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 국정운영을 말하다
시진핑 지음, 차혜정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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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민심을 따를 때 흥하고 민심을 거스를 때 망한다.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라는 엔진을 단지 이십 년만에,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일궈내 미국을 위협하는 차기패권주자로 단숨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허나 최근의 중국발 금융 쇼크로 인해 중국 성장이 거품이 아니었냐는 견해가 조심스레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위안화의 평가절하가 마치 미국의 기축통화를 위협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춰졌지만 평가절하 이후 금융위기가 도래하자 중국경제에 대한 낙관론은 비관론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일본처럼 우리나라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이다. 아니 가깝지만 먼 나라가 일본이라 한다면 가까우면서도 경계해야 할 나라는 바로 중국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2012년 11월 15일부터 2014년 6월 13일까지 발표한 시진핑 국가 주석의 중요 연설, 담화, 발언, 문답, 회시, 축하 서신 등 총 79편을 오늘날 중국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에 초점을 맞춰 18개의 주제로 나누고 각 주제의 내용을 시간 순으로 묶은 것이다. 이 책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 고전 작품의 내용을 발췌, 인용함으로써 5,000년 역사의 중국을 움직이는 역사적 배경을 인상 깊게 설명하고 있다. 본문 중간에는 청년 시절 시진핑의 정치적 행보와 중국 최고지도자로서의 업무 수행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45장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으며, 부록으로 중국 신화사에서 발표한 ‘중공 중앙 총서기 시진핑에 대한 기록’을 통해 ‘인민을 위한 지도자’ 시진핑의 이모저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소강사회'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이다.

소강小康사회란 덩샤오핑이 중국현대화의 목표로 제기한 용어로, 국민의 생활수준을 넘어 경제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을 실현하데 있어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중국이 표방하는 미래지향적인 사회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소강사회를 달성하기 위한 중국공산당의 공식이념으로서 사용된다. '1978년 중국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확정한 후 덩샤오핑이 제창한 기본 원칙을 중심으로 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이론 체계는 마르크스주의를 중국화 하여 이룩한 최신 성과로서 ‘3개 대표중요 사상, 과학적 발전관을 포함하여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을 견지하고 발전시키며 계승하고 혁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를 고수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한 중국은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을 실현하고 인민의 행복한 생활을 창조하기 위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경제 건설, 정치 건설, 문화 건설, 사회 건설, 생태문명 건설 및 기타 각 분야의 발전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중국만 눈부신 경제성장을 일궈내며 명실상부한 G2로 급부상할 때까지만 해도 중국의 이념으로 내걸었던 '중국 특색 사회주의' 는 경제와 사회, 모든 면에서 성공한 것으로 시진핑이 믿고 있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처럼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정치제도를 경제제도 및 각 분야의 체제, 메커니즘 등 구체적인 제도와 유기적으로 결합한 제도로 중국인들의 실리를 추구하는 성향에 아주 적합한 이념이라 할 수 있다. 시진핑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역사적 사명으로 소강사회를 이루는 것이 시대의 사명이라 강조한다.

 

 

역사와 현실, 미래는 서로 통합니다. 역사는 과거의 현실이며 현실은 미래의 역사가 됩니다.-p92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서구 민주주의의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되곤 하는 이념이지만, 이 책 '시진핑'을 통해 마주하는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이다.  중국이 문호를 개방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마르크스 전선을 버린 것이 아니고 오히려 마르크스 사상을 전면 계승하고 있으며, 소강사회를 이루기 위해 사회주의를 현대화 한 것일뿐 사회주의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 게다가  작년까지 중국이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중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국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또한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는 손'의 적절한 조화를 위해서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국가의 거시적 조정하에 시장에 개입하는 경제개혁은 우리나라에도 필요한 부분이라 보여진다. 연설문이라 그런지 간결하여 상당한 분량임에도 무척 읽기 좋았다. "한중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과의 교류 증진을 기대하며, 이 책이 중국을 더 잘 이해하는데 충분하다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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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 전경린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6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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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으로 쌀쌀해진 날씨에 산에 오르면 가을이 주는 감각들이 피부에 스며드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럴 땐 고독은 덤으로 얻어지는 계절의 감각이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는 것처럼 바쁘게만 살다보면 감성은 어느새 황폐해져 삶에서의 감동도 무뎌져만 간다. 나른한 일상에 전경린 소설은 메마른 감성에 부어주는 마중물과도 같았다. 그녀의 문장이 이토록 아름답고 유려했는지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여성의 자의식을 이토록 치열하게 내밀히 들여다보는 소설 역시 본적이 없었다. 그것은 여성에게 금기시 되어 있는 성에 대한 자각과 동시에 불륜이라는 키워드를 이보다 더 아름답게 그려내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색,계

