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이란 무엇인가 - 데카르트, 칸트, 하이데거, 가다머로 이어진 편견에 관한 철학 논쟁을 다시 시작한다
애덤 아다토 샌델 지음, 이재석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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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란 무엇인가》 는 스터디셀러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의 아들 애덤 샌델이 펴낸 책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의 한계><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까지 저서를 모두 읽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이 난이도가 가장 높은 것 같다.

 

편견은 안 좋은 것이므로 편견을 갖지 않는다는 보편적인 생각과는 달리 애덤은 편견에도 정당한 편견이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우리가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편견임을 알려 주고 있다애덤 샌델은 우리가 편견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체계 있게 지적하면서 정당한 편견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확적 이해 개념은 두 가지의 작업으로 나뉜다. 하나는 비관여적 판단' 으로 이 개념에 따르면 우리는 아직 그 타당성을 우리 스스로 명시적으로 확증하지 않은 모든 권위와 영향력에 의존하지 않을 때 최고의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황적 판단-완전한 판단이란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다' 이라는 개념접근이다. 숙고와 판단은 언제나 우리가 처한 구체적 삶의 환경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정황적 판단 개념에 따르면 우리가 처한 '삶의 환경'은 합리적 사유에 대한 방해물이 아니라 합리적 사유에 정보를 제공하여 판단을 가능하게 해주는 관점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좋은 판단은 언제나 편견으로부터 격리된 판단이어야 한다. 

 

 감수(김선욱)은 추천의 글에서  편견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인 prejudice는 먼저 이루어진 판단이라는 뜻으로 라틴어에 기원을 갖는 단어라며  선판단, 선입견과 같은 의미로 읽힐 수 있다는 언어의 긍정적인 함의를 말한다.  우선 편견이라는 것은 평소 자신이 속한 사회의 표준적인 규범 기준에 맞춰 평가하는 관점을 가진다. 칸트는 전통, 습관, 관습, 교육과 심지어는 인간의 타고난 욕망까지 편견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물론 여기에는 우리가 믿는 사회의 표준적인 규범에 잘못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함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함의에는 평소 이성적이고 독립적이며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위해 자신의 인식의 틀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책은 총 6장으로 나뉘어져 편견에 대한 정립개념을 들을 수 있다. 1장 편견에 반대하는 주장을 시작으로 정황적 이해의 옹호, 정황적 행위, 역사 연구에서 편견의 역할,도덕 판단에서 편견의 역할, 마지막 수사까지, 편견에서 벗어날 때 내릴 수 있는 좋은 판단의 의미로는 베이컨, 데카르트, 스미스가 강조하는 것으로 진리에 가까운 판단을 살펴보는데 이들 사상가는 우리가 처한 상황, 특히 교육이나 전통의 권위 같은 것이 우리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서 밟아야 하는 -우주에 관한 진리든 아니면 올바른 행동에 관한 진리든 -첫 번째 단계이다. 두 번째의 의미의 좋은 판단은 칸트가 강조한 것으로 자유로운판단이다. 칸트가 편견에 영향을 받은 판단은 오류가 있을 뿐 아니라 노예화 된 것이다, 자유로운 판단은 자발적이어야 한다는 전제다. 또한 버크는 이성과 편견이 서로 대척점에 있으며 편견이 더 우선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후 아리스토텔레스, 해석학의 가다머등 해석학에서의 편견에 대한 개념을 확장해 나간다.  

 

편견이란 사전적 의미로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말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기에 편견에는 부정적인  함의가 담겨있다. 그런 편견에 대한 철학적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철학자들의 오랜 역사로 거슬러가야 하는데 그 이유는 철학의 개념이 개인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품격 유지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철학은 보편적인 것을 가리켜 보임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더 깊은 통찰과 이해를 지니게 하여 특정한 것들로 돌아가게 한다. 보편적인 것과 특정적인 것, 전체와 부분의 이러한 기본적인 연결성이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지점이 바로 정황적 이해 개념이다. 간단히 말해 '편견이란 무엇인가'에서 애덤 센델은 편견의 정황적 이해 개념을 통해 판단을 추론하며 지평을 넓어주고 있다. 살아가면서 편견의 벽을 점점 높이 쌓고 있다. 그 편견이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편견으로 인해 합리적이지 못한 사고를 얼마나 많이 해왔는지를 떠올려보게 된다. 조금은 학술적이라 어렵지만 꽤 괜찮은 논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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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8-2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정한 편견`이 좋습니다~ㅎㅎㅎ
드림님~ 날이 좀 선선해져서 살 것 같아요~~
프사의 채원이가 참 예뻐요~ 엄마 닮아서 학구파~!!!^^

