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친이 내게 책 추천을 해 주었다. 책 추천, 음악 추천을 너무 좋아하고 고마워하는 나로서는 정말 기쁜 일이다. 


추천 책은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 익히 알고 있는 책이고, 심지어 나오자마자 구입하여 오랫동안 소장했던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의사"라는 키워드가 내내 맘에 걸렸고 읽으면서 내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 내용을 훑어보지도 않은 채 가지고만 있다가 친구에게 선물했던 책. 


만나야 할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만난다지. 그래서일까. 가깝게 생각하는 트친의 추천이기도 하지만 먼 길 돌아 다시 찾아온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내가 꼭 읽어야만 하는 책이었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 길은, 책에는 나오지 않는 답을 찾고 전혀 다른 종류의 숭고함을 발견하며, 고통받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육체의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130/578) 본문 중에서


좋은 책을 읽으면 말이 없어진다. 문장을 따라, 글쓴이의 생각을 따라 깊어지기 때문이리라. 왜 진작 읽지 못했을까. 왜 그렇게 주저했을까 싶게 글의 깊이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내가 고민하는 부분들과도 접점이 많아 읽는 내내 홀로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고. 나로서는 참 반가운 일이지. 


추천을 해 준 트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물론 이 글은 못 보겠지만 다 읽고 짧은 감상평이라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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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4-06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고 좋아서 딸아이, 시아버지께 추천했었는데, 안나님처럼 고맙다는 말 못 들었;;;ㅎㅎㅎㅎㅎ 많이 안타까왔어요 책 읽으면서...

안나 2021-04-06 02:43   좋아요 0 | URL
아직 읽는 중이구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저자의 생각의 깊이와 문장에 반하고 있어요. 읽을수록 안타깝고 슬퍼지려나요... 책 추천하신 라로님의 안목, 제가 칭찬드려요👍
 
나로 웅크리고 있는, 너에게
김지연 지음 / 아마존의나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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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쉬이 띄지만 무심코 지나치고 마는 찰나의 장소들이 등장한다. 누군가는 관심조차 두지 않을 사각지대 같은 곳에 앉아 사각사각 스케치를 하셨을 작가님. 아름다운 풍경이 아닌 삶의 냄새가 진하게 배인 곳에서 웅크린 마음들을 길어 올린 그 시선이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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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사랑의 작은 순간들
카타나 쳇윈드 지음, 그레고리 이브스 외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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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지, 그렇지. 공감하며 카타나의 만화 한 컷 한 컷을 보고 있으면 영혼의 단짝 같은 이와의 사랑은 이토록 평안하고 안정감을 준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사랑은 큰 이벤트가 아니라, 어느 기념일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서 느낄 수 있어야 하는 법, 주말에 제격인 책이었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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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돈의 속성 - 최상위 부자가 말하는 돈에 대한 모든 것
김승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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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서적을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보기 위해서 전자책 구독을 시작했다. 경제는 늘 무지하다는 마음가짐으로 겸손하게 공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에서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내게 있는 돈을 이제는 내가 다스리고 한 푼도 내 허락없이 쓰이지 않는 정도는 되었지만 여전히 고민이 많고 궁금한 게 많고 배울 게 많다. 많은 책을 접하다 보면 보는 눈이 키워질테고 여러 전문가들을 통해, 또는 인생 선배들을 통해 경제에 대한 철학, 나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런 중에 만난 <돈의 속성>은 전문가가 아닌 인생의 선배 입장에서, 그리고 이미 많은 부를 영위하는 한 사람으로서 겸손하게 자신의 돈에 대한, 부에 대한, 그리고 투자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 사각형을 그리며 돈의 기준에 대한 아웃라인을 제시하는 듯 했고, 돈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 가르쳐 주는 내용이었다.

글 전체에서 느껴지는 그의 경제적 철학이 맘에 든다. "어디에도 흔들리지 말고 오롯이 너만의 기준을 가지고 나아가라." 이야기하고 있는 그에게서 따뜻한 당부를 느낀다. 태어날 때부터 부를 영위하는 사람은 이러한 글을 쓸 수가 없다. 가난을 경험하고, 많은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부를 이루고서야 쓸 수 있는 글임을 인정함으로써 이 책이 내게 감사함으로, 그리고 아주 진지한 조언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읽고 나니 어떻게 공부하고 접근해야 할 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책을 읽은 목적은 달성했으니 말이다.