욕망은 색이고 규범은 계이다. 이 두 세계가 충돌하는 순간이 어쩌면 중년이라는 나이에 일어나는 지도 모르겠다. 관습과 제도(계)에 안정적으로 길들여진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았던 순종적인 여성 미흔이 욕망이라는 색에 눈을 뜨게 되면서 치닫게 되는 격정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스물 한 살에 만난 남자, 효경만이 그녀의 전 삶이자 전부라고 믿어왔던 여자 미흔. 모든 여성의 삶이 그러하듯 평범하게 사랑하고 결혼이라는 안정적 제도에 안착하였던 그녀의 삶은  계戒의 세계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타난 효경의 내연녀 정우의 폭로로 인해 그녀의 견고했던 세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미흔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고, 완벽한 사랑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정우는 그녀에게 마치 여성의 삶은 불행해야 한다는 듯이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게 재단된 게 아냐. 당신만은 행복하게 살 거라고 믿지? 그런 일은 없어. 그러기엔 나같이 불행하게 떠도는 여자들이 너무 많거든.’ 말을 남기고 떠났다.

 

 남편의 여직원이 온 그날, 그 일이 일어나자 모든 것이 달라져버렸다. 나를 포함한 그 모든 것이 다시는 예전처럼 되어지지 않았다. 만들다가 만 효경과 수의 트렁크 팬티는 언제까지나 상자 속에 구겨져 있었고 단 한 번 사용한 오븐은 다시는 열리지 않았으며 식탁의 서랍 속에 있던 시의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반납되지 않았다. 풀 먹인 부엌 커튼도 창문에 달리지 못한 채 굴러다녔고 오디오 속엔 듣다만 CD가 언제까지나 박혀 있었다. -p31

 

이후, 미흔은 극단적인 조울증과 무력증으로 약물 없이는 잠들지 못하는 삶이 지속 되었다. 효경은 사업도 어려워졌고 아내의 깊어가는 병에는 시골 생활이 좋다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대로 해변가 근처 서점을 얻어 시골 생활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그렇게해서 나비마을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마을을 떠다니는 부희의 신산스런 삶의 편린들과 인실댁 할머니의 기구한 사연과 마을에 유일하게 하나 있는 휴게소집  여자의 처절한 삶의 무늬들은 미흔의 위태로움과 어우려저 불길한 전조前兆를 드리운다.

 

하필이면 애인과 바람을 피다 시아버지를 낫으로 찔러 죽인 부희의 집(빈집)에서 뛰쳐나온 미흔과 마주하게 된 우체국장과의 첫 만남이후 둘 사이에는 이상한 기류가 흐른다. 미흔이 계의 세계에 길들여져 있다면, 규는 자기 내면의 욕구에 충실한 색의 사람이다. 그는 관습이나 제도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연애주의자였고 미흔에게도 자신의 연애방식인 구름 모자 벗기 게임을 제안한다. 서로에게 예속되지는 않고 즐기되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규는 그렇게 사랑에 빠지지 않은 채  절대적으로 욕망에만 충실한 관계만을 원했다.  

 

사람들은 옷을 입은 채로는 바닷물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하지만, 옷을 입은 채 바닷물에 빠지는 것도 인생이죠. 마음속에 금기를 가지지 말아요. 생은 그렇게 인색한 게 아니니까. 옷을 말리는 것 따윗 간단해요. 햇볕과 바람 속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되죠. 살갗이 간고등어처럼 좀 짜지기는 하겠지만.”

