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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ㅣ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평점 :
이 책 십이국기는 이웃님의 리뷰로 알게 되었다. 현재 『마성의 아이』와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가 출간되었다. 각권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라 어느 권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첫 권이라 하여도 무방한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등장부터 임팩트가 상당하다. 평범한 여고생인 요코를 찾아 온 묘연의 남자 게이키, 게이키의 등장과 동시에 쑥대밭이 되는 학교의 풍경. 여고생 요코를 추적하는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출현하고 추격자 요마들을 피해 도망치다가 십이국기에 표류하는 것이 요코의 십이국기 여행서막이다. 태어날 때부터 빨간 머리였던 요코는 남들과 다른 머리카락 색깔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고 이형의 짐승들에게 쫓기는 악몽을 꾸며 현실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가운데 '주인님' 이라 하며 나타난 게이키와 요코를 노리는 추격대의 존재, 게이키 주변의 사람도 아닌 괴물도 아닌 정체불명의 인물들은 요코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추격자들을 상대로 싸우라고 게이키가 던져 준 검은 요코의 검이라 하지만 사용법을 전혀 모르고, 검을 쓸 줄 모르는 요코를 보호하기 위해 요코의 몸에 '조유'라는 수호신을 심어주는 게이키. 요마와의 전투중에 공중에서 떨어진 요코는 교국의 한 해변가에서 눈을 뜬다. 게이키의 흔적은 사라지고 홀로 십이국기에 버려진 요코는 교국에서 해객(다른 나라에서 뭍으로 떠밀려 온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철 모르던 여고생이 하루 아침에 요마와 교국에서 쫓기는 신분이 되던 그녀를 자식처럼 거두어 준 닷키라는 여인은 해객이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요코를 기녀로 팔 생각에 엄마처럼 대해준다. 우연히 닷키의 속내를 알게 된 요코는 닷키에게서 도망치다 숲속에서 일본인 해객을 만나지만, 노인은 요코의 지갑을 훔쳐 달아난다. 숲속에서 굶주림과 탈진으로 지쳐가던 그녀 앞에 커다란 쥐의 모양을 한 '라쿠슌'이 나타난다. 라쿠슌의 도움으로 요코는 해객이 살 수 있는 안국으로 떠난다. 여행을 통해 조금씩 십이국기의 실체를 알게 되는 요코. 두려움과 공포에 지쳐가던 요코는 추격자들을 피해 자신의 나라인 경국에 무사히 갈 수 있을까? 십이국기로 이끌었던 기린 게이키의 존재는 어떻게 된 것일까? 요코는 과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반드시 살아서 돌아갈 거야!"
연꽃 모양의 특이한 형상을 이루고 있는 12개의 국가와 그 국가를 연결해 주고 있는 것은 바다다. 사람은 건널 수 없는 허해와 물은 없이 거친 바위산과 사막, 늪지대와 밀림으로 이루어져 있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십이국기를 다스리는 12왕과 12기린들의 이야기는 책을 펴 드는 순간부터 빠져 나올 수 없는 판타지의 세계다. 판타지 세계를 즐길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이고 표면적인 독서는 모험 소설을 읽은 듯 행간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전혀 다른 이물의 세계에 버려져 철저히 홀로 된 여고생 요코가 자신의 나라와 정체성을 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과 함께 하다보면 삶의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속고 속이는 세상과 타협하며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가파른 경계를 오간다. 처음 교국에 표류하였을 때만 하더라도 망망대해와 같은 십이국기에 표류한 작은 돛단배 같았던 요코는 수많은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하며 담듬질되어 강인한 여왕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한 소녀의 눈부신 성장기라는 기본테마에 문학이 추구하고자 하는 권선징악의 미덕이 양념처럼 잘 배여 있는 판타지로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