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비즈니스 산책 - 세계가 주목한 스타트업의 요람 비즈니스 산책 시리즈
박대진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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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예루살렘 전기/2012/시공사>을 읽을 당시만 해도 이스라엘에 관한 책은 드물었다. 불과 2년 사이에 이스라엘 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속속들이 출간되는 것만 보아도 세상의 중심이 바뀌고 있는 기분이 든다. 오히려 이제까지 세계를 지배했던 서구 중심의 헤게모니에 작은 균열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다양한 책들의 출간은 기존 서구 중심의 문화에 길들여져  중동에 대해 배타적이었던 감정을 상쇄시키며 공동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장점이 있다.  생경하기만 했던 중동의 문화를 하나의 문화코드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층위를 이해하는 작은 실마리를 부여해준다.  

 

SNS에서  세계인이 본 미스터리 한국이라는 글이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세계인이 본 한국인은 - 세계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일본을 "쪽바리"라 하며 우습게 보는 유일한 종족이라 보고 - IMF경제위기를 맞고도 2년 남짓한 사이에 위기를 벗어나 버리는 유일한 종족이라 한다. 이외에도 - 자국 축구리그 선수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축구장 썰렁 하지만 월드컵 때는 700만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외신으로부터 '조작'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종족. -월드컵에서 1승도 못하다가 갑자기 4강까지 후딱 해치워 버리는 미스테리 종족,- 미국인들로부터 돈 벌레라 비아냥 받던 유태인족을 하루아침에 게으름뱅이로 내몰아 버리는 엄청난 생활 패턴의 종족이라는 글을 보면서 한국인이 지닌 독특한 문화가 외국인들에게는 무척 이질적인 종족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 한국인으로서 핵존심을 건드리지만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꿔보면 한국인들이 지닌 특성이 보편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미로 읽기에는 씁쓸한 맛이 남는 문화 품평이다.

 

이처럼 특이하고 비합리적인 민족이 있다면 나는 이스라엘을 꼽고 싶다팔레스타인에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는 모습을 보며 웃고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의 모습이 SNS로 전세계에 퍼지자, 이스라엘 사람들을 악마라는 비난을 퍼부었을 정도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 사진을 올렸던 기자는 러시아로 전출을 갔고 가자지구 학살에 대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은 정당하다 생각한다. 문맹률이 낮은 데다 수많은 학대와 핍박속에서도 자신들만의 리그로 똘똘 뭉쳐있는 이스라엘 사람들. 예수로 먹고 살면서 정작 예수를 모르는 나라이며 지중해 해변의 무역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물도 부족하고 여름에는 태양이 작열하며 겨울에는 바람이 살을 에는 지형임에도 세 종교의 성지이며 반유대주의와 박해로 유럽에서 쫓겨났지만 민족성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민족으로 고작 경상도만한 땅덩어리에 살면서 세계 유수의 인재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 

 

