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마음 대산세계문학총서 11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유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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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연민˝과 대비되는 ˝나약하고 감성적인 연민˝을 주인공의 심리묘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읽고 있으면 마치 내 마음이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린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부정할 수 없게 하는, 슈테판 츠바이크 특유의 치밀한 심리 묘사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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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른베
신유진 지음 / 시간의흐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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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숨이 막히는 경험을 하는 게 얼마 만인지. 문장 속으로, 희수의 마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한 번 읽었다고 바로 책장에 꽂기 싫은 책이다. 또 읽고 싶은 책. 한동안 계속 품고 다녀도 좋을 책이다.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고민 없이 선물할 책이 생겨서 반갑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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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31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3-31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사히 어른이 될 수 있을까 - 십 대를 위한 심리학자의 마음 수업
이고은 지음 / 아몬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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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은의 <심리학자가 사랑을 기억하는 법>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녀만의 위트에 큭큭 거리며 웃다가 지난 사랑의 추억으로 과거에 푹 잠겼던 기억. 이번엔 청소년을 위한 책이니 그 시절의 나를 만나며 위로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조카 1,2호에게 꼭 선물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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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지지 않고 뚝딱뚝딱 누리책 4
미야자와 겐지 시, 야마무라 코지 그림, 엄혜숙 옮김 / 그림책공작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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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지지 않고 / 바람에도 지지 않고 / 눈에도 /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 튼튼한 몸으로 / 욕심은 없이 / 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 / 하루에 현미 네 홉과 /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 모든 일에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 /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 /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 비에도 지지 않고, 가서 돌보아 주고 /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 가서 볏단 지어 날라 주고 /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고 /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 별거 아니니까 그만두라 말하고 /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 모두에게 멍청이라고 불리는 /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미야자와 겐지)

sns 친구 중에 정갈한 손글씨로 좋은 문장과 시 필사본을, 때로는 클래식을 직접 선곡해서 cd로 보내주시는 분이 있다.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언제 보낸다 말씀도 없이 보내 주시는데 정성어린 선물의 깊이와 귀함을 알게 해주시는 분이다. 이번에 도착한 필사본은 읽으면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주 가끔 그런 글을 만난다. 영혼을 울리는 글, 그 글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며 현재의 나를 자각하게 하는 글, 글쓴이의 마음과 삶의 태도가 그대로 전해져 오는 글… 미야자와 겐지의 시가 그랬다.

며칠 계속 시에 붙들려 있다가 혹시나 하고 미야자와 겐지의 시집이나 책이 있나 검색해보니 <비에도 지지 않고>라는 제목으로 그림책이 몇 권 있었다. 그 중에서 내가 고른 그림책은 미야자와 겐지의 시에 야마무라 코지가 시의 정서에 맞게 그림을 그린 그림책 공작소의 책이다. 한 페이지에 시 한 구절. 그리고 마지막 장엔 일어 원문과 번역된 영문본, 그리고 미야자야 겐지에 대한 옮긴이의 글이 실려 있다.

미야자와 겐지에 대해 자료를 계속 찾아보니 시는 그의 삶 자체였다. 37세에 급성 폐렴으로 죽기까지 동화와 농사 관련의 책을 쓰며 아이들과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살았던 그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은하철도 999>의 원작을 쓴 사람이기도 했다.

앞서 읽었던 <욕망과 영성>에서도 느꼈지만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도 모르게 남의 욕망을 모방하며 유행을 쫓고, 탐욕을 절제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나라고 그에 속하지 않을 리 만무한데, 그러한 욕망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는 잠시 멈춰서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침묵 속에서, 자발적 고독 속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 중에 만난 미야자와 겐지의 시는 뭐랄까. 앞으로 침묵과 고독 속에서 이 시 하나만 붙들고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이 시는 시가 아니라 기도문이다. 원문을 찾아보니 불교식 기도문이 한 단락 더 있었다.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는 한 사람의 기도, 염원, 소망… 하루치의 양식에 만족하면서 동서남북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마음으로 섬기고, 보듬어주고. 그렇게 또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 칭찬도 미움도 받지 않고 그저 멍청이라고 불리우고 싶은 사람. 지금도 글을 쓰면서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돌아보게 되는데,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알아주기를 원하는 마음이 삐죽 솟아나와 나를 찌른다.