드림님!!!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드림모노로그 2015-09-01 14:08   좋아요 0 | URL
아휴 , 나무늘보님 잘 지내시죠 ~~
요즘 일에도 파묻히고, 책에도 파묻히고,
신간평가단 마무리도 못하고 ~ 시간만 보냈습니다 ㅠㅠ
벌써 9월이네요 ..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어 속상합니다~
올해도 벌써 반이 후딱 지나가버렸네요 ㅠㅠ

채원이가 좀 ㅎㅎㅎ 이쁩니다 ㅋㅋ(딸바보)
나무늘보님도 아무쪼록 환절기에 건강 유의하시고 ~
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들 되시길요 !!~

사실 제가 좀 편견쟁이였는데 ㅎㅎ
그게 참 모순인 것 같습니다 .
편견을 벗어나는 거, 쉽지 않죠 ㅎㅎ죽을 때까지 숙제처럼 남겨져 있을 것 같아요 ㅎ

숲노래 2015-08-22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모로 본다면
˝치우친 생각˝이라 하기보다
˝한쪽 생각˝이라든지 ˝한 사람 생각˝이라든지,
짤막하게 ˝한생각˝처럼 쓴다면
느낌부터 사뭇 다르겠구나 싶어요.

어떤 생각이든 저마다 품는 다른 생각일 테지요.

드림모노로그 2015-09-01 14:10   좋아요 0 | URL
전 편견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봅니다 ㅎ~
누구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죠.
저조차도~,그 편견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에서
편견을 벗을 수 있지 않을까요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6
헤르만 헤세 지음, 임홍배 옮김 / 민음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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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오로지 '둘'만의 경험알랭 바디우는 사랑이라 말했다. 둘만이 경험할 수 있는 사랑은 서로에게 사로잡히는 이끌림으로 이루어진다. 라캉은 누군가에게 이끌릴 때 우리를 사로잡는 것은 그가 이룬 성취가 아니라 그것때문이라 했다. 그렇다면 '그것'이란 무엇일까? 자신안의 욕망을 대변하는 지시대명사인 '그것' 이란 돈이나 권력, 재산이나 명예등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가리킨다. 누군가에게 이끌린다는 것은 내 안에 깃들어 있는 잠재된 욕망이다. 따라서 사랑은 둘의 경험이지만 엄밀히 말해서는 잠재된 나의 욕망을 사랑하는 일이다. 지성의 결정체 나르치스와 사랑의 결정체 골드문트의 사랑은 둘의 경험이지만 엄밀히 말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지성과 지혜로 똘똘 뭉쳐져 수도원생들 사이에서도 군계일학이었던 나르치스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외모와 맑은 영혼을 가진 골드문트는 첫 만남에서부터 이끌린다. 철학과 문학, 외국어에도 능통했던 나르치스는 수도원장과 교사들 모두에게 인정받는 최고의 학생이었고 동료생도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은 단연코 골드문트였다. 타인의 운명을 읽을 수 있었던 나르치스는 골드문트의 운명이 수도사가 아님을 간파했지만 골드문트는 나르치스처럼 지적인 수도사가 되고 싶어했다.