<이스라엘 비즈니스 산책>의 저자 박대진은 이런 이스라엘을 무지개의 나라라는 표현을 한다. 이스라엘이 가진 다양한 얼굴들을 보면 광야 한복판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무지개처럼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색깔을 떠올리게 된다고 한다.  저자 박대진은 이스라엘 전문가로 16세부터 이스라엘에서 히브리어 공부를 하였고 현재는 한국과 이스라엘의 비지니스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가 본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푸크 알 하푸크(반대를 위한 반대)’ 라는 뜻으로 반대를 뒤집어 거꾸로 생각해 보는 마인드를 지녔다고 한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창업을 많이 하는 나라로 꼽힌다. 어떠한 문제에서든지 정답을 찾으려고 하기 보다는 이리저리 뒤집어 사고하는 역설적인 사고가 이스라엘 스타일의 혁신을 만들어가며 독특하고 창조적인 비즈니스와 기술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히브리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이라는 것도 신선하지만 번역본이 아닌 한국인이 직접 현지답사를 통해 이스라엘의 민낯이 공개된다.  실시간 교통 정보를 알려주는 소셜네트워크와 네비게이션이융합하여 탄생시킨 웨이즈라는 교통정보 어플은 구글에 인수되었다. 웨이즈로 이스라엘인들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템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음을 방증한다. 저자는 이스라엘의 창의적인 아이템들의 성공이면에는 청바지와 폴로 셔츠와 같은 자유와 여유로움이라며 비지니스의 상징 모델인 정장과 넥타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스라엘 기업들의 현재를 보여준다. 역으로 전세계에 성공신화를 일으킨 것과는 달리 스타벅스는 이스라엘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반대로 맥도날드는 이스라엘 시장에서 성공하였는데 이는 이스라엘의 독특한 문화와 전통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는 실패하였지만 반대로 가격 파괴 혁명을 일으키며 이스라엘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커피는 '코픽스'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코픽스는 부당하게 거래되는 커피 값을 공정한 가격을 제시하여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한몸에 받았다. 코픽스와 같은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대머리 아저씨 맥스 브레너의 초콜릿 바는 초콜릿 고장이었던 유럽을 가뿐히 제치고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코픽스와 대머리 아저씨의 초콜릿, 전기 자전거와 같은 성공사례를 보면 이스라엘 사람들이 한 아이템을 만들더라도 굉장히 치밀하고 섬세하게 아이템 구상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가지 아이템이 성공하면 창의성이나 독창성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가게가 오픈되고 있는 한국과는 많이 비교 되는 부분이다. 대기업의 횡포와 갑질에 눌려 창업할 용기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경제 형편에서 이스라엘의 비지니스가 불황을 타파할 수 있는 단초가 되어 줄 것이라 생각된다. 국토는 작지만 한국처럼 작고 단단한 힘을 가진 이스라엘이 세계를 공략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푸크 알 하푸크(반대를 위한 반대)’ 라는 비지니스 마인드가 지금의 이스라엘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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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 - 김홍도의 제자가 되어 그림 여행을 떠나다
한해영 지음 / 시공아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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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효과 좋은 힐링은 미술 감상이다. 서양화와는 다르게 동양화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색의 파동 없이도 자연의 숨결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은 생동감이 담겨있는 동양화로 단연코 단원 김홍도 작품을 꼽는다. 단원 이전에도 풍속화가 그려졌지만 해학과 생동감이 부족했다. 조선시대에 풍속화는 문인화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저속한 그림으로 취급받아 선비화가들은 그리기를 꺼려하는 풍토였지만 중인 출신이었던 단원 김홍도 서민의 삶과 밀착한 그림들을 그리며 풍속화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은 삶 그자체를 화폭을 담아내었다.

 

 

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4년 우수 출판 콘텐츠 선정작이다. 김홍도가 그렸던 수많은 그림들은 조선 후기 농민이나 수공업자와 같은 서민들의 생활상을 소재로 하여 다양한 모습들을 남겼다. 평안 감사의 부임을 축하하기 위해 베푼 연회를 그린 작품인 <부벽루연회도> 에서도 주변의 다양한 풍경이야기들을 세밀하게 담아내어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저자 한해영은 그림 안으로 빨려 들어가 김홍도의 제자가 되어 그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준다. 가난한 부부들의 소소한 일상에 담겨 있는 서민들의 애환과 사농공상(선비,농부, 공장, 상인)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는 씨름에서는 단원 김홍도의 해학과 생동감이 절정에 이른다. 서민의 삶과 정서에 밀착된 일상의 모습인 대장간의 풍경과 서민들의 생업, 윷놀이와 빨래터의 아낙네들의 모습을 단원 김홍도와 저자 한해원의 대화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준다.

 

 

속화는 대중을 위한 그림이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림이지. 씨름 또한 신분의 제약을 떠나 오직 실력으로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놀이라네. 평민도 양반도 평등한 세상이 바로 씨름판일세. 그러니 양반이 허공에 들려 꼼짝달싹 못하는 모습에서 이 그림의 긴장감이 완성되는 것이야.”

 

 

타임머신을 타고 간 조선시대에서 저자 한해영은 상상력을 부여하여 한 편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흥미진진한 여행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조선 시대의 저잣거리를 누비는 단원과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단원 김홍도 그림의 진경을 들을 수 있는 색다른 미술책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원 김홍도의 삶이 재조명이 많았던 것은 중인 출신으로 궁중화원이 되었고 환쟁이의 신분으로 연풍 지역 현감의 자리까지 오르는 영광을 누렸지만 임금의 명으로 파면된 후의 단원의 삶은 역사의 여백으로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풍속에서 저잣거리의 유곽과 여관의 길 떠나는 나그네나 땔나무와 오이를 파는 아낙의 모습은 단원 김홍도만이 그릴 수 있는 풍경이다. 삶의 애환을 딛고 평범한 이들이 선인이 되는 꿈을 꾸었던 단원 김홍도는 삶자체에서 향유하는 예술의 즐거움을 화폭에 담았다.