 

색과 계사이, 미흔과 규는 서로에게 탐닉하면서도 이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지 않으려 애를 쓰지만, 결국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사랑의 댓가는 놀라울 정도로 처절하게 끝을 맺는데, 한편으로 의아했던 것은 그 둘의 사랑을 미루어 짐작했을 때 규가 크게 다쳤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흔이 그를 찾아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색과 계, 욕망과 규범의 경계에서 미흔의 게임은 다시 제자리의 계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의 게임은 이미 내정되어 있던 것이다.  규와의 밀회장소로 가는 날을 '친정에 와서 밀회 장소로 가고 있는 부정한 여자, 내 일생에서 어쩌면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일 것'이라고 술회한 것처럼 체온이 뜨거운 동안만 날 수 있는 나비처럼, 미흔이 온전한 여성으로서의 특별한 날은 오로지 규를 만날 때 뿐이었을 것이다. 결국 이 둘의 게임은 , 남자는 사랑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한 것이었지만 여자는 사랑하기 위한 '단 하루'만의 특별한 날을 만들기 위해서 한 게임이다. 어쩌면 미흔의 사랑은  여자의 일생에 사랑은 연속성을 지니지 않는 일회성의 꿈(날지 못하는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은유가 아니었을까. 가족이라는 관습과 제도에 갇힌 여성의 삶 (계)에  내면의 욕망에 충실한 색의 세계가 서로 충돌하며 뽑아내는 특별한 날의 의미가 깊어가는 가을의 한숨처럼 처연하다.

 

"안녕하세요. 미흔이예요.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구요? 글쎄요. 어쩌면 그건 아주 평범한 일이죠. 문제는 그것이 장롱 속에 잠들어 있던 나를 깨웠다는 것이에요. 내가 나를 화약처럼 불붙여 상상력의 끝까지 달려갔다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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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대학, 중용 한글 사서 시리즈
신창호 지음 / 판미동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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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부분만 [한글맹자] 서평과 같습니다.  신창호 선생님의 <한글 논어> 이후 맹자, 대학, 중용이 차례로 출간되었다. 이 네권의 한글 사서는 동양의 공부론에 가장 핵심적인 텍스트이다. 저자는 이 사서를 읽는 순서를 대학, 논어,맹자, 중용으로 꼽는데 , 이 가운데  대학을 먼저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인생을 어떻게 살고 학문과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와 같은 커다란 프레임을 그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삶의 근본을 세워 주는 논어』를 읽어야 하고 다음으로 이제까지의 공부가 어떻게 응용되었는지를 살필 수 있는 맹자를 읽어야 한다고 한다. 사서 중중용을 마지막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옛사람들의 미묘한 지혜를 구하여 잘 살아가기 위함이라 한다. 사서에서 대학은 공부의 기본 입문서이고, 중용이 공부의 종결인 셈이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자가 대학을 가장 먼저 읽어야 할 경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대학의 가치가 더욱 중시되었다고 한다. 끝없는 배움의 길, 어른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마음가짐(修身(수신)이 바로 대학의 가치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착한 마음을 밝히려 하면(수신) 그것을 바탕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관심을 가지며 조화로운 관계를 만들게 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삶의 전개 과정에서 먼저 실천할 것이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알아야 아는 일이고, 나중에 할 것은 그 앎을 바탕으로 삶을 실천하는 해야 한다는 것이 대학大學의 기본 자세이다.

 

쉬운 조감을 그리면 수신이라는 나무에 격물, 치지, 성의, 정심이 열매로 맺혀 이후 제가와 치국, 평천하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대학은 공부의 가장 중요한 뼈대이자 몸통이며 자기 수양이라는 핵심 가치에 충실하지 않고는 어떤 열매도 맺을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이어 [중용]은 인생철학, 즉 인간의 삶을 근원적으로 논의한 철학 사상으로 인간의 심성을 확인하고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나아가 인간과 자연, 사회와의 관계속에서 최고의 ()을 지향하는 학문이다. 중용을 단순하게 마음의 중심이 되는 학문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잘못 이해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책에는 중의 갑골문자를 통해 쉽게 설명해주고 있었는데 중中은 나와 타인, 혹은 안과 바깥 사이에서 그것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표준이자 기준이며 잣대의 의미였다. 중용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 가운데, 변화하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때와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삶의 방향을 잡아주고 대학은 그 삶의 방향을 바르게 이끌어준다는 점에서 상치되는 학문이다.