 

그는 골드문트의 본성을 환히 꿰뚫고 있었으며, 서로 대립되는 기질에도 불구하고 그 본성을 아주 내밀하게 이해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골드문트의 본성은 바로 그 자신이 잃어버린 또 다른 반쪽이었기 때문이다, -p51

 

나르치스는 타고난 감각으로 골드문트의 출생에 알 수 없는 무엇이 드리워져 있으며, 골드문트의 기억 속에 지워진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데, 그것은 일종의 죄의식과 같은 것이었다. 무희였던 어머니의 속죄양이 되어 수도사가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강압된 요구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골드문트는 어머니와의 기억을 지워왔다. 나르치스의 집요한 탐색과 질문으로 골드문트는 어머니의 기억을 되찾게 되고 망각의 더깨가 사라지면서 어머니를 향한 갈망이 그를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수도원 마실을 나가 어머니를 닮은 리제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후 골드문트의 정처없는 방황이 시작된다.

 

자유분방하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으며 맘껏 사랑하며 사는 삶이 그에게 열렸다. 어린 소녀에서 유부녀까지 ,만나는 모든 여인들이 골드문트를 사랑했다. 노상강도 빅토르를 만나 살인까지 저지르고 레네를 겁탈하려 한 남자의 목을 부러뜨리고 절벽에 버리고, 골드문트의 행보는 거침없다. 흑사병이 창궐하는 도시를 지나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떠올리고 백작 부인과 사랑에 빠져 감금 당하고 살해 협박을 받기도 하는데 그의 기행은 성모상에서 만물의 속삭임을 듣게 될때까지 그치지 않는다.

 

내가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면 그건 자네 덕분일세. 자네만은 사랑할 수 있었으니까. 사람들 가운데오직 자네만을 말일세. 이게 나한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네는 어림도 못할걸세. 그건 사막에서 솟구치는 샘물이요, 황무지에서 꽃을 피우는 나무와 같은 걸세. 나의 마음이 황폐하게 메마르지 않고, 하느님의 은총이 닿을 수 있는 자리 하나가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은 오로지 자네 덕분일세.’

 

한평생을 잘 짜여진 질서 속에서 최고의 지성인으로 살아 온 나르치스와 방탕자로 삶을 탕진해 오던 골드문트와의 '사랑'은 오로지 둘의 경험안에서만 존재한다. 나르치스의 기도는 골드문트를 향해 있었고 골드문트의 방황은 나르치스를 향한 것이었다. 지와 사랑, 나르치스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사랑은 골드문트 그 자체였고 골드문트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정신적 고향은 나르치스였다.

 

자신의 운명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을 때 골드문트는 나르치스에게 돌아와서 평생 꿈꾸던  걸작들을 완성한다. 나르치스의 얼굴을 한 성 요한 상을 조각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골드문트의 열정은 나르치스를 사랑으로 이끌었던  '그것'의 모습이다.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죽어가는 골드문트에게 너로 인해 하느님의 은총이 닿을 수 있는 자리가 남아있다는 고백은 사랑은 둘이 하는 경험이지만 결국은 자신안에 깃든  잠재 된 또다른 나를 사랑하는 일임을 의미한다. 사랑의 비밀은 거기에 있다. 둘이 경험하지만 원래 하나였다는 듯이 서로의 가슴에 닻을 내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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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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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마다 요 네스뵈를 만난다. 지금도 작년에 읽었던  [스노우맨]의 그 섬뜩한 공포를 기억한다. 뿐만아니라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해리 홀레만이 창조해 내는 발군의 연쇄 살인범은 인간 본성의 결집체이자 욕망를 집대성 해 놓은 캐릭터로 상상을 초월한다. 눈처럼 하얗고 차가우며 희귀병을 앓고 있던 [스노우맨], 표범처럼 빠르고 잔인한 [레오파드], 복수의 화신으로 표현된 [네메시스]까지 이 비범한 캐릭터들로 인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 모든 책들의 프리퀄이자 해리 홀레 시리즈의 첫 단추인 박쥐를 드디어 만났다. 책장에 [박쥐],[데빌스 스타]를 나란히 꽂아두고 시간 날때 읽으려 하고 있었는데 요며칠 짬이 나서 [박쥐]를 꺼내들었다. 

