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박물관에서 들은 강의는 고고학.
머리 희끗하지만 눈빛은 반짝, 지적 호기심이 여전하신 듯 보이는 노교수님.
강의 시작을 질문으로 하신다.
"여러분,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조용...
부정적, 회의적, 염세적 인간의 한 사람으로써 '행복따위란 존재하지 않는 것. 실체가 없는 것. 사는 건 고(苦)야...'
이런 생각을 주억거리고 있는데,
"여러분 두발로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것이 행복입니다."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어 오전 내내 병원에 있다가 오셨다면서, 하고 싶은 걸 선택할 수 있고, 남의 힘 빌리지 않고 내 발로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것, 그것을 잃어보기 전엔 그것이 행복인지 모른다고.
모르는 바 아님에도 이 말씀 한마디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이 날의 또다른 강의는 문화인류학이었는데, 말로만 들어봤지 인류학이란 분야에 대해 강의를 들어본 건 처음이다.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나. 나의 관심지수는 몇십배로 올라갔고 이런 학문인줄 진즉에 알았더라면 아마 이 공부를 하겠다고 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행복한 목요일이었다.
오가며 버스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강의 듣는 시간 보다 더 오래 걸린다는 것 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