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펜 공부법
아이카와 히데키 지음, 이연승 옮김 / 쌤앤파커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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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별 공부법을 다 봤지만 [파란펜 공부법]은 첨 본다. 근데 방법도 초간단이다. 초간단 3분요리도 재료를 준비하고 그릇도 있어야 하고 전자렌지도 있어야 하는데  파란펜 공부법은 3분요리보다 더 쉽다. 우선 '파란펜'과 '노트'만 있으면 끝이다.

 

 

와세다 학원 창립자인 아이카와 히데키는 학원에서 공부법을 지도하다가 파란펜을 사용한 공부법을 고안하였다고 한다. 저자는 학원생들을 통해 이미 파란펜 공부법의 놀라운 효과를 경험해 보았다고 한다. 파란펜 공부법은 성적 향상뿐만  아니라 사회 진출에도 통용되는 평생 학습법으로 저자는 단, 두 가지 방법만을 제안한다.

암기하고 싶은 단어나 문장을 파란펜으로 적고, 적고, 또 적는다.(=파란펜 암기법)

노트와 메모를 할 때는 무엇이든 적겠다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쓴다. (=무작정 쓰기 필기법)

  이름 그대로 파란펜으로 암기하고 적고 싶은 내용을 시도때도 없이 적는 법이다. 

파란펜과 A4사이즈의 노트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파란펜 공부법이 통용된다.

 

 

저자는 인생 성공의 3스텝으로 선택집중계속이라는 세 단계를 꼽는데 파란펜으로 적는 연습을 하면 이 세가지가 모두 충족된다고 한다. 그 이유를 행동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파랑이라는 색깔이 흥분 상태를 가라앉히는 진정 효과가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 효과는 일본의 가로등 설치의 예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한 작은 도시에서 오렌지색이었던 가로등을 파란색으로 바꾸자 범죄 발생률이 격감한 사실이 있었고 일본에 이 사실이 보도되자 일본의 나라 시에서는 가로등 색을 파란색으로 모두 바꾸었다. 이후 나라시는 21,365건에 달하던 범죄가 가로등 설치이후 18,299건으로 대폭 감소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시즈오카 현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16곳이 파란색 가로등을 설치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파란 색의 진정 효과는 이렇게 범죄도 줄어들게 할 정도이다. 

좀 더 디테일한 설명도 있다. 인간의 뇌는 파란색을 보면 시상하부가 자극을 받아 세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킨다고 한다. 반대로 인간의 뇌는 빨간색을 보면 흥분 작용을 하는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킨다. 파란색을 보면 빨간색에 비해 맥박수가 20회 가량 줄어들었다는 임상 실험 결과도 있. 따라서 우리가 흔히 빨간 펜으로 중요한 부분을 기입하는 것은 흥분 작용을 일으키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기 때문에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고 반면 파란색을 사용하면 세라토닌이 분비되면서 편안하게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개발한 것이 파란펜 공부법이다. 이뿐 아니라 파란펜을 사용하면 덤으로 얻어지는 '인상 효과'로 기억력이 향상 될 뿐만 아니라 편집력도 생겨 저절로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는 정보를 분별할 수 있는 분별력도 생긴다고 한다.

 

인간은 나이에 관계없이 뇌가 젊어진다.’

 

 

처음에 '파란펜 공부법'이라 했을때 가벼이 생각했던 것 같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파란펜 공부법의 효과는 가볍지 않았다. 게다가 너무 간단하였고 적용 대상이 학생만이 아니라 나같은 회사원들에게도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니 더욱 솔깃해진다. 최근 펜보다 자판에 익숙해 지고 있었는데 이제부터라도 쓰는 습관을 들여보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물론 파란펜으로 ... 책구성도 알차서 1장부터 5장까지는 공부법에 대한 설명이 실려있고 5장부터 7장까지는 공부법 효과를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팁이 실려있다. 아닌게 아니라 점점 기억력이 쇠퇴하는 것 같아 고민이었는데 속는 셈치고 당장 시작해야겠다. 밑져야 본전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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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뇌 - 디지털 시대, 정보와 선택 과부하로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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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주로 재래시장에서 본다. 마트에 가면 넘쳐나는 진열상품들로 인해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선택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기왕이면 재래시장에서 필요한 물품만 사게 된다. 장을 보는 것도 그렇지만 일상다반사에서도 선택의 수가 많아질수록 주의가 산만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온라인 쇼핑도 거의 하지 않는다.  한 개의 상품에, 심하면 수백가지의 제품들을 검색하는 동안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고 옳은 선택을 할 자신도 없기 때문이다.