 

전작들의 배경과 달리 이 책은 오스트레일리아가 배경이다. 노르웨이 형사인 해리가 오스트레일리아에 까지 날아간 이유는 노르웨이인 '잉게르 홀테르'가 외진 해안 절벽에 버려져 시체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젊고 아름다운 금발의 백인 여성인 잉게르 홀테르의 시체는 저항한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았으며 목격자도 없도 없고 지문조차 남겨져 있지 않았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형사 앤드류와 수사를 공조하던 해리는 잉게르의 신변을 조사하기 위해 잉게르가 일하던 집과 바에 들리고 그곳에서 사귀던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남자의 이름은 에반스 화이트로 아들이 하나 있고 많은 여자를 사귀며 마약을 파는 한마디로 나쁜 남자 캐릭터이다.  해리와 앤드류는 제1 용의자 선상에 에반스를 염두에 두며 조사를 해나가기 시작한다.

 

앤드류는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멀리서 날아온 해리에게 중간중간 오스트레일리아의 전설과 문화를 들려주기도 하고 주변 인물들을 소개시켜 주기도 한다. 게이들이 넘쳐나는 곳이라 그런지 앤드류의 절친도 오토라는 게이인데 여장을 하고 다닌다. 이외에도 앤드류의 친구이며 애버리진인 투움바도 소개받는다. 

 

애버리진한테 박쥐는 죽음을 상징해요. 알고 있어요?

 

 

 4만 년 동안이나 오스트레일리아 땅을 지켜왔던 애버리진에 영국인들이 자신들의 죄수 유형지로 사용하게 되자 오스트레일리아는 순식간에 전복되었다. 노마드적인 삶을 추구했던 애버리진들은 땅을 소유하거나 집착하는 재산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오스트레일리아 땅은 모두 영국인들의 땅소유가 되었고 너무도 쉽게 오스트레일리아를 접수했다. 이때부터 백인들은 자신의 우월성을 내세우며 애버리진들을 변방으로 내쫓았고 애버리진은 저절로 열등한 종족으로 차별 당해왔다. 소설에서 애버리진은 사건해결의 중요한 단서이며 연쇄 살인범이 탄생하게 되는 계기? 나 다름없다. 

 

애버리진의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에는 아담과 하와처럼 먹지 말아할 할 나무가 있었고, 그 나무를 따먹은 여자(버룩부른의 아내)는 박쥐인 나라다란에 의해 죽음을 알게 되고, 이후 온 세상에 죽음이 퍼트려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에덴 동산의 사과나무는 애버리진의 야란나무였고 죽음을 알게 된 버룩부른의 후손들은 죽음이라는 비극을 알게 되자 쓰디쓴 눈물을 흘리게 되었고 이후 야란나무 껍질에서 붉은 고무가 된 전설이 있다.

 

테라 눌리우스라고 좀 웃기는 개념이 있어요. 영국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에 건너와서 경작지가 많은 걸 보고 만든 개념이예요. 애버리진들이 감자밭에서 반나절을 지키고 서 있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을 열등한 인간으로 간주했지요. 그런데 애버리진은 자연을 속속들이 알았어요. 어디 가면 먹을 게 나는지 알고 제철에 찾아가 풍요롭게 먹고 살았죠. 그런데 한 자리에 정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국인들이 이곳을 임자 없는 땅이라고 간주한 겁니다. 이게 태라 눌리우스예요. 그리고 테라 눌리우스 원칙에 따라, 영국인들은 애버리진의 입장 같은 건 고려하지 않고 자기네 마음대로 새로 들어온 정착민들에게 토지 소유권을 나눠줬어요. 애초에 애버리진들이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으니까요.“

 

 

수사과정에서 만난 빨강머리 여인 비르기타와 사랑에 빠지게 된 해리 홀레.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단서 하나 없이 시간만 흘려 보내던 중 루이 16세가 단두대에서 처형되는 연극 도중 오토가 실제로 단두대에 잔인하게 살해되고  동료 형사인 앤드류 마저 오토의 집에서 목 매단 채 발견된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마약장수 에반스가 있었고 비르기타는 스스로 미끼가 되어 에반스를 유인하기로 한다. 그.러. 나 해리가 놓친 것은 바로 '애버리진'이었다. 앤드류가 죽기 전 끊임없이 들려주었던 애버리진의 이야기를 새겨 듣지 않았다는 것. 결국 비르기타는 납치되고 해리는 동료에 이은 연인을 잃을 운명에 처한다.