지금은 직장 안에서 관계와 크고 작은 문제를 통해 제대로 된 사람이 되어가는 훈련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는 말이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지만, 어떤 순간에도 제대로 된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때가 되면 정말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칭찬도, 인정도 받지 않고 그렇게 사랑하고 보듬으면서, 같이 울어주고 같이 부대끼면서 살고 싶다. 정말,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이 시는 정말 신기하게도 읽을수록 울림이 깊다. 이 시를, 가볍게 지나치지 않고 마음 깊이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선물하면 좋을 책이다. 좋은 시가 담긴 그림책을 선물하는 것이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인생의 의미를 선물하는 것일 테니까. 내게 찾아온 좋은 시가, 그리고 이 그림책이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려고 매일 애쓰고 있는 좋은 사람들에게 계속 흘러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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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7-01 0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로 만든 그림책이 제가 찾은거만 세 권은 되더라구요 한국 작가 그림책도 있고…저는 좀 더 귀여운(?)버전 그림책을 눈독들이다 보게 되네요.

안나 2023-07-01 09:42   좋아요 1 | URL
아, 저는 두 권을 봤는데 한 권 더 있었네요. 한국 작가 그림책도 좋던데 제게는 이 그림책이 좀 더 와닿더라구요. 시도, 그림도 좋아서 선물할 때는 선물받는 사람 성향에 따라 달리 해도 좋을 것 같네요. 행복한 토요일 보내시고요 :)
 
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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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의 <눈부신 안부>, 제목과 표지는 그야말로 참 눈부신 조화가 아닐 수 없다. 늘 단편 위주의 소설을 쓰다가 등단한 지 12년 만의 첫 장편이라 하니 그 사실 만으로도 설레는 기분이었다. 누군가의 처음을 함께 공유한다는 건 언제나 기쁜 일이니까. 백수린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를 좋아하는 지인은 그녀를 “다정함의 작가”라 불렀는데, 다정한 작가의 첫 장편소설을 다정한 시선으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반응이겠다.

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제목의 “안부”에 시선이 한참 머물렀다. 안부, 누군가의 평안과 근황을 궁금해하며 마음을 쓰는 일. 그래서 안부에는 그렇게 기분 좋은 수식어가 많이 붙나 보다. 다정한 안부, 따뜻한 안부, 반가운 안부… 그중에서도 제일 좋은 안부는 기다리는지도 모르게 기다리고 있던 당신의 안부가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면서 미소가 지어졌던 이유는 우리는 각자, 누군가의 “당신”이라는 것. 문득, 내 안부를 기다리는 사람의 당신이 되어 다정한 안부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이에게 내 안부가 눈부신 안부처럼 도착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렇다면 백수린의 <눈부신 안부>는 과연 누구에게 도착하는 안부일까. 그리고 어떤 색깔의 안부일까. 표지처럼 정말 쨍하게 파란 빛깔의 안부일까. 궁금증은 더 커져만 갔고 읽을수록 이야기의 흡입력은 대단했다. "소리 없이 강합니다." 그만큼, 강력한 흡입력이었다.

소설을 읽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에게 소설 읽기란 사람을 깊이 이해하기 위한 것과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삶에 대한 이해가 되겠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다면 그저 읽기에 지나지 않겠지만 소설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환경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을 내 삶에서 녹여내는 것, 그것이 소설을 읽은 나에게 주어진 내 삶의 과제가 되는 것이다. <눈부신 안부>는 내가 접해보지 못한 참사 유가족의 삶과 독일 파견 간호 노동자의 삶이 등장하는데 주인공 해미의 눈으로 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어서 참 특별한 시간이었다. 파독 간호사(책의 표현) 중에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떠난 사람도 있지만 자유를 찾아서, 그리고 좋아하는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에 깊은 영향을 받아 설레는 마음으로 독일에 간 사람도 있었음을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한 가지 사건의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그저 가장 불행한 이야기로 뭉뚱그려 생각하며 산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다. "게으른 사람들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걸 배우려고 하는 대신 자기가 아는 단 한 가지 색깔로 모르는 것까지 똑같이 칠해버리려 하거든." (106쪽)

