의 활동이 담긴 마이크로 필름이 감추어진 어느 것이었어요. 그리고 멕시코로 가신 폴리팩스 부인. 호기심에 ‘앵무새 서점’으로 며칠 먼저 들어갔구요. 그곳에서 서점 주인이자, 비밀 요원인 드가메즈를 만났어요. 그에게서 ‘솔리테어(혼자 하는 카드놀이의 총칭)’라는 카드놀이 책과 카드를 받게 되지요. 그리고 약속의 그날. ‘앵무새 서점’에 가지만, 드가메즈는 없고, 다른 사람이 있네요. 폴리팩스 부인은 그곳에서 정신을 잃구요. 깨어났을 때는 패럴이라는 또 다른 비밀 요원과 함께 있네요. 그도 ‘앵무새 서점’에서 함정에 빠져 잡힌 거예요. 그들은 잡은 사람은 악명 높은 페르디도 장군이었어요. 중국 공산당에 협력하는 멕시코인이었지요. 그는 그들을 알바니아의 요새 감옥에 데리고 가구요. 심문 당하기 전 패럴은 자결을 하려고 해요. 그렇지만, 다리 부상과 총상만 당하고 실패하지요. 폴리팩스 부인은 그를 치료하구요. 솔리테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부인. 유쾌한 폴리팩스 부인은 그곳에서 간수들과 친분을 가져요. 룰라시 일병으로부터는 영어로 된 알바니아에 대한 책을 받구요. 바소빅 소령에게 마사지도 해주네요. 주변 산책도 허락 받아 주변 지리도 익히게 되구요. 폴리팩스 부인은 탈옥을 결심하게 된답니다. 사실, 롤라시 일병이 준 책에는 알바니아 지도가 있어서 감옥의 위치를 알 수 있었어요. 감옥 안에서 그들을 감시하는 팔자수염의 넥스뎃 대령도 있네요. 그에게는 비밀이 있었어요. 그들과 파티하면서 중국인 훙 대장의 권총을 숨기게 되구요. 탄창, 나침반은 미리 이래저래 구하게 됐었구요. 마지막으로 칼은 넥스뎃 대령이 잘 때, 슬쩍하게 되구요. 그 칼로는 패럴의 목발을 만들었답니다. 페르디도 장군이 베이징에 갔다가 돌아오기 전에 탈옥하려는 폴리팩스 부인과 패럴. 그때, 돌아온 페르디도 장군을 만나게 되지만, 우여곡절 속에 도망가게 돼요. 감옥 옆 방에 있던 램프의 요정 지니를 닮은 중국인과 함께요. 나귀를 타고 가다가 절벽으로 떨어지게 되고, 내려와서는 염소치기 남자와 그의 부인, 아들을 만나게 돼요. 그들의 도움으로 염소 속에서 네 발로 기어 다니기도 해요. 롤스로이스 승용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달리기도 하구요. 호숫가에 숨어있기도 해요. 통나무에 의지해 호수를 떠다니다가, 강에서는 배에 타기도 하구요. 아드리아 해에 가서는 돛단배에 타기도 해요. 지니와 패럴은 경찰로부터 부상을 당하기도 하구요. 지니는 중상이었지만, 원양 예인선을 만나 구조를 받게 된답니다. 나중에 지니의 신원도 알게 되구요.

 

 스파이, 비밀 요원, 첩보원. 이 단어들과 할머니는 쉽게 어울리지 않지요.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 본 시리즈에 나오는 스파이는 극한의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작고 오동통한 체구, 복슬복슬한 흰 머리, 꽃 달린 모자의 폴리팩스 부인. 그 할머니께서 스파이예요. 엉뚱하고, 발랄하며, 순진하지만, 노련하며, 어리숙하지만, 용기 있고, 유쾌하며, 현명하신 할머니 스파이. ‘추구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우리의 모든 꿈은 이뤄질 수 있다’라고 월트 디즈니가 말했다고 해요. 용기 있는 폴리팩스 할머니께서 스파이라는 꿈을 이루었어요. 그리고 모험을 하지요. 그리고 그 모험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멋지게 임무를 완수하지요. 물론 그때와 지금의 국제 정세는 달라요. 중국은 공산당이기는 하지만, 개혁 개방을 했고, 냉전 시대도 아니지요. 그나저나 이 책을 쓰신 도로시 길먼 할머니. 그분은 폴리팩스 부인과 닮으셨을 것 같아요. 2010년 미국추리소설가협회의 그랜드마스터로 선정되셨고, 2012년 알츠하이머 합병증으로 인해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신 작가 할머니. 이 소설은 그분께서 어려울 때 나오게 됐다고 해요. 이혼하고, 식료품 가게에서 일하실 때, 폴리팩스 부인을 생각해낸 것이지요. 그렇기에 우리에게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을 거예요. ‘애벌레가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비로 변했다’라는 말이 있다고 하잖아요. 폴리팩스 부인이 스파이가 된 것처럼, 도로시 길먼 할머니도 작가가 될 수 있었어요. 쓸모가 없다고 느낄 때, 용기로 뜻밖의 존재가 될 수 있었어요.