 

작년에 도올 김용옥의 '중용의 맛'을 읽다가 너무 어려워서 중도 포기한 기억이 난다. 대학은 그다지 어려운 글은 아니지만, 중용은 관념적이라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한글로 중용을 읽으니 그 뜻이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한글로 된 고전을 '중용'으로 마무리지면서 한글고전 시리즈 중 대중적인 눈높이에서의 고전을 쓴 신창호 선생님의 혜안이 가장 빛나는 부분도 단연코 중용편이었다.

 

중용! 그 무성무취의 삶, 그것은 그저 담백談洦하다.

소리도 냄새도 없이 가장 맛이 없는 곳에서 최고의 맛, 그 향기를 드날린다!

 

이는 시간-공간, 정신-육체, -, 주관-객관,개체-일반,-,등 모든 착종된 복잡한 관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점, 조화를 지탱하는 점으로, 밸런스의 극치다. 즉 상대적이거나 상반되는 것의 뒤섞임 속에서 균형,조화, 밸런스를 중의 핵심적 내용으로 보는 것이다.

 

어른들의 배움의 길은 자신의 착한 마음을 밝히고, 백성을 새롭게 하며 지극히 착한 곳에 머무르는 데 있다. 머무를 곳을 안 되에 안정을 찾을 수 있으니, 안정을 찾은 뒤에야 고요할 수 있고, 고요한 뒤에 편안 할 수 있으며, 편안한 뒤에 생각할 수 있고, 생각한 뒤에 얻을 수 있다. 물건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마침과 시작이 있으니, 먼저하고 나중에 할 것을 알면 올바른 길에 가까울 것이다.’

 

대학의 길은 마음, 정신의 수양에 기초하여 인간 행위의 더 넓은 확장을 꾀한다, 이런 차원에서 대학은 마음에서 출발하여 다스림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수양으로부터 타자의 이해와 배려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살아가는 구체적인 이치를 세밀하게 일러 주고 있는 정치철학이자 교육철학이다.

 

핵심은 인간의 삶이다. ‘어떤 사람으로 어떤 사회에서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심사숙고다. 그 원리원칙에 대한 개인적 내면의 음성과 사회적 합의를 이룬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오감의 요청이다. 온몸으로 그 삶의 법칙과 철학을 깨닫는다면, 마음의 평화, 몸가짐의 안정, 깊은 사려를 통한 착한 인생의 변주가 이어질 것이다. 리듬과 멜로디와 하모니, 삼박자를 고루 갖춘 삶의 심금을 울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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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맹자 한글 사서 시리즈
신창호 지음 / 판미동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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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호 선생님의 <한글 논어> 이후 맹자, 대학, 중용이 차례로 출간되었다. 이 네권의 한글 사서는 동양의 공부론에 가장 핵심적인 텍스트이다. 저자는 이 사서를 읽는 순서를 대학, 논어,맹자, 중용으로 꼽는데 , 이 가운데  대학을 먼저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인생을 어떻게 살고 학문과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와 같은 커다란 프레임을 그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삶의 근본을 세워 주는 논어』를 읽어야 하고 다음으로 이제까지의 공부가 어떻게 응용되었는지를 살필 수 있는 맹자를 읽어야 한다고 한다. 사서 중중용을 마지막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옛사람들의 미묘한 지혜를 구하여 잘 살아가기 위함이라 한다. 사서에서 대학은 공부의 기본 입문서이고, 중용이 공부의 종결인 셈이다.

 

동양의 공부론은 율곡의 <격몽요결>에 잘 드러나 있다. 人生斯世 非學問 無以爲人(인생사세 비학문 무이위인) 말그대로 공부하지 않는 자는 사람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 고전공부론의 대전제다. 서양의 공부론은 그 대상이 신이든 자연이든 항상 밖으로만 치닫는 데에 반하여 동양의 공부론은 내면세계를 다스리는 것으로 한글 사서는 내면세계를 다스리기 위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필수 관문이나 다름없다. 

 

 

 

마음에 깊이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어떤 것을 잃을지 그 기미를 살필 수 있고, 마음에 깊이 생각하는 것이 없으면 그것으로 보존되는 것과 망실될 것이 드러나고, 재앙과 행복이 어떻게 올 것인지 분변할 길이 없게 된다. 이런 것은 모두 자신이 스스로 취함을 말한 것이다.”