내 귀한 시간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은 책이야말로 경제 서적의 제일 첫 번째 본분이 아닌가 한다. 시간을 내어 책을 써 주신 만큼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더 번창하셔서 앞으로도 내내 경제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업가로 자리하시길 바라고 이 책을 읽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어 주시길 기대한다. 


"투자도 공부고 경험이다. 부자가 되고 자본을 모으는 기술은 결국 공부와 경험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모두를 혼자 스스로 해내야 한다. 남의 의견을 듣고 투자에 성공한 사람은 남의 의견을 듣고 망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거물이 되어 남이 당신을 자랑하게 만들어라. 세상의 권위를 존중하되 의심하는 태도를 끝나는 날까지 유지하기 바란다. 절대로 길들여지지 말고 스스로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스스로 규칙을 만들다 보면 규칙이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 비로소 당신은 혼자 스스로 서게 된 것이다." (p.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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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잔잔하게 좋은 기억으로 남은 로맨스 드라마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로맨스는 별책부록>. 두 작품 다, 착한 남녀가 서로의 마음까지 보듬는 따뜻한 사랑이라는 것이 공통점이겠다. 보는 내내 내 맘까지 따뜻해질 정도였으니. 그리고 특히 주목했던 건 두 남녀의 대화였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필사하고픈 대사가 많다고 몇 번 얘기를 했더니 동료가 생일에 대본집 세트를 선물해서 아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고,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두 남녀의 대화가 내게 설렘과 위로를 많이 주어서 원작까지 꼼꼼하게 읽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드라마는 특히 여자가 아닌 남자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참 많이 안아주고픈 인물이었지.


요즘은 드라마 <런 온>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화법이 너무 좋아서 녹화를 하고 꼭 챙겨 보는데 대사들마다 어쩜 저렇게 센스있고 통통 튀는지 볼 때마다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대본집 나오면 꼭 소장해야지, 벼르고 있다.


<런 온>의 OST를 들으며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내 연애 감정은 어디쯤에 머물고 있을까. 수줍고 내숭쟁이던 그녀는 벌써 사라진지 오래일테고 조건을 따지는 욕심은 또 없는 걸 보면 여전히 이십 대 어린 연애 감정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참 부질없는 생각이다 싶다. 언젠가 나타나면 그 감정에 충실하면 될 것을. 다만, 그때의 나는 성급하지 않고 지혜로울 수만 있다면 좋겠다. 


나를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기대었던 날들을 보내고 나는 그 속에서 나를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는 법을 배웠다. 내가 오롯이 나일 수 있을 때, 의식적 자립이 가능한 나일 때 사랑은 더 깊은 신뢰 속에 단단해져 가는 것임을. 사랑이라는 감정을 위한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며 천천히 산책하듯 친구처럼 사랑이라는 감정 속으로 따뜻하게 물들어가고 싶다. 그때, <런 온>에서 미주가 했던 대사들을 농담처럼 던질 수 있으면 좋겠네. 하지만 지금은 혼자인 것도 좋고 나와 잘 지내는 것이 참 만족스러워서 연애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음을...


설호승이 부른 <런 온> OST, 너무 좋아서 자주 듣는다. 음색이 묘하게 “짙은”과 비슷한 것이 내가 좋아하는 음색은 참 뚜렷하구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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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29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악 넘 좋고 음색도! 드라마는 안봤지만 올려주신 노래는 정말 좋네요 안나님 캄사~ˇ◡ˇ*

안나 2021-01-29 14:11   좋아요 1 | URL
네, 가끔 이렇게 귀에 꽂히는 ost들이 있네요. scott 님이 올려주시는 클래식들도 잘 듣고 있습니다. 저도 감사드려요. ^^

북깨비 2021-02-12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원작이 소설인 줄 모르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아직 두편밖에 못봤지만 잔잔한 분위기가 참 좋아요. 시골의 겨울 풍경, 서점, 책, 책방지기 남주, 동네사람들의 독서모임.. 원작도 같은 분위기인지 궁금합니다.

안나 2021-02-13 20:05   좋아요 1 | URL
원작이랑 조금은 다른 부분도 있지만 원작을 잘 살린 거 같아요. 워낙 잔잔한 드라마를 좋아하다 보니 제게는 정말 최고의 드라마였네요. 원작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