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펭귄클래식 48
조지 오웰 지음, 이기한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카프카의 성에서도 그랬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도 딱히 특별한 인물은 아니다. 그 시대를 대표한다고 볼수 있는 평범한 시민. 그러니까 작가는 인물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다기 보다 그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이 사회에서 작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생각했다. 스토리 텔링도 소설을 쓰는 작가의 중요한 능력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조지 오웰의 이 사회성 높은 소설을 읽으며 다시 확인한다. 현 사회와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관찰, 비판, 분석, 거기서 나아가 앞으로 올 미래에 대한 예견까지. 작가의 역량은 내가 아는 범위를 넘어서 있었다.

조지 오웰 자신이 평탄하고 부유한 생활을 해나갔다면 이렇게 사회의 드러나지 않는 면, 보이지 않는 힘, 권력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르고 그런 경험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드러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영국인 부모를 둔 그는 인도 주재 영국 공관에서 일하는 아버지로 인해 인도에서 태어났다. 네살때 영국으로 이주, 명문 이튼 칼리지를 다녔고 그때부터 이미 정기적으로 글을 투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미얀마에서 경찰로 근무하면서 궁핍한 생활을 해나갔다. (그는 왜 미얀마에서 경찰로 근무하게 되었을까?) 이후 파리에도 잠시 머물렀고 영국으로 돌아와 여러가지 직업을 전전한다. 그의 나이 서른에 첫 소설이 출간되었으니 비교적 이른 성공이라고 볼수도 있지만 실업 사태가 발생한 지역을 돌아보며 가난의 참상을 보게 되었고 스페인으로 가서 내전에 가담하기도 한다. 이때 얻은 부상으로 건강을 잃은 그는 요양소에 들어갔고 이후 영영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채 채 오십도 안된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 책 <1984>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일곱 달 전에 출판되었다고 한다.

인간은 과연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에 대해 길들여지고 싶어하는 본성이 있기라도 하는 것인가, 아니면 필사적으로 거기서 벗어나려 하는 것이 진짜 본성일까 혼동된다. 너무 쉽고 안일하게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에 길들여 사는 모습을 이렇게 소설에서 접하고 난후 현재 우리가 사는 모습, 우리 사회의 모습을 생각하면 어느새 오버랩되고 있는 오싹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당에 의해 자행된 것들 주 가장 끔찍한 것은 사람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충동들과 감정들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믿도록 설득한 것이다. (228)

 

전쟁이 인간들의 이권을 채우기 위해 어떻게 이용되는가 하는 대목은 또 얼마나 두려운가.

그것은 잉여 소비재를 소진시킬 뿐만 아니라 계층 사회가 요구하는 특정한 정서를 유지하는데 유용하다. 뒤에서 보겠지만 이제 전쟁은 철저한 내국적인 상황의 일환이 되어버렸다. 실질적인 전쟁은 각 지배층과 그들이 이끄는 국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며 이러한 전쟁의 궁극적인 목표는 새로운 영토를 확보하거나 상대국이 자국의 영토를 점령한는 것을 저지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구조를 어떻게든 유지하는데 있다. (269)

 

나중에 오브라이언의 정체가 밝혀지고, 오브라이언이 언제 주인공을 처단하는지 드러나는 대목은 클라이막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사회의 반대쪽 끝에는 무정부 사회가 있을까?

조지 오웰은 소설가이면서 예언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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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4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7-12-16 12:55   좋아요 1 | URL
제가 그렇게 쓰긴 했지만 저도 잊고 살때가 많은데 이렇게 기억해주시고 저에게도 다시 되새길 수 있게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저도 아직 자신있게 말할 경륜과 지혜가 부족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든 기쁜 일만 계속 있거나 슬픈 일만 계속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는 것이요.
오늘도 춥지요? 아침에 실내에서 운동하던 중에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가시는 우체부 아저씨을 창문 너머로 보게 되었어요. 얼마나 추우실까 생각하다가, 생업에 종사하시느라 추운 날씨에도 꿋꿋하게 일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사람 사는게 저런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답니다. 추우나 더우나, 기쁘나 슬프나, 계속 되어야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