 

선계의 붓으로 그리는 단원 김홍도와 함께 하는 그림여행은 저잣거리에 생명을 불어넣고 금강산이 절경으로 눈앞에서 장관을 이루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며 나비의 날갯짓이 느껴지는 모험이 함께 한다. 풍부한 도판과 단원에게 듣는 그림이야기는 조선인들의 삶과 예술을 여행하는 즐거움이 있다. 

 

진정한 예술은 내가 즐거우면 그만인 것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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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한의학 - 낮은 한의사 이상곤과 조선 왕들의 내밀한 대화
이상곤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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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들이 의외로 오래 살지 못하였다.  그 이유로 가장 유력한 것이 독살설이었다.  이덕일 님의 [조선 왕 독살설]을 읽으면서 독살설은 꽤나 신빙성 있게 들렸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그리고 가장 안타까워 했던 독살설의 주인공을 꼽자면 정조와 경종, 소현세자, 효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조금만 더 오래 살았더라면 조선의 역사를 바꿀 수 있었던 현명한 왕들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분명 왕에게는 역사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자이자 곧 나라 그 자체였던 조선의 왕은 거의 단명했다.  태조를 시작으로 하여 고종까지 오백년이 넘는 조선역사에  50년을 넘게 재위한 왕은 영조가 유일무이하다. 유일하게 영조가  52년 동안 왕좌를 지키며 83세까지 장수하였지만, 서자출신이라는 꼬리표와 당쟁이라는 권력의 이전투구로 불행한 삶을 살았다. 

 

왕의 한의학》은 조선 왕의 몸을 통해 조선의 역사를 재탐구하는 책이다. 흔히들 역사를 승자의 기록이라 하듯이 승자의 시선에서 쓰여진 역사가 아닌 왕의 지극히 은밀한 부분이었던 사생활과 사람의 역사에 초점을 맞춰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색다른 프레임의 역사서이다. 한의사인 저자는 환자의 몸에서 삶을 읽어내듯이 조선 왕의 몸과 마음에 남겨져 있던 삶의 흔적들이 병이 된 연유를 한의학이라는 돋보기로 보았을 때 역사에서 어느 정도의 사실성을 띠게 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왕의 몸은 바로 조선 역사의 바로미터다.

 

조선 역사의 거울이 될 수밖에 없는 왕의 몸과 질병의 기록을 한의사의 눈으로 응시하는 작업을 왕의 한의학이라 부를 것이다. 왕의 한의학을 통해 왕의 몸과 병에 응축된 조선의 사회, 문화, 사상을 해독해 낼 수 있고, 역사 기록의 우물 속에 감춰진 진실을 퍼올릴 수도 있다.

 

왕의 몸을 통해 읽는 조선 역사는 실로 흥미로운 것이 많다. 한글창제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학질과 소갈병, 다리의 부종, 안진 , 임질, 풍질, 강직성 척추염을 앓다가 중풍으로 사망한 세종의 몸은 한 개의 병이 나으면  또 다른 병이 찾아오곤 하였다. 즉위하자마자 아버지(태종)와 어머니의 불화는 날로 심화되었고, 외삼촌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이어 장인의 처형과 장모의 노비전락과 이어진 국상으로 세종의 몸과 마음은 고통으로 유린당한 상태였다. 재위 초부터 시작된 상례로  누적된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는 결국 몸에 병을 불러왔다. 이렇게 한의사인 저자는 환자가 살아온 삶의 흐름과 이력이 질병의 함의와 맥락을 같이 한다는 의학적 견지로 조선의 역사를 이해한다. 한의사는 환자가 느끼는 신체적 고통만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이유를 되새기면서 환자의 상태를 수용하고 이해하여 처방을 한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보면 마치 환자와 만나서 환자의 삶을 이야기 하듯 조선왕의 몸과 역사가 하나의 궤를 같이 하여 삶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조선의 왕은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왕이기 이전에 먼저 인간이었으며 왕이기에 앞서 아들이며 왕이기 전에 남자였기 때문이다.