 

6월에는 미국에서 한 백인이 흑인교회에 난입하여 목사와 신도 9명을 죽이는 사건이 벌어졌었다.  흑인 대통령이 당선 된 것으로 미국 내 인종 차별이 순화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미국의 인종차별은 더욱 극심해졌다고 한다. 위 사건은 백인 우월주의자가 흑인을 향한 테러이지만 [박쥐]는 백인에 대한 분노를 표방한 작품이다. 백인 여성을 향한 무차별한 살해. 인종 차별은 무의미하다면 무의미 할 수 있지만 종족을 대신하는 싸움이라면 달라진다.  책 중간중간 애버리진이 받았던 차별은 연쇄 살인의 도화선이나 다름없는 동기부여를 이해시켜 주기도 하며 , 인종 차별의 뿌리 깊은 근원을 떠올려 보게 한다.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가 절대 가볍게 읽히지 않는 것은 하드드라이브에 각인된 인간의 본성을 테마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진실은 바로 아무도 진실하게 살지 않는다는 사실이고, 그래서 아무도 진실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는 사실이야. 우리가 만들어낸 진실은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노력이 그들의 힘으로 상쇄되고 남은 것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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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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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중년의 삶을 처음 맞이하고 있다. 30대의 나이와는 또 다르다. 중년에 이르러서는 삶의 많은 것들이 흔들리곤 한다. 불혹이란,  유혹에 흔들리는 나이가 아닌 유혹이 많아지는 나이이기에 그렇게 불려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치관의 새로운 정립, 우리 나이에는 더욱 필요하다. 더욱 확연히 느껴지는 것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삶이 부차적이라는 부분이다.  

 

그런 중년의 나이에 모든 것을 잃은 여자가 있다. 사회 통념상 중년의 여성에게 있어야 할 안정된 어느 것 하나 가진 것이 없다.  남편도 직장도 아이도 없는 그녀가 마지막 보루로 선택한 것이 술이였다는 것은 어쩌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전남편은 자신보다 더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 살고 있고, 둘 사이에는 그렇게 안 생기던 아이까지 있다. 레이첼은 그런 남편의 이웃으로 살고 있다. 술에 쩔어 살면서 매일 전남편 톰의 전화를 기다리는 찌질한 모습의 레이첼은 호감가는 캐릭터가 절대 아니었다.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 되기까지 하자 그녀의 삶은 더욱 벼랑 끝에 서게 되고, 얹혀 사는 친구의 따가운 눈초리에 못 견뎌 그녀는 매일 기차에 오른다. 달리는 기차에서 타인의  삶을 엿보는 것만이 그녀의 상실과 고독감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유일한 위로였다. 

 

그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기찻길 옆 집 15호에 기차가 잠시 멈춰서는 순간이다 영화처럼 완벽하고 아름다운 부부가 있는 곳, 자신은 갖지 못했던 행복한 삶을 엿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도 붙여주었다. 제스와 제이슨이라고. 레이첼은 제스와 제이슨처럼 완벽한 커플을 보며 상실감을 채우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스가 제이슨이 아닌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레이첼의 삶은 또 한번 흔들린다.  

 

소설에는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매일 기차를 타는 여성은 레이첼로 알코올 중독일 뿐 아니라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 제스가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모습을 본 이후를 레이첼은 기억하지 못한다. 술에 취해 혼미했던 기억들과 사라진 시간들, 게다가 제스까지 실종되자 레이첼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우연치 않게 제스가 실종되는 날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조사를 받게 되고 레이첼은 제스의 불륜으로 제이슨을 의심하기까지 하지만, 모호하기만 하다. 그런 가운데 실종되었던 제스의 시신이 발견된다.