 

과잉과 풍부의 세상에서 주의력 있게 자신이 필요한 것을 결정하는 일은 하나의 관문이 되었다. 많은 정보가 넘쳐나고 있는데다가 온라인으로 발달로 인하여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나치게 빨라진 디지털 사회의 요구에 따라 멀티태스킹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그에 따라 주의력 결핍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대니얼 J.래비틴은《정리하는 뇌》에서 주의력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정신적 자원이며 우리가 둘러싼 환경 가운데 어떤 측면에 대처할 것인지를 결정한다고 한다.  이때 뇌에서는 수백만 개의 뉴런이 쉬지 않고 환경을 감시하면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지나칠 때, 중요한 부분은 기억나지만 스쳐지나온 풍경들은 기억 나지 않는 이유는 뇌가 집중해야 할 부분만 기억할 수 있도록 '주의 시스템'이라는 무의식적 필터를 가동 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주의력 필터는 그 용량에 한계가 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 하던 일을 멈추는 행위는 주의력의 한계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들을 우리에게 숨기도록 진화해왔다.  때때로 주의력이 산만해져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이유 역시도 이런 주의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발생한 일이다.

 

 

 

정리하는 뇌를 이해하는 한 가지 핵심은 그것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뇌는 사물을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작동방식이 설정돼 있다.

 

뇌는 상당한 유연성을 지녔지만, 오늘날과는 서로 다른 종류, 서로 다른 양의 정보에 대처하기 위해

 

수만 년에 걸쳐 진화되어온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다.

 

 

 책의 제 1부는 인지 과부하의 속사정을 통해 정보가 넘쳐나고 결정할 것은 많을 때 외부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생물학에 대하여 알아본다. 제 2부와 3부에서는 정리 시스템을 개발하여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정보 과부하에서 오는 실수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 

 

 

나는 정리를 잘 못한다.  주부가 정리를 못하는 건 살림의 마이너스였다. 고민하다 정리를 잘하시는 분께 그 노하우를 물어보니 '아낌없이 버려라'는 충고를 들었다. 이후 사용하지 않는 것을 과감하게 버리기 시작했다. 이후 집이 많이 정돈되기 시작했다. 저자는 서랍 속을 정리하듯이 뇌 역시도 정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아낌없이 버려라'는 비단 살림에서 뿐 아니라 넘치는 뇌에게도 필요한 주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뇌의 주의력은 그 용량이 한계가  있으며 현대의 넘쳐나는 정보로 인하여 이미 과부하 상태에 이르렀다.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은 집중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도파민 분비로 인하여 정보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지게만 한다.  따라서 저자는 멀티태스킹을 멈추고 서랍을 정리하듯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설정해 주의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잡한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매일 끝도 없이 쏟아지는 정보에 우리의 뇌는 정리되지 않은 서랍장마냥 노출되어 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법정 스님의 텅빈 충만은 비단 삶에서만이 아닌 뇌과학에도 해당되는 진리다. 

 

-책속에서

 

인터넷 시대인 오늘날 중요한 것은 특정 사실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사실을 어디서 찾아봐야 하는지 알고 있느냐, 그리고 거기서 찾은 해답이 과연 타당한지 검증할 방법을 알고 있느냐다.

 

우리는 자기가 아는 것은 무엇이고, 모르는 것은 무엇인지 확신하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각자가 접하는 정보를 시험하고 평가하면서 책임지고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야 할 기술이다.

 

이 책 전반에서 강조했듯, 정리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무언가를 잊어버리기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원칙은 바로 이것이다. 정리의 부담을 뇌에서 바깥세상으로 넘겨라. 이런 과정의 일부 혹은 전부를 뇌에서 물리적 세계로 떠넘길 수 있다면 실수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하지만 정리된 마음은 당신이 그저 실수를 피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하게 해준다.

 

낡은 것을 없애면 무언가 훨씬 멋진 것이 그 자리를 채워준다는 신념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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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울지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산다는건 참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그거야 그때 뿐이지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 갈지 누가 알겠나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 
개똥 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건 행복한거야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자, 한잔 들게나
되는게 없다고 이놈의 세상 
되는게 좃도 없다고 
술에 코박고 우는 친구야..