 

 ‘인생이란 원래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무엇을 선택하든 알 수 없는 것에 도박을 거는 일이지요. 그리고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우리가 인간인 거고요. 우리에겐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인생이란 지도와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방향도, 경로도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니까요.’ - 352쪽.

 

 소설 속, 지니의 말이에요. 우리에게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요. 그리고 그 끊임없는 선택을 해야 하구요. 지도 같은 인생이니 미지의 길, 갈림길에서 선택해야 해요. 그리고 용기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지요.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인 이 소설. 정말 아늑한 미스터리였어요. 할머니의 손길처럼 따뜻한 소설이었어요. 또 기지개 같은 소설이었어요.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용기와 위로로 일으키는 소설이었어요. 어서 다음 권이 나오기를 기대하게 되네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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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9-0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이의 고정관념이 깨지는 군요..^^..007처럼 건장한 미남스타일이 아니었으니 ㅎ

사과나비🍎 2015-09-08 17:20   좋아요 0 | URL
예~ 정말 뜻밖의 스파이예요~^^* 할머니 스파이. 유쾌한 소설이었어요~^^* yureka01님 댓글 감사하구요~ 즐거운 토요일 되시길 바랄게요~^^*
 
[세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 전2권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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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 2014년 ‘뉴욕 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2015년 퓰리처상, 카네기 메달 상 수상작. 60주 연속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이라는 책에 붙은 수식어예요. 정말 화려하네요. 그 화려하면서도 담백한 이야기. 가장 빛나면서도 모두에게 따뜻한 이야기. 그 이야기가 빛이 되어 인도하네요.

 

 한 소녀와 한 소년이 있어요. 한 소녀는 눈이 멀었어요. 한 소년은 고아구요. 때는 1940년대 초반, 한 소녀는 프랑스에 있고, 한 소년은 독일에 있어요.

 한 소녀는 마리로르예요. 소녀는 파리의 박물관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함께 단둘이 살아요. 제2차 세계대전의 기운이 다가오자 박물관장은 133캐럿짜리 블루 다이아몬드 ‘불꽃의 바다’의 모조품을 세 개 만들어요. 진품까지 네 개의 다이아몬드 중 하나를 마리로르의 아버지에게 주며 떠나라고 하구요. 그는 마리로르와 삼촌인 에티엔이 가정부 마네크 부인과 살고 있는 프랑스 북서쪽 해안 도시 생말로로 가게 돼요.

 

 

 ‘돌멩이는 눈부신 파란색을 띠었어. 열대 바다 같은 파란색에, 한가운데에 불그스름한 점이 하나 깃들어 있었는데, 마치 불꽃을 품은 물 한 방울 같았어.’ - 본문 중에서

 

 

 

 ‘생말로. 물이 이 도시를 에워싸고 있다. 물과 프랑스 땅 전체와 이어지는 것은 보잘것없는 둑길 하나, 다리 하나, 모래 한 삽뿐이다.’ - 본문 중에서

 ‘“우린 이제 생말로로 건너가고 있어.” 아버지가 말한다. “성벽에 둘러싸인 도시라고 부르는 곳.” 그는 보이는 것을 설명해 준다. 내리닫이 쇠창살, 성벽이라 불리는 방어벽, 화강암 대저택, 지붕 위 뾰족탑.’ ― 본문 중에서

 

 그리고 한 소년은 베르너예요. 소년은 독일의 탄광 도시 졸페라인에서 살아요. 아버지를 잃고 고아원에서 여동생 유타와 함께요. 베르너는 쓰레기장에서 주운 고장난 라디오를 재조립하여 프랑스에서 송신하는 과학 강의를 몰래 청취해요. 그러면서 통신 기계에 대해 스스로 눈뜨게 되구요. 고아원 주위 사람들이 라디오를 고쳐 달라고 들고 와요. 그러다가 어느 높은 사람의 라디오까지 고쳐 주게 되면서 그의 명석함은 널리 알려지게 돼요. 결국 나치가 청소년들을 교육하기 위해 창설한 국립 정치 교육원에 합격하게 되지요. 베르너는 선생의 총애를 받구요. 그러나 베르너는 능력 없는 자는 도태시키고, 잔인하며 부조리한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하지요.