 

세 명의 여성이 각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처음에는 진행이 다소 산만하다고 느껴졌다. 메건과 애나, 레이첼이 돌아가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해나가니 집중이 잘 안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다 읽고 나서 앞장부터 다시 읽어보니 더 재미있다. 세 여성과 한 명의 남성이 엮어가는 애증의 관계 속에서,  나약하고 의존적이던 한 여인이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극한의 스릴이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긴장감은 없지만,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살아가던 의존적인 여성이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발견해가는 과정은 그 어떤 소설보다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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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살 것인가 판미동 영성 클래식 시리즈
크리스 프렌티스 지음, 김지영 옮김 / 판미동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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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팔랑귀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을 먹을 때도 고민이 많다. 짬뽕을 먹을지 짜장면을 먹을지. 책을 고를 때도 무엇을 결정할지 몰라 오랜 시간을 고민한다. 옷을 살때도 그렇고 무언가를  선택 할 때 항상 그런 편이다.  그런데 며칠 전 친구에게 '결정장애'란 말을 들었다. 결정장애는 국어사전에 없는 신조어로 '선택장애'와 같은 표현이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쪽을 고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리’를 결정장애라 한다. 이런 선택장애를 위해서 등장한 메뉴는 '짬짜면'과 같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없는 메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인터넷에 상견례에 입을 속옷 색깔까지 정해달라는 주문까지 있다고 한다.

 

  출간된 <결정장애 세대>의 저자 올리버 예게스는 2012년 독일 일간지 <디 벨트>에 같은 제목의 기사를 올려 반향을 일으켰다. 1982년생인 그는 스스로를 결정장애 세대라고 말한다. 특징은 이렇다. “나는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한다. 어딘가에 잘 정착하지도 못하고 한 가지 일에 잘 집중하지도 못한다. ADHD를 앓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주의력 결핍에 결단력 박약이다. 내 앞에는 너무 많은 선택의 기회가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게 무엇이든,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이든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대체로 해결된다.” 세대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결정장애를 말하는 예게스는 그 기준을 주로 디지털 환경에 맞춘다. 이들은 텔레비전보다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친숙하고, 사생활을 보호받는 건 중요하지만 일상을 SNS에 기록하는 것에 부담이 없다. 만나본 적 없는 SNS 친구도 여럿 있고 현실의 친구들과 만나서도 종종 SNS를 뒤적거린다. 예(Yes), 아니요(No) 대신 글쎄(Maybe)라는 말을 많이 쓴다.(시사인/결정장애)

 

예계스가 말하는 '결정장애'는 비단 선택의 문제만이 아니다. SNS 상에는 진위파악이 힘든 정보들이 넘쳐나고 그 정보로 인해 오히려 중심 잡기 더 힘든 시대가 되었다. 판미동에서 출간된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살 것인가》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갈수록 혼란스러워지는 이 시대에 중심을 잡아주는 무게추가 되기에 충분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약물중독치료센터의 소장이자 선禪 사상을 해석하는 학자이다. 저자는 범죄자인 어머니 아래 자랐고 아들은 마약중독자였다. 마약중독자인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10년 동안 다양한 의사들과 치료사들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40여 차례나 중독에서 벗어났다 재발하기를 반복하던 끝에 아들은 중독성 약물에 의존하는 근복적인 이유를 찾아냈고, 마침내 완전히 마약 중독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이후 그들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약물중독치료 센터를 설립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경험한 마약 치료는 삶에서 가장 끔찍한 경험이었지만 반대로 최고의 멋진 경험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스스로를 우주의 한 존재로서 인식해야 하며 현재를 살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기본 명제는 다음과 같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수많은 일 중 최상의 것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우리가 사는 세계의 법칙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얻는 행복"이다. 그리고 그 행복을 찾아가는 현실적인 방편으로 활용되는 것이 바로 ()이다.

 

판미동에서 출간되는 책들은 영적인 책들이 주를 이룬다. 고도의 과학이 발달함으로 자연적으로 인간의 영적인 부분이 많이 퇴화하였지만, 인간에게는 영적인 힘이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법칙'을 전달해주려 한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담았던 린다 번의 씨크릿을 읽었을 때처럼 마음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차는 느낌이었다. 흔들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어쩌면 우리 시대에 가장 커다란 숙제인지도 모르겠다. 과잉의 시대, 선택의 폭이 너무 많아진 세상에 사는 것도 피로한 일이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삶의 기준을 잃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그것은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최고의 禪 선경지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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