글/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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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7-09 2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림님~~ 굿밤!!!^^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드림모노로그 2015-07-09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직 안 주무셨어요? ~^^
술 마셔셔 올린 시.
.
.
.
입니다. ㅋㅋㅋㅋ
나무늘보님도 평안한 밤 되세요 ~^^

appletreeje 2015-07-09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술 마시고 있어욤~ㅎㅎ
드림님~ 찌찌봉~!!!!^^

드림모노로그 2015-07-09 23:27   좋아요 0 | URL
까아......~~^^
딱 한잔만 마시고 자려했는뎅 ㅎㅎ
한잔 더 마셔야겠네요. . ㅎㅎ
내일을 위해 과음금지 ~!! ^^
여튼 .. 치얼스~~^^

appletreeje 2015-07-09 23:56   좋아요 0 | URL
네 치얼스~~*^^
즐겁게 마시세욤~~ㅋㅋㅋ
근데 요즘 채원이와 시원이 예쁜 모습이 궁금하고 보고 싶어용~~
언제 날 잡으셔서 가족분들 즐거운 캠핑 이야기도 올려 주세요~~*^^*


드림모노로그 2015-07-09 23:59   좋아요 0 | URL
아 그러고보니... 서재에 일상사 올릴 시간조차 없었네요 ... ㅎㅎㅎ
채원이 시원이 이쁘게 잘 크고 있어요 ~^^ ㅎㅎㅎ채원이는 이제 제법 아가씨티 나고요 ....
북플을 잘 활용하면 좋겠는데..ㅎㅎ
서툴러서 ㅋㅋㅋ~~^^......
비가 자꾸 술을 부르네요. 나무늘보님도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계시지요~^^ 좋은 꿈 꾸세요~^^

[그장소] 2015-07-10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ㅏ,,낚였어요...비린 안주라도..좀..주셔요! 온김에..잔이나 축내고 가게요!^^
굿 잠~하셔요~^^

드림모노로그 2015-07-14 09: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낚임을 축하드립니다 ㅎㅎㅎㅎ

프레이야 2015-07-13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림님, 술 마셔서 올리신 거에요? ㅎㅎ
저도 술마시며 읽고 댓글 남겨요.
오늘따라 와인이 확 땡기지 뭐에요.
조용한 밤입니다^^

드림모노로그 2015-07-14 09:43   좋아요 1 | URL
ㅎㅎㅎ 프레이야님 반갑습니다 ^^
와인과 잘 어울리시는 ^^;;;
전 소맥을 사랑합니다 ㅎㅎㅎㅎ
아파트 뒷뜰에 소맥나무를 심고 싶을 정도로 ㅋㅋㅋ
평안한 밤 보내셨지요?
비가 온 뒤라 그런지 청량감이 느껴지는 아침이네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

꿈꾸는섬 2015-07-1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저도 맥주 한 잔~^^
주중엔 술 안 마시려는데 남편 꼬임에 넘어갔어요.ㅜㅜ 다이어트 중인데ㅜㅜ

드림모노로그 2015-07-14 09:4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여름은 맥주가 가장 맛나죠 ㅋㅋㅋㅋ
저도 어제 맥주 마시고....대신
공원 10바퀴 뜀박질 ...
그리고 다시 맥주...
인생 머 있겠어요 ㅋㅋㅋ 그러면서 사는 거죠 ㅋㅋ
 
내가 훔친 여름 김승옥 소설전집 3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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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소설 <서울 1964, 겨울>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다.

 

"안 형,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아니오. 아직까진……" 그가 말했다. "김 형은 파리를 사랑하세요?"

 

"."라고 나는 대답했다. "날 수 있으니까요. 아닙니다. 날 수 있는 것으로서 동시에 내 손에 붙잡힐 수 있는 것이니까요. 날 수 있는 것으로서 손안에 잡아본 것이 있으세요?"

 

"가만 계셔 보세요." 그는 안경 속에서 나를 멀거니 바라보며 잠시 동안 표정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없어요. 나도 파리밖에는……"

 생면부지의 대학생들이 만나 나눈 대화치고는 싱겁기 짝이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머릿속에서 떨쳐지지가 않는다. 인생에서 여름이라 할 수 있는 청춘들이 만나는 대화가 지나치게 무력했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인생의 여름 , 즉 청춘에는 아픔을 통과해야 얻어지는 삶의 결실이 있다. 하지만 이 철학도 없고 깊이도 없는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라는 대화는 1960년대 젊은이들이 느꼈던 상실감과 비극감을 엿보게 하는 일종의 허무개그가 고장난 청춘들의 거울인 것만 같아 허탈했다.  

 

  오늘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하나로 , 그런대로 살아지게 되는 청춘이라는 여름을 김연수는 그의 책  <청춘의 문장들>에서 '취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인생이란 취하고 또 취해 지고 일어났는데도 아직 해가지지 않는 여름날 같은 것이라고.