열두 살이 되던 해에 가스 폭발 사고로 언니를 잃은 해미는 그 사건을 통해 사이가 멀어진 부모님이 잠시 떨어져 있게 되면서 독일로 유학을 떠나는 엄마를 따라 동생 해나와 함께 가게 된다. 그곳에서 친이모인 행자 이모를 만나게 되면서 파독 간호사로 고국을 떠났던 마리아 이모, 선자 이모 등 여러 이모를 만나게 되고 그녀들의 딸과 아들인 레나, 한수와 친하게 지내게 되면서 언니를 잃은 아픔과 죄책감의 슬픔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암에 걸린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아주기 위해 그녀의 아들 한수는 해미, 레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그들은 선자 이모의 일기를 훔쳐 읽으며 K.H. 라는 이니셜의 단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파독 간호사인 이모들의 삶을 취재하게 된다.

"나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거짓말을 거듭하면서 내가 무엇을 거짓으로 말했는지가 헷갈리기 시작한다는 사실뿐이었다." (34쪽)

해미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슬퍼하는 것이 힘들어 독일 생활을 하면서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거짓말”은 내가 주의깊게 본 이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의 주요 키워드이다.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어 해미가 선택한 것이 거짓말이었고, 그것은 해미 자신이 살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었다. 거짓말 덕분에 모두가 편안하고, 해미도 거짓말에 숨어 보호받는 듯 보였지만 결국 그것이 해미 인생의 덫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해미는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레나와 한수에게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잊힌 사람처럼 살아가야 했던 것이다. 돌아보면 나도 어릴 적부터 내 삶을 위협하거나 불안에 빠뜨리게 하는 많은 요소를 핑계와 거짓말, 책임 전가 등으로 나를 보호하며 살아왔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나만 알면 그만인, 가장 쉬운 선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만 알고 남은 모르지만 가장 쉬운 선택인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인생에서 나를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씨앗임을 안다. 자신의 거짓말을 기억하기 위해 자물쇠 달린 일기장에 매일 기록하며 불안하게 살았던 해미처럼 그러한 선택은 삶의 평안을 앗아가는 것임을.

"생각해야 해. 내 안의 누군가가 다시 속삭였다. 생각해야만 해. 너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지? 더이상 도망치기만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았다." (264쪽)

<눈부신 안부>에서 특히 집중해서 본 부분은 참사 유가족이라는 환경 안에서 아픔을 이겨내고 타인이 바라보는 자신이 아닌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한 사람, 주인공 해미의 성장이었다. 해미는 자신이 살기 위해 선택한 거짓말의 덫에서 또한 살기 위해 지난 시간을 바로잡으려고 용기를 내었고, 그 용기는 자신을 끝까지 기다려 주며 다정하게 곁을 지켜준 행자 이모와 우재 덕분이었다. 우재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더이상 도망치기만 하면서" 살아서는 안 되겠기에 해미는 다시 선자 이모의 첫사랑 K.H. 찾기에 나서게 되면서 선자 이모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삶 또한 바로 잡을 수 있었다.

"다정한 마음이 몇 번이고 우리를 구원할 테니까." (304쪽)

언젠가 읽은 책에서 "나의 실존은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표현에서 위안을 얻은 적이 있다. 해미는 그 실존의 불안과 두려움 위에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두려움까지 덧대어졌다. 얼마나 불안한 삶이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그래서 해미는 거짓말을 통해 자신을 그토록 보호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해미가 비로소 과거의 자신에게서 놓여놔 제주로 향할 때, 해미에게서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눈부신 안부"를 받은 기분이었다. 그녀의 삶을 구원한 그녀의 용기, 그리고 거짓말 또한 어쩌면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해미의 방법이었겠구나. 해미 덕분에 많은 사람이 웃을 수 있었던 것도 해미의 다정함 덕분이었겠구나... 해미에게 정말 수고 많았다고, 너의 착한 마음이 많은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웃게 했다고 마지막으로 나도, 안부를 전하고 싶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한수를 구원해주고 싶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구원하고 싶었던 건 정말 한수였을까?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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