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 걷기 여행 -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한 번은 떠나야 한다
김종우 지음 / 북클라우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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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에서도, 출판사의 짧은 소개글에서도, 내가 이 책에 대해 빠르게 받은 인상은 신체를 움직이는 걷는행위 보다는 걷기와 관련된 내면의 기록이었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때 한번은 떠나야 한다', '어디든 걸을 수 있는 용기와 어디서든 멈출 수 있는 여유', '심장병을 안고 히말라야를 오른 후 걷기 여행에 푹 빠진...' 등등의 문구가 그렇지 않은가? 더구나 한창 여행의 욕구가 넘치는 2,30대가 아닌 마흔 넘어, 호화 여행이 아닌 걷기 여행이라니, 마음을 훅 뺏겨 구입하여 읽게 되었는데, 이런, 이 책은 그런 구구절절 사연과 성찰이 담긴 책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걷기에 관한 실용적인 정보를 담은 책에 더 가까웠다.

첫장부터 내용이 걷기가 주는 '신체적 효용성'. 다음 장엔 올바른 걷기 자세, 배낭 꾸리는 법, 걷는 기술 등, 걷기에 대한 하드웨어적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그마저도 아주 새로운 내용들은 아니라서 좀 실망.

그 다음 일곱개 소제목으로 저자가 추천하는 세계 트래킹 명소 일곱 군데가 소개되어 있다. 네팔의 히말라야, 스페인 산티아고 물론이고, 제주올레를 표방하여 만들었다는 일본 규슈 올레, 이탈리아 아말피와 돌로미티, 터키 리키안 웨이, 프랑스 파리, 그리고 대한민국 둘레길과 지리산 둘레길, 서울 둘레길까지. 목차를 봐도 짐작이 되시리라. 각 트레킹 코스가 히말라야의 경우 높이가 3000m 이상, 산티아고가 120km 등, 만만치 않은 코스들인데 소제목 하나로 하나의 코스를 설명하기엔 아무래도 부족하지 않은가 싶다.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누구와 언제 갔는지, 정확하게 기술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어느 기관에서 (아마도 모 신문사?) 단체로 손님을 모집하여 떠나는 걷기 여행에 저자가 어떤 자격으로 (이것도 분명하지 않다) 초대되어 동행하는 형식으로 다녀온 것이 아닌가 추측될 뿐이다. 그런데 그 그룹 대부분이 연령대가 있는 분들이라서 코스를 전체 완주하기 보다는 짧고, 무리가 없게 조정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산티아고도 120km정도, 6일 정도 일정으로 압축). 그러다 보니 그곳을 가보지 않고 읽는 독자들에게는 너무 건너뛰기 식의 여행기록으로 보이기 십상이고 내용이 허술해보일 수 밖에 없다.

프랑스의 파리도 세계 일곱개 트레킹 코스에 포함시켜놓았다. 파리에 트레킹 코스가 따로 있어서 갔다기 보다 오랜만에 모르는 사람들과의 여행이 아닌 아내와의 여행으로 택한 곳인데, 어차피 여행을 하다보면 많이 걷게 되니까 이것도 트레킹이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씀. 틀린 말은 아닌데, 웬지 억지 같기도 하달까.

마지막 장 '우리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만들수 있을까'에서는 세계 여러 트레킹 코스를 둘러본 후 우리 나라의 제주 올레, 서울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과 비교하여 우리의 걷기 코스도 산티아고 처럼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 수는 없을까 되돌아본 내용인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유명한 것은 맞지만 우리나라의 둘레길이 꼭 산티아고 순례길과 비교가 되어 보강되고 업그레이드 되고, 그래야하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산티아고는 고사하고 우리 나라 제주 올레길에도 한번 올라보지 못한 나. 매일 트레드밀 위에서 제자리 걷기만 하며 땀도 안나는 운동이랍시고 하는 나로서는 오늘도 또 한숨만 쉴 뿐이다.

알찬 구성이라기 보다는 어딘지 이것 저것 막 끌어다 엮은 책의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저자가 그동안 이 많은 코스를 걸어오며 느끼고 얻은 생각들과 경험을 제대로 잘 담았다고 보기엔 아쉬움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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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8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7-12-18 14:43   좋아요 1 | URL
원래 700km 되는 코스인데 이 책에서는 간편 코스? 를 택했더라고요. 저는 좀 실망 ㅠㅠ
해파랑길이 저에게는 지금 더 가능성이 커 보이네요. 그야말로 동해를 따라 아래에서 위로 쭈욱~~
꼭 가보고 싶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