 

  김승옥의 '내가 훔친 여름'은  그런 청춘의 이야기다. 살아 온 생애가 따뜻한 봄날만 있었던 서울대생들이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  일등만 했던 우등생들이 순식간에 열등생이라는 뺏지를 달게 되면서 정신분열증을 앓게 된다. 책의 주인공  '이창수'는 그 가운데에서도 정신분열증 탓인지 대학부적응 탓인지 몰라도 교수님의 심부름 이만원을 삥땅친다. 처음으로 맛본 일탈이후  곧바로 시골집으로 내려와 할머니 방에서 무위도식하며 시간을 죽이던 이창수에게 손님이 찾아오는데.  남루한 옷에 서울법대 뺏지를 달고 찾아온 국민학교 동창생 장영일의 방문은 그야말로 뜻하지 않게 찾아온 인생의 여름처럼 갑작스러웠다.

 

 

암을 사랑하고, 영혼을 사랑하며 , 사기꾼 냄새를 펄펄 풍기는 장영일의 권유로 여행을 떠나게 된 이창수는 기차를 탄 순간 ' 기차가 속력을 달릴수록 그리움처럼 가슴 한 곳을 두드리기 시작하는' 충동을 느끼며 차표없이 여수까지 다다른다. 기차안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들과 다양한 사연들, 돈 한 푼 없지만 늘 자신만만하고 여유로운 장영일을 따라 들어간 다방에서 우연히 만난 선배들에게 거짓말을 해서 얻은 카바레 인테리어 작업까지, 나른하고 지루한 봄날의 연속이었던 이창수의 인생은 갑지가 스펙터클한 어드벤처로 변한다.  

 

 

장영일은 , 비록 서울대 뺏지를 수십 개를 지니고 다니지만, 비록 돈 한푼 없어 거짓말을 밥 먹듯 하지만, 비록 사기꾼의 그것과 다름없지만 , 장영일이 없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여름과 대면하게 된다. 이창수는 이후 더이상 정신분열증 환자가 되어 스스로를 겨울에 유폐시키지 않는다. 아프니까 청춘일 수 있는 괴로운 휴식을 이제 한여름의 태양빛에서 마주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여름일까? 그래 이것이 여름이다. 비치파라솔, 눈부신 백사장, 검푸르고 부드러운 파도, 빨간 수영복, 풍만한 아가씨의 웃는 얼굴, 하얗고 가지런한 이빨, 짧기 때문에 유쾌한 자유, 그것들은 나의 여름이 아니다. 나의 여름은, 차표 없어 불안한 기차여행, 신분을 속여 맡은 일거리, 땀내음에 찌든 아가씨, 겁탈같은 유혹, 비린내 나는 여인숙에서의 정사, 그러고 나면 기다리고 있는 괴로운 휴식과의 만남일 뿐이다

 

모든 청춘의 이마 위에는 비극의 꽃무늬가 아로새겨져 있다.(p421) 청춘이 그렇게 빨리 가버릴 줄 알았다면 조금 더 뜨겁고 격정적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보일 듯 보이지 않으며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젊음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문득 아프더라도 선연한 자국을 남긴 여름의 기억을 남겨 놓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청춘의 특권이자, 여름이 안겨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라는 것을 , 그때는 정말 몰랐었다. 김승옥이 그리는 청춘의 무늬는 그런 찬란한 계절의 푸르름이다.

 

무엇을 일컬어 자유라고 하는지 처음으로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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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7-09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림님~~잘 지내시지요~?^^
바뀐 프로필 사진의 드림님 얼굴이, 청초하면서도 아릿답기 그지 없습니다~~
`내가 훔친 여름` 제목부터 확~마음에 들어오네요~ㅎㅎ
시원하고 멋진 여름 되세요!

드림모노로그 2015-07-09 10:3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아고.... 이렇게 ....오랜만에 뵙게 되오니 감개무량입니다 ...ㅎㅎ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전 2015년도가 너무 바빠서 정신 못 차리게 살았습니다...
알라딘 서재도 간만에 둘러보고 있구요 ㅎㅎㅎ
7월 되어서야 눈팅이란 것도 해보네요 ^^
어찌 지내시는지요. 늘 여전히 멋진 나날 만들고 계시지요? ~~
언제나 감사드리고, 우리 올 여름도 멋지게 보내요 ^^

드림모노로그 2015-07-09 10:39   좋아요 0 | URL
파리를 사랑하면서 ㅋㅋㅋ~~

appletreeje 2015-07-09 10:50   좋아요 0 | URL
예~~파리를 사랑하면서 ㅎㅎㅎㅎ~
 

대한민국은 전쟁의 산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냉전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 역시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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