 

 

  ‘베르너 페닝은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500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졸페라인이라는 곳에서 자란다. 그곳은 독일, 에센 시 외곽에 있는 1600만 제곱미터가 넘는 광산 지대다. 공장 굴뚝들은 연기를 뿜고 기관차들은 높은 도랑 위를 왔다 갔다 하며, 가지만 남은 나무들은 지하 세계에서 떠밀려 나온 뼈다귀 손들처럼 광석 찌꺼기 더미 위로 높이 서 있다.’ ― 본문 중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반지하 가구에도 정부가 지급한 폴크스엠팽거 VE301이 있었다. 대량 생산된 라디오로, 독수리와 하켄크로이츠가 찍혀 있고, 단파 방송은 안 되며 독일 주파수만 표시되어 있었다. 라디오. 그것은 100만 개의 귀를 단 하나의 입으로 결박한다. 졸페라인 전역의 확성기 밖으로, 짧고 날카로운 제국의 목소리가 요지부동 나무처럼 자라난다.’ ― 본문 중에서

 

 이제, 독일 나치의 프랑스 공격이 본격화돼요. 그러자 마리로르는 작은할아버지인 에티엔, 가정부인 마네크와 함께, 헤어진 사람들이 전하고픈 메시지를 라디오로 송신하며 견뎌 나가요. 그러던 어느 날, 잠시 파리로 갔던 아버지가 실종되면서 어둠의 그늘이 드리우네요. 게다가 블루 다이아몬드를 소유하려는 나치 협력자 룸펠이 끈질기게 추적해 오구요. 룸펠이 마리로르의 집을 노리게 되네요. 한편 베르너는 총애하던 선생의 배신으로 전쟁 현장에 투입돼요. 그렇게 유럽 곳곳을 떠돌다 마리로르가 있는 생말로까지 들어오게 되구요. 독일군의 마지막 방어 기지인 생말로에는 연합군의 큰 폭격이 기다리고 있어요. 위급한 마리로르는 라디오로 사람들에게 ‘해저 2만 리’를 읽어 주면서, 중간에 도와 달라는 비밀 메시지를 넣어요. 그 라디오 주파수를 베르너가 우연히 발견해 듣게 되구요.

 

 ‘“나 당신을 죽이지 않아요. 당신 목소리를 들었어요. 라디오로. 그래서 여기 온 거예요.” 그는 잠시 멈추고, 프랑스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생각하느라 더듬는다. “그 음악 있잖아요, 달빛?” 그녀는 미소를 지을 뻔한다.‘ ―본문 중에서

 

 

 

 

  ‘일 년이나 삼 년, 아니면 십 년쯤 후, 프랑스와 독일이 지금과 같은 의미로 존재하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집 밖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고 식당으로 걸어가 둘이서 함께 소박한 식사를 주문한 다음 침묵 속에서, 사랑하는 사이라면 나눔 직한 그런 마음 편한 침묵 속에서 먹을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전쟁. 그중에 제2차 세계 대전. 그때의 유럽. ‘안네의 일기’가 있던 그 시절. 한 소녀와 한 소년이 있어요. 한 소녀는 시각 장애인이구요. 한 소녀는 고아예요. 특히 저는 소녀의 손으로 느낀 감각을 통해, 또 소녀의 아버지가 만든 모형 도시를 통해 소녀가 느끼는 세계와 연결되었어요. 소녀의 세계는 풍성한 여러 빛으로 가득한 곳이었어요. 저에게 보이지 않는 더 많은 것을 보여주었어요. 생말로의 풍경에 대한 묘사도 아름다웠구요. 간결하고 우아한 문체와 독특한 짧은 챕터의 구성도 매력적이었어요. 또한 제 가슴에 깊은 감동을 주었구요. ‘한겨울에도 거부할 수 없는 여름이 내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마침내 배웠다’라고 알베르 카뮈는 말했어요. 저도 배웠어요. 이 소설을 읽으며 배웠어요. 전쟁 중에도 거부할 수 없는 빛나는 이야기가 순수한 영혼에 존재한다는 것을요. 하얗게 빛나며 제 영혼도 적시네요. 오랫동안.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사진 출처는 민음사 네이버 블로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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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8-07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음사에 들어가면 사진이 있었군요. 잘 봤습니다. 전 구글링만..