 

맹자는 현재 중국 산동의 추현 동남쪽에 있었던 추나라 사람으로 기원전 372년경에 태어나 기원전 289년경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공자를 정통으로 계승하였고, 맹자의 독창적인 사상으로는 인간이 착하다는 성선설과 ()의 뜻을 이어서 ()를 설파했고, 이를 도덕 실천의 규범으로 삼았다. ()를 기르라는 陽氣(양기)의 학설을 주장하였고, 仁義(인의)를 근본으로 한 王道(왕도)로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철학을 이념으로 내세웠다.

 

맹자의 사상을 본성의 철학이라는 점에서 人性論(인성론)이라고도 하고, 마음의 철학을 강조하는 차원에서는 心學(심학)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한다.-p41

 

맹자는 모두 7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편의 명칭은 글의 첫머리 두 글자 또는 세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맹자편에서 자주 회자되는 소를 양으로 바꾸다以羊易牛(이양역우),‘하지 못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不能與不爲(불능여불위),‘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하다緣木求魚(연목구어) ,‘일정한 생업이 있어야 변함없는 마음이 있다.’라는 恒産恒心(항산항심)등 사자성어에 얽힌 일화들을 한글해석으로 만나는 것도 색다른 의미가 되었다.

 

한글로 맹자를 읽는다는 것은, 늘 타인을 향하였던 나의 허물을 마주하게 하는 것과 같았다. 전에 보지 못하였던 맹자의 일상적인 부분들이 더 부각되어 맹자 스스로가  얼마나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생활을 하였는지를 새삼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사람은 본래 착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 본성을 어떻게 갈고 닦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니 본성은 곧 마음의 소리이자, 마음의 주인이나 다름없기에 맹자는 마음과 본성, 감성을 묶어 하나의 세트라 하였다. 가슴 쓰리게 아파하는 측은, 부끄러워하는 수오, 양보하는 사양,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시비의 정감이 한 세트가 되어 본성을 이룬다. 이 네가지의 사단이 곧 맹자가 말하는 인의예지의 사단이다. 그렇기에 본성의 한 세트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이고, 좋지 못한 삶을 살게 되는 것도 이 세트를 잘 구비하지 못한 '나'의 잘못에서 기인한다.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그 허물이 타인에게 향하지 않고 나를 향하여 채찍질하는 공부야말로 참공부의 자세인 것을 <한글맹자>로 되새겨 본다.

 

 

헐뜯는 말을 잘하는 사악한 인간이 아무리 휼륭한 사람을 모함한다고 해도, 훌륭한 사람은 그것을 천명이나 천운으로 돌리고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엄밀하게 말하면, 맹자의 성선설은 사람의 본성이 착하다!’라는 의미보다는, 사람의 마음은 인의예지의 단서가 되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에는 착할 수 있는 실마리, 그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런 점에서 맹자의 성선설을 선단설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p132

 

이지와 같은 묵가는 남의 부모를 자기 부모와 동일하게 보고, 근본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 또는 후하게 처리해야 할 것과 간소하게 처리해야 할 것을 부시하며,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정서에 어긋나게 무차별 주의를 내세운다. 이는 인지상정으로 볼 때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p197

     

조기는 [장구]에서 사람의 평안과 위협은 모두 자기에게서 연유한다. 때문에 먼저 자기가 자신에 대해 파괴하고 공격하면, 그것을 보고 다른 사람이 공격하고 토벌해 온다. 그렇게 해서 생긴 재해는 자연적으로 생긴 재해보다 그 폐해가 심각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깊은 연못의 물가에 서서 빠지지 않도록 전전긍긍하며 무서워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p243

 

 

  지성인은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한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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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9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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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3차분이 출간되었다, [산시로][그 후]를 잇는 소설이다. 실제로 [그 후]를 집필한 후, 원고 독촉으로 급하게 []이라는 소설을 작명했다는 에피소드도 실려있다. 그 후에서 쓰여져 있듯이 그 후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었다. <산시로>에서는 도쿄의 대학 생활은 소설 [그 후]에서는 대학이후의 일을 그리고 있다는 의미와  <산시로> 이후 성숙한 남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후’였다. 

