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 - 김홍도의 제자가 되어 그림 여행을 떠나다
한해영 지음 / 시공아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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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효과 좋은 힐링은 미술 감상이다. 서양화와는 다르게 동양화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색의 파동 없이도 자연의 숨결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은 생동감이 담겨있는 동양화로 단연코 단원 김홍도 작품을 꼽는다. 단원 이전에도 풍속화가 그려졌지만 해학과 생동감이 부족했다. 조선시대에 풍속화는 문인화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저속한 그림으로 취급받아 선비화가들은 그리기를 꺼려하는 풍토였지만 중인 출신이었던 단원 김홍도 서민의 삶과 밀착한 그림들을 그리며 풍속화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은 삶 그자체를 화폭을 담아내었다.

 

 

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4년 우수 출판 콘텐츠 선정작이다. 김홍도가 그렸던 수많은 그림들은 조선 후기 농민이나 수공업자와 같은 서민들의 생활상을 소재로 하여 다양한 모습들을 남겼다. 평안 감사의 부임을 축하하기 위해 베푼 연회를 그린 작품인 <부벽루연회도> 에서도 주변의 다양한 풍경이야기들을 세밀하게 담아내어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저자 한해영은 그림 안으로 빨려 들어가 김홍도의 제자가 되어 그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준다. 가난한 부부들의 소소한 일상에 담겨 있는 서민들의 애환과 사농공상(선비,농부, 공장, 상인)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는 씨름에서는 단원 김홍도의 해학과 생동감이 절정에 이른다. 서민의 삶과 정서에 밀착된 일상의 모습인 대장간의 풍경과 서민들의 생업, 윷놀이와 빨래터의 아낙네들의 모습을 단원 김홍도와 저자 한해원의 대화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준다.

 

 

속화는 대중을 위한 그림이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림이지. 씨름 또한 신분의 제약을 떠나 오직 실력으로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놀이라네. 평민도 양반도 평등한 세상이 바로 씨름판일세. 그러니 양반이 허공에 들려 꼼짝달싹 못하는 모습에서 이 그림의 긴장감이 완성되는 것이야.”

 

 

타임머신을 타고 간 조선시대에서 저자 한해영은 상상력을 부여하여 한 편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흥미진진한 여행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조선 시대의 저잣거리를 누비는 단원과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단원 김홍도 그림의 진경을 들을 수 있는 색다른 미술책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원 김홍도의 삶이 재조명이 많았던 것은 중인 출신으로 궁중화원이 되었고 환쟁이의 신분으로 연풍 지역 현감의 자리까지 오르는 영광을 누렸지만 임금의 명으로 파면된 후의 단원의 삶은 역사의 여백으로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풍속에서 저잣거리의 유곽과 여관의 길 떠나는 나그네나 땔나무와 오이를 파는 아낙의 모습은 단원 김홍도만이 그릴 수 있는 풍경이다. 삶의 애환을 딛고 평범한 이들이 선인이 되는 꿈을 꾸었던 단원 김홍도는 삶자체에서 향유하는 예술의 즐거움을 화폭에 담았다.

 

선계의 붓으로 그리는 단원 김홍도와 함께 하는 그림여행은 저잣거리에 생명을 불어넣고 금강산이 절경으로 눈앞에서 장관을 이루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며 나비의 날갯짓이 느껴지는 모험이 함께 한다. 풍부한 도판과 단원에게 듣는 그림이야기는 조선인들의 삶과 예술을 여행하는 즐거움이 있다. 

 

진정한 예술은 내가 즐거우면 그만인 것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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