사과나비🍎 2015-08-07 19:16   좋아요 1 | URL
^^* 예~ 민음사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을 잘하셨더라구요~^^*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나저나 guiness님 댓글 감사해요~^^* 더운데, 건강 잘 챙기시구요~^^* 아, 그런데, 같은 사진이 두 장이네요... 수정해야겠어요...^^;
 
마법사의 제자들 밀리언셀러 클럽 140
이노우에 유메히토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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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노우에 유메히토의 ‘마법사의 제자들’이라는 책이 나왔어요. 일본에서는 2010년, 우리나라는 2014년이에요. 저는 처음 만나는 작가예요. ‘마법사의 제자들’이란 제목은 프랑스의 작곡가 폴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L'apprenti sorcier)」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네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의 테마가 된 것으로도 유명한 이 교향시는 마법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의 제자가 어설픈 마법으로 물바다 소동을 일으키고 만다는 내용을 그렸다고 하구요. 저자는 이 교향시의 어감이 마음에 들어 제목으로 차용했다고 하지만, 작품에서 전염병의 걷잡을 수 없는 확산과 초월적인 힘의 등장이 초래하는 혼란상을 절묘하게 함축하고 있다고 해요. 이제, 그의 소설로 그려진 그의 교향시를 들으러 가기로 해요.

 

  야마나시 현의 한 대학 병원인 류오 대학 병원에서 ‘용뇌염’이라는 신종 전염병으로 사망자가 발생해요. 병원은 즉시 격리되어 출입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구요. 주간지 기자 나카야 교스케는 사태를 취재하려고 병원 주변을 배회해요. 그러다가, 류오 대학의 의대생인 약혼자와 연락이 두절되어 걱정하던 오치아이 메구미라는 여성을 알게 되구요. 그는 메구미와 함께 병원에 들어갈 방법을 함께 강구하던 도중에 메구미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채요. 교스케는 그녀가 용뇌염에 감염되었으리라 직감하고 응급차를 부르구요. 다행히 몇 주 후 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어 용뇌염 사태는 진정 기미를 보여요. 치사율을 20% 정도로 낮추는 백신이었어요. 그러나, 초기 감염 환자 중 의식이 돌아온 건 단 세 사람이었어요. 한 사람은 의식 불명이구요. 세 사람은 교스케, 메구미, 그리고, 오키쓰 시게루라는 노인이었어요. 의식 불명인 사람은 메구미의 약혼자인 고바타 고조구요. 이 세 명에게는 아주 특별한 후유증이 생겨요. 그것은 바로, 초능력이에요. 교스케에게는 과거와 미래를 투시하는 능력이 생기구요. 메구미에게는 염력이 생겨요. 오키쓰 시게루에게는 회춘 능력이 생기구요. 그들 앞에 놓인 것은 이어지는 진찰과 상담 및 병원 재단이 마련해 준 생활 거처였어요. 그리고 그들이 전염병을 전파시켰다고 비난하는 세상의 싸늘한 시선이 있었구요. 이윽고 세 사람은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며 세상과 소통하려 하지요. 그렇지만 새로운 비극이 벌어지면서 그들의 운명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네요.

 

  바이러스. 무섭지요. 얼마 전에 우리나라의 중동 호흡기 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 사태가 있었지요. 이 소설도 바이러스에 의한 공포, 미흡한 대처, 무분별한 언론에 대해 빠르게 그려내며, 팽팽한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있어요. 또, 초능력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구요. 미드 ‘히어로즈’가 생각나더라구요. 초능력을 흡수하는 사람, 예지력을 가진 사람, 시간 여행을 하는 사람, 치유 능력을 가진 사람 등, 각자의 능력으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었지요. 이 소설은 초능력자가 세 명이지만, 흥미가 넘치구요. 이렇게 스릴러, SF, 호러, 액션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이 소설. 오락 소설로서 부족함이 없네요. 더위를 잊게 하는 한여름 밤의 꿈인 소설이에요. 그나저나 메구미는 미래를 투시한 교스케에게 이렇게 묻네요. “……역시, 미래는 없다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용뇌염을 이겨낸 몇 명의 사람들이 미래라는 교스케. 과연, 어떨까요? ‘희망은 깨어 있는 꿈이다’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했다지요. 깨어 있는 꿈이라는 희망!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운명에 맞선다면, 미래는 바뀔 거예요. 이 책도 마지막에서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닐까요? 저는 희망을 가져 보아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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