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제목이 예르미타시 박물관전.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예르미타시 (Hermitage)는 원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작은 별궁 이름.
러시아 제국 로마노프 왕조의 8번째 황제인 예카테리나 2세 (1729-1796). 그녀는 예술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으로 유럽 각지에서 수집한 미술품을 모아서 지금의 예르미타시 박물관을 만들었다. 이 박물관은 소장품의 가치로나 양으로나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미술관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데, 회화를 포함하여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박물관 소장품 규모는 약 300만점이라고 한다.
이번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2016년에 예르미타시 박물관에서 열렸던 한국도자명품전의 교환전시로 계획되었다. 예르미타시 박물관 소장품 중의 정수라고 할수 있는 17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프랑스 미술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번 전시는 그래서인지 예상했던 것 보다 둘러보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프랑스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프랑스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


1. 17세기: 고전 주의. 루이14세 통치 기간
2. 18세기 초: 로코코와 계몽의 시대
3. 19세기: 혁명과 낭만주의
4. 19세기 말: 인상주의와 그 이후
전시는 이렇게 네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전시실 벽이 각각 빨강, 초록, 노랑, 검정 색으로 구분되어 표시되어 있다. 따라서 사진의 그림이 걸려있는 벽의 배경색을 보면 그 그림이 어느 전시실에 걸려있던 것인지 알수 있다.

제목 <클레오파트라의 죽음>
화가: 피에르 미냐르 (1612-1695)
뱀이 물도록 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를 묘사한 작품.
언제부터인가 전체 그림중 한부분을 찾아 확대해서 보고 사진도 찍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이 그림에서는 팔뚝위 뱀.


오른쪽 아래 창과 방패를 들고 있는 여인이 미네르바.
아래는 확대해서 본 것.







벼락이 치자 어쩔 줄 몰라하며 피할 곳을 찾아 이리 저리 헤매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그림

아마도 내가 제일 오래 머물렀던 그림은 이 그림 앞에서였을 것이다.
아리 셰페 (Ary Scheffer, 1795-1858)라는 화가의 <젊은 어부의 장례>라는 그림인데, 영국 소설가 월터 스콧이 쓴, 난 제목도 들어본 적이 없는 소설 <골동품 수집가>의 한 장면을 묘사했다고 한다.
관 속에 젊은 어부가 누워있고, 머리 맡에서 어부의 어머니가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다. 아버지는 성직자의 위로를 받고 있으며 오른쪽에 할머니로 보이는 노인은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채 다른 곳을 향해 앉아 있다.


이번 전시회 안내판, 팜플렛에 모델 그림이 된 카를뤼스 뒤랑의 <안나 오블렌스카야의 초상>

검정색 전시실로 들어서니 익숙한 그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19세기 말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
위의 그림은 모네의 <지베르니의 건초더미>

세잔의 <마른 (Marne) 강 기슭>
풍경이 물에 비친 모습을 그리는 건 인상파 화가들이 즐기는 방법이었다고.

외젠 카리에르 (Eugene Carriere, 1849-1906)의 <어머니와 아이>
이 그림 외에도 모성을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는 이 화가 작품의 특징은 안개 낀 듯 뿌옇게 그리는 것.

베르나르 뷔페가 그린 <겨울 궁전> 즉, 이 전시품들이 소장되어 있는 예르미타시 박물관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은 이 박물관을 직접 들어가서 보셨을까.
(전시를 보고 나오며)
원래 그림에 취미도 관심도 없었지만
주말이면 그것 밖에 달리 혼자서 할만한 일이 없어
미술관과 박물관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던
1996년 생각이 났다
그때 어떤 길이 하나 생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나보다
그림에 취미도 관심도 없던 나
1996년에도 2018년에도
그때나 지금이나
그림을 찾아가서 보고 오는 이유는
마음의 빈 공간이 느껴질 때라는 걸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