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는 뇌 - 디지털 시대, 정보와 선택 과부하로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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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주로 재래시장에서 본다. 마트에 가면 넘쳐나는 진열상품들로 인해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선택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기왕이면 재래시장에서 필요한 물품만 사게 된다. 장을 보는 것도 그렇지만 일상다반사에서도 선택의 수가 많아질수록 주의가 산만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온라인 쇼핑도 거의 하지 않는다.  한 개의 상품에, 심하면 수백가지의 제품들을 검색하는 동안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고 옳은 선택을 할 자신도 없기 때문이다.

 

과잉과 풍부의 세상에서 주의력 있게 자신이 필요한 것을 결정하는 일은 하나의 관문이 되었다. 많은 정보가 넘쳐나고 있는데다가 온라인으로 발달로 인하여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나치게 빨라진 디지털 사회의 요구에 따라 멀티태스킹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그에 따라 주의력 결핍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대니얼 J.래비틴은《정리하는 뇌》에서 주의력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정신적 자원이며 우리가 둘러싼 환경 가운데 어떤 측면에 대처할 것인지를 결정한다고 한다.  이때 뇌에서는 수백만 개의 뉴런이 쉬지 않고 환경을 감시하면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지나칠 때, 중요한 부분은 기억나지만 스쳐지나온 풍경들은 기억 나지 않는 이유는 뇌가 집중해야 할 부분만 기억할 수 있도록 '주의 시스템'이라는 무의식적 필터를 가동 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주의력 필터는 그 용량에 한계가 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 하던 일을 멈추는 행위는 주의력의 한계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들을 우리에게 숨기도록 진화해왔다.  때때로 주의력이 산만해져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이유 역시도 이런 주의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발생한 일이다.

 

 

 

정리하는 뇌를 이해하는 한 가지 핵심은 그것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뇌는 사물을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작동방식이 설정돼 있다.

 

뇌는 상당한 유연성을 지녔지만, 오늘날과는 서로 다른 종류, 서로 다른 양의 정보에 대처하기 위해

 

수만 년에 걸쳐 진화되어온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다.

 

 

 책의 제 1부는 인지 과부하의 속사정을 통해 정보가 넘쳐나고 결정할 것은 많을 때 외부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생물학에 대하여 알아본다. 제 2부와 3부에서는 정리 시스템을 개발하여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정보 과부하에서 오는 실수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 

 

 

나는 정리를 잘 못한다.  주부가 정리를 못하는 건 살림의 마이너스였다. 고민하다 정리를 잘하시는 분께 그 노하우를 물어보니 '아낌없이 버려라'는 충고를 들었다. 이후 사용하지 않는 것을 과감하게 버리기 시작했다. 이후 집이 많이 정돈되기 시작했다. 저자는 서랍 속을 정리하듯이 뇌 역시도 정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아낌없이 버려라'는 비단 살림에서 뿐 아니라 넘치는 뇌에게도 필요한 주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뇌의 주의력은 그 용량이 한계가  있으며 현대의 넘쳐나는 정보로 인하여 이미 과부하 상태에 이르렀다.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은 집중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도파민 분비로 인하여 정보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지게만 한다.  따라서 저자는 멀티태스킹을 멈추고 서랍을 정리하듯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설정해 주의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잡한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매일 끝도 없이 쏟아지는 정보에 우리의 뇌는 정리되지 않은 서랍장마냥 노출되어 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법정 스님의 텅빈 충만은 비단 삶에서만이 아닌 뇌과학에도 해당되는 진리다. 

 

-책속에서

 

인터넷 시대인 오늘날 중요한 것은 특정 사실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사실을 어디서 찾아봐야 하는지 알고 있느냐, 그리고 거기서 찾은 해답이 과연 타당한지 검증할 방법을 알고 있느냐다.

 

우리는 자기가 아는 것은 무엇이고, 모르는 것은 무엇인지 확신하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각자가 접하는 정보를 시험하고 평가하면서 책임지고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야 할 기술이다.

 

이 책 전반에서 강조했듯, 정리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무언가를 잊어버리기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원칙은 바로 이것이다. 정리의 부담을 뇌에서 바깥세상으로 넘겨라. 이런 과정의 일부 혹은 전부를 뇌에서 물리적 세계로 떠넘길 수 있다면 실수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하지만 정리된 마음은 당신이 그저 실수를 피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하게 해준다.

 

낡은 것을 없애면 무언가 훨씬 멋진 것이 그 자리를 채워준다는 신념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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