 

왕의 독살설 중에 가장 신빙성있게 비춰졌던 경종의 '게장과 생감'에 대하여 저자는 독살설이라기 보다는 경종의 병약한 삶에서 비롯되었음을 역사에서 살펴보고 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 희빈 장씨가 사약을 받는 장면을 목격한 데다가 평소 간질과 비만성 질환에 시달리는 종합병원이나 다름없었던 병약한 몸이 게장과 생감을 소화할 체질이 아니었던 것이다.  경종의 병약함을 보면 게장과 생감이 죽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게장과 생감이 독을 만드는 조합은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 [광해]에서는 왕이 매화틀(변기)에서 볼일을 보고 난 후 나인들이 뒷처리를 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저러니 조선 왕들이 오래 못 살았지' 라는 말이 절로 나왔던 것 같다. 태조부터 순종까지 27명의 왕 중에서 52년 동안 왕좌를 지키며 83세까지 장수한 영조가 유일무이한데 저자가 꼽은 영조의 건강 비결이다.

 

첫째. 자기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했다.

둘째. 자신에게 어떤 처방이 맞는지 정확하게 알았다. 

셋째. 강한 의지를 가지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했다.

겨우 50세를 전후해서 생을 마감한 다른 왕에 비해서 영조는 정신적으로도 강했던 왕 같다. 태조나 태종, 세종, 문종, 세조 등 조선 왕들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종기와 소갈병을 달고 살다 종기나 질병으로 사망한 것과 달리 영조는 자잘한 병을 앓긴 했지만 노환으로 죽었다. 다른 왕에 비해서 비교적 건강하게 돌아가신? 편이다. 그렇다고 다른 왕들이 의학적 지식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세종이나 문종, 세조, 성종, 중종, 명종, 숙종, 정조 등 의학적 지식이 해박했던 왕들도 병에 걸려 갑작스럽게 죽었다. 그러고 보면 조선의 왕중에서 병으로 신하들이 간언하는 기록은 있지만 영조처럼 자신의 몸을 관리하였던 왕의 기록은 없는 듯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실천했던 왕은 영조가 유일하다.  대부분 조선의 왕이 독살당했다는 일부 역사가들의 주장에 대해 저자는 조선 왕들의 독살설은 당쟁이라는 권력의 이전투구가 낳은 설이지 독살설의 대부분은 의료 기록에 대한 오독이나 무지의 결과라고 한다. 당시 시대상으로 중증 뇌일혈과 같은 질환은 외과적 대처가 불가능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당시 사약을 내려도 죽지 않아 조광조 같은 경우에는 독한 술을 마시게 하여 죽게 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조선 시대에 오히려 독살은 성공하기 힘든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의학적 사고의 지평을 넓혀준다는 의의도 있는 책이지만 조선의 역사를  전혀 다른 프레임으로 바라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사람에게 죽음에 이를 세 가지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다 자초하는 것입니다.

잠들 때를 놓쳐 숙면의 시기를 놓치거나,

먹고 마시는 것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과로를 하거나 지나친 편안함에 젖는 것이

그것입니다.

 

-공자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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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5-01-22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독살설도 흥미있게 봤지만, 기실 생각해보면 엄청난 스트레스와 과체중, 그리고 운동부족이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사진으로보면 구한말 왕족이라는 사람들이 대부분 제대로 의자에 앉아있기도 힘들어 보이는 비만한 체구더라구요. 물론 무절제한 음주와 성생활도 빼놓을 수 없구요.

드림모노로그 2015-01-22 10:58   좋아요 0 | URL
왕들이 의관들을 가르칠 정도로 의학적으로 해박한 지식을 가졌는데 운동할 생각을 안했다는 것이 이상하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지금 시대야 과체중을 비만이라하여 질병으로 간주하지만 , 그 당시에는 과체중을 질병을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과체중을 선호했던 문화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 조선시대 미인도를 보면 통통한 여성이 미인이잖아요 ㅎㅎㅎ
그러니 살을 뺄 생각들을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요?
뚱뚱한 체형이 호남형이라 한다면 말이지요 ㅋㅋㅋ(이건 그냥 제 생각 ㅋㅋ)
그렇게 많은 병에 시달리면서도 운동한 왕이 없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합니다 ㅎㅎ
그런거 보면 사극에서 몸짱 현빈,이병헌 이런 건 다 뻥인 거죠 ㅎㅎ