 

[문]은 [그후]와 [산시로]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연결성을 가지지만, 소설전반은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처럼 어둡기만 했다. 자본주의 물결에 동화되기 시작한 시대 분위기가 암울했던 이유도 있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위궤양 증세가 악화되어 가던 즈음에 집필된 탓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초기작품이었던 [도련님]을 빼고는  이후의 주인공들은 모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언저리에서만 머물고 있는 아웃사이더들이다. [산시로]의 산시로가 서툴고 어리석은 촌놈을 벗어나지 못한 채 청춘의 터널을 지나듯, [그후]의 다이스케가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이미 닐 아드리미라리 (어떤 일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경지에 이르러 스스로를 에고이즘과 탐미주의자로 만들어 시대를 탕진하듯이 []의 소스케 역시도 자신의 세계에 갇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정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서로 같았다.

 

금술이 좋은 부부라는 수식과는 다르게 소스케와 오요네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화목한 분위기보다는 우울함이 느껴졌는데 다소 답답해 보이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는 두터워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슬로우모션의 느릿한 비디오를 보는 듯 느릿느릿 전개되는 느낌이 아주 오래 전 흑백텔레비전 속의 무성영화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듯했다. 주위 환경에 한 템포 느리게 반응하는 것처럼 이들은 주변환경에 무심하리만치 느리게 반응한다. 게다가 아버지의 유산을 가로 챈 숙부가 소스케 명의로 두 쪽짜리 병풍 하나만을 남겨두고 가로챘음에도 화는커녕 순순히 병풍을 들고 집에 돌아온다.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에 그마저도 내다파는 것도 할 줄 몰라 몇 번을 들고 내갈 정도로 세상물정에 어둡기까지 하다. 

 

이들이 이렇게 주변과 단절된 듯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난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유복하게 살았던 소스케가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의 삶을 살아가게 된 계기는 아내와의 결혼에 있었다.  친구의 여자였으며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게 됨으로 집안과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학교도 휴학해야 했으며 친구가 소개해 준 직장에서 겨우 입에 풀칠하고 산다.  결혼 후 오요네는 세 번이나 유산했고 더이상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 

 

당시 인쇄술이 발명되어 막 보급이 되기 시작할 때, 난생 처음 보는 발명품 앞에서 소스케는 이런 말을 한다. '진짜인 것 같기도 하고 거짓말 같기도 해서 결국 그것이 세상에서 활용될 때까지는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없었'다고, 이처럼 소스케는 자신에게 닥친 현실 앞에서 그 무엇도 하지 못한 채 서있는 '문 밖의 남자'로만 존재했다. 산시로와 다이스케, 이어 소스케까지 어지럽고 혼란했던 근대라는 문 앞에서 늘 언저리에 머물며 부유하는 존재로 남겨지는 실존의 쓸쓸함의 노래가 아닐까.

 

그는 어떻게 해야 이 문의 빗장을 열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그리고 그 수단과 방법을 머릿속에서 분명히 마련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열 힘은 조금도 키울 수 없었다. 따라서 자신이 서 있는 장소는 이 문제를 생각하기 이전과 손톱만큼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닫힌 문 앞에 무능하고 무력하게 남겨졌다. 그는 평소 자신의 분별력을 믿고 살아왔다. 그 분별력이 지금은 그에게 탈이 되고 있음을 분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취사선택도, 비교 검토도 허용하지 않는 어리석은 외골수를 부러워했다. 또는 신념이 강한 선남선녀가 지혜도 잊고 여러 가지로 생각도 하지 않는 정진의 경지를 숭고한 것이라며 우러러보았다. 그 자신은 오랫동안 문 밖에 서 있어야 할 운명으로 태어난 사람 같았다. 그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지날 수 없는 문이라면 일부러 거기까지 가는 것은 모순이었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도저히 원래의 길로 다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견고한 문이 언제까지고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는 문을 지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또한 문을 지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도 아니었다, 요컨대 그는 문 아래에 옴짝달짝 못하고 서서 해가 지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불행한 사람이었다.-p253

 

 

3차분은 전기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춘분 지나고까지][행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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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5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림모노로그 2015-10-05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친구신청이야 언제든지 감사한 일이죠.. 저야말로 정말 감사드립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가을날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