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알면 옛 그림이 재밌다 - 쉽게 재밌게 읽는 옛 그림 길라잡이
윤철규 지음 / 이다미디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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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의 옛 그림에 대한 지식이라곤 오래전 중고등학교 미술시간에 이론으로 배운 그 얄팍한 정도 밖에 되지 않는지라, 박물관 회화실에 가볼라치면 국보로 지정된 그림을 앞에 두고도 뭐가 좋은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우선 저 그림의 제목이 뭐라는건지, 제목 옆에 저 괄호 안의 설명은 뭐라는건지,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모르니 좋아하기 어려운건 당연한 결과.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대다수의 이런 사정, 그래서 이런 책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저자와 출판사가 잘 간파했나보다. 제목처럼 이것만 알면 옛그림이 재밌어지는건 아니겠지만, 그림에 대한 관심과 보는 재미를 증가시킬 것임은 확실하다.

첫장의 내용이 옛그림의 용어편. 두루마리, 족자, 병풍이라는 용어를 보자 다 그게 그거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옆으로 긴것이 두루마리, 가로보다 세로가 길어서 아래로 늘어뜨린게 족자, 가리개 용도로 제작되었다가 접이식 그림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고 있는 병풍. 이렇게 다르구나, 금방 이해가 된다.

그림 아래엔 의례 그림에 대한 설명이 있기 마련인데, 작자 이름, 그림 제목, 그리고 옆에 지본담채, 견본담채, 지본수묵, 등등의 말이 나온다. 알면 간단하다. 종이에 그렸으면 지본, 비단에 그렸으면 견본이다. 먹으로만 그린건 수묵, 채색 가운데 옅게 채색한 것은 담채 라고 한다. 가끔 금분이나 은분을 쓰기도 하는데 이것은 금니, 은니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림 제목은 < >, 즉 꺾쇠괄호 안에 적어 넣는다. 읽으면서 눈과 귀에 가장 안들어오는 부분은 붓과 먹 쓰는 법, 즉 그리는 기법에 관한 부분이다. 부벽준, 피마준은 그래도 들어는 봤다 (부벽준은 큰 도끼로 내리치면 드러나는 단면처럼 보이게 그리는 기법, 피마준은 붓으로 얇고 가는 선을 평행하게 여러 번 중복해 긋는 기법이다). 절대준, 하엽준에 이르면 금시초문. 선으로 형태를 나타내느냐 아니냐에 따라 몰골법과 구륵법 정도는 기억하고 있어야겠다. 최소한 이런 경우 용어의 한자 표기를 알면 그 뜻을 더 쉽게 기억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책만 보며 낱말 뜻 공부가 아니라 그림을 보면서 용어를 함께 익숙하게 하는 것이다. 정선의 진경산수야말로 중고등학교 미술시간에 많이 들어보았을텐데, 여기서 진경을 실경과 대조적으로 쓰였다는 것. 즉 실제 경치 (실경) 그대로 그리는데서 나아가 눈앞에 보이는 경치 그 이상을 그렸다는 뜻이다.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대부분의 그림이 중국 화풍을 따라하는데 비해서 겸재 정선이 창안해낸 새로운 산수화 기법이라는 데에 있다는데 실제로 책을 읽다보니 우리 옛 그림이라는게 중국 화풍을 따라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서 우리 나라의 어느 화풍이나 화가를 설명하려면 거의 시작은 중국의 화풍부터 설명이 나오고 우리는 그 영향을 받았다고 나온다. 이 책에 소개된 내용 중에 그렇지 않은 예라면 일월오봉도 한가지. 왕이 머무는 곳의 배경에 왕권을 상징하는 장식화이다. 이 그림은 조선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이제 박물관 회화실에 가면 그림 앞에 머무는 시간이 좀더 길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그럴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설명도 쉽고, 찾기 쉽게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책 속 그림도 분야별 대표적인 것들로 충분히 수록되어 있어 읽는 동안의 즐거움도 컸고 소장하고 있기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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