문호가 개방되는 조선 말에는 독살이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사약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해 포졸들이 목을 졸라 죽이거나 했다는 기록을 보면 독살설도 성공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짐새라는 독으로 독약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짐새는 실존의 새가 아니라 신화속의 새라는 설이 많더라구요


transient-guest 2015-01-22 10:4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아마도 절대다수가 마른 체형이었을 시절이니까, 잘먹고 살찐게 부와 건강, 그리고 귀한 신분의 상징이었을 것 같아요. 요즘에는 잘 안쓰이는 말이지만 오죽하면 우리말에 튀어나온 배를 `사장님 배`라고 했겠어요..ㅎ 가까운데서 보면 북한이 딱 그러네요. 20대에 통풍이 올 정도의 비만이 지도자위 위상을 보여주는..ㅎ

드림모노로그 2015-01-22 10:49   좋아요 0 | URL
아~ 맞습니다. 뚱뚱한 체형을 다른 잣대로 보면 부의 상징이라 할 수 있지요. ㅎㅎㅎ
왕들의 풍만한 체형을 덕의 상징이라 한다면 더욱 그렇겠죠. ㅎㅎㅎ
그래도 좀 안타까운 일이긴 합니다.
현명했던 문종이나 소현세자,정조 같은 분들이 오래 사셨으면 더 많은 업적을 남기셨을 텐데...
짧아도 너무 짧고, 고통스럽게 가셨으니 ^^;;
이 책 정말 역사서로도 훌륭하고 한의학적 상식으로도 배울 점이 참 많은 책입니다 ㅎㅎ ~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백년법 - 상 - 제6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대상 수상작
야마다 무네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애플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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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진시황의 숙원이었던 불로불사의 사회를 이 소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러고보면 인생은 삶과 죽음으로 축약되는 것 같다. 어쩌면 죽음이 주는 시간의 유한성이야말로 삶의 밑거름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대상 수상작으로 줄거리는 단순하다 볼 수 있다. 불로불사가 이루어진 사회에서 벌어지는 인간 내면의 욕망과 첨예한 갈등을 통해 '삶과 죽음'을 투명하게 반추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문제들임에도 무심하게 넘겨왔던 정치와 국가, 나아가 인권의 문제까지 굉장히 포괄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정치적이다.  

  

서기 2048, 불로화기술HAVI이 보급되면서 불로불사의 사회를 맞이한 일본사회. 스무 살 전후에 불로화시술을 받는데 뱀파이어나 드라큐라처럼 노화가 진행되지 않는다. 그런데 막상 불로불사가 이루어지고 나니 노쇠하지 않는 육체보다는 노령화된 두뇌가 문제이다. 게다가 각계각층에 포진된 정치지도자들의 장기집권과 젊은 이들에게 일자리가 배분되지 않는 사회에서 오히려 불로불사는 심각한 문제들을 불러일으키는 원흉이 되어 버린다. 자구책을 찾던 중 '생존제한법'이라는 백년만 살게 하는 법 시행을 앞두고 국민투표를 하지만 백년법은 동결된다. 다수의 반대로 백년법이 동결되었지만 일본 사회는 전례없이 더 혼란해지고 산발적인 폭탄테러와 자살자들의 증가로 백년법을 시행하게 되는데 민심을 담보로 자신의 정치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정치지도자들과 백년법의 도입과 거부자들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들, 영원한 생명을 주었지만  반대로 HAVI가 낳은 암덩어리 SMOC로 일본사회는 또 한번의 멸망의 위기를 맞이한다.

 

 

 

         생과 사의 경계를 잃은 자에게 영원한 삶이란 죽음과 동일한 의미지.

  

 나는 이 책이 정말 재미있었던 것이 요즘 우리 지역 사안과 맞물려 있어서 더욱 실감나게 읽었다. '백년법'을 두고 자신의 정치적 욕망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수많은 반대와 악평에도 대의를 위해 희생을 각오하는 사람도 있다.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군상들을 통해 투명하게 비춰지는 욕망들이 작금의 사회를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찍어낸 듯 하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념과 사상을 편견과 왜곡없이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백년법을 두고 벌이는 일련의 사태들이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통찰로 빚어내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천착이 깊이있게 느껴진다.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어 죽음이 삶을 견고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죽음이 없는 사회가 오히려 어마어마한 공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센세이션하면서도 놀라운 발견이었다. 죽음에 대한 자각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가치있게 하며  앙금처럼 기억 저편에 자리잡고 있는 죽음이란 존재야말로 유한한 시간성에  갇혀 있는 우리의 삶을 반짝거리게 하는 것임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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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23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건 스타터스˝ 라는 책이 언뜻 떠올라요..그치만 흥미로와..보려고..기대중..!

드림모노로그 2015-01-23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미래의 나우시카가 연상되었어요. ~~

[그장소] 2015-01-23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우시카는 애니.스타터스는 책.약간..청소년스타일..같은..대출해다줘서 별수없이 읽은..막상 읽으니..매트릭스같기도..

드림모노로그 2015-01-23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애니필 나요 ㅎㅎ
일본 특유의 정서가 비슷한..
자연과 인간. 미래 이런 재료들이요.^^

[그장소] 2015-01-24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서재도 애플 에러..나요..?! 푸하하.
그럼..굿 나잇~ 내일 또..뵈어요!(^-^)v
책 소개 감사해요.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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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십이국기는 이웃님의 리뷰로 알게 되었다. 현재 『마성의 아이』와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가 출간되었다. 각권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라 어느 권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첫 권이라 하여도 무방한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등장부터 임팩트가 상당하다. 평범한 여고생인 요코를 찾아 온 묘연의 남자 게이키, 게이키의 등장과 동시에 쑥대밭이 되는 학교의 풍경.  여고생 요코를 추적하는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출현하고 추격자 요마들을 피해 도망치다가 십이국기에 표류하는 것이 요코의 십이국기 여행서막이다.  태어날 때부터 빨간 머리였던 요코는 남들과 다른 머리카락 색깔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고 이형의 짐승들에게 쫓기는 악몽을 꾸며 현실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가운데 '주인님' 이라 하며 나타난 게이키와 요코를 노리는 추격대의 존재, 게이키 주변의 사람도 아닌 괴물도 아닌 정체불명의 인물들은 요코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추격자들을 상대로 싸우라고 게이키가 던져 준 검은 요코의 검이라 하지만 사용법을 전혀 모르고, 검을 쓸 줄 모르는 요코를 보호하기 위해 요코의 몸에 '조유'라는 수호신을 심어주는 게이키. 요마와의  전투중에 공중에서 떨어진 요코는 교국의 한 해변가에서 눈을 뜬다. 게이키의 흔적은 사라지고 홀로 십이국기에 버려진 요코는 교국에서 해객(다른 나라에서 뭍으로 떠밀려 온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철 모르던 여고생이 하루 아침에 요마와 교국에서 쫓기는 신분이 되던 그녀를 자식처럼 거두어 준 닷키라는 여인은 해객이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요코를 기녀로 팔 생각에 엄마처럼 대해준다. 우연히 닷키의 속내를 알게 된 요코는 닷키에게서 도망치다 숲속에서 일본인 해객을 만나지만, 노인은 요코의 지갑을 훔쳐 달아난다. 숲속에서 굶주림과 탈진으로 지쳐가던 그녀 앞에 커다란 쥐의 모양을 한 '라쿠슌'이 나타난다. 라쿠슌의 도움으로 요코는 해객이 살 수 있는 안국으로 떠난다. 여행을 통해 조금씩 십이국기의 실체를 알게 되는 요코. 두려움과 공포에 지쳐가던 요코는 추격자들을 피해 자신의 나라인 경국에 무사히 갈 수 있을까? 십이국기로 이끌었던 기린 게이키의 존재는 어떻게 된 것일까? 요코는 과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반드시 살아서 돌아갈 거야!"   

 

 

 

연꽃 모양의 특이한 형상을 이루고 있는 12개의 국가와  그 국가를 연결해 주고 있는 것은 바다다. 사람은 건널 수 없는 허해와 물은 없이 거친 바위산과 사막, 늪지대와 밀림으로 이루어져 있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십이국기를 다스리는 12왕과 12기린들의 이야기는 책을 펴 드는 순간부터 빠져 나올 수 없는 판타지의 세계다. 판타지 세계를 즐길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이고 표면적인 독서는 모험 소설을 읽은 듯 행간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전혀 다른  이물의 세계에 버려져 철저히 홀로 된 여고생 요코가 자신의 나라와 정체성을 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과 함께 하다보면 삶의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속고 속이는 세상과 타협하며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가파른 경계를 오간다. 처음 교국에 표류하였을 때만 하더라도 망망대해와 같은 십이국기에 표류한 작은 돛단배 같았던 요코는 수많은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하며 담듬질되어 강인한 여왕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한 소녀의 눈부신 성장기라는 기본테마에 문학이 추구하고자 하는 권선징악의 미덕이 양념처럼 잘 배여 있는 판타지로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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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9 10: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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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9 10: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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