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은 이렇게 묻는다 - 개정판
김점선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동경해 마지 않는 직업중 하나가 화가. 나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직업인 화가. 좋아하지 않으면 직업으로 가질수 없었을테니 (다른 직업들과는 달리, 예술을 직업으로 하는 경우는 정말 그렇지 않을까?) 먹는 것 건너 뛰고, 자는 것 건너 뛰고 캔버스 앞에서 몰두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 몰두의 삶이 부러웠다.

이 책은 김점선 화가의 그림과 글의 타입을 파악하기에 좋은 책이다. 그림보다 결코 많이 할당되어 있지 않은 글들, 하지만 할 말을 다 하고 있다는 느낌의 글.

그녀의 그림에서 그녀의 생각을 엿보다가 점점 그녀에게 관심이 쏠려 간다. 어떠한 인간일까. 궁금하게 만든다. 웃고 있는 말, 보라색 꽃을 밟고 서서 웃고 있는 개, 목탄으로 낙서하듯이 그려 놓은 나선, 물 컵속에 떠가는 배 한척. 그녀가 사용한 색채는 또 얼마나 마음을 환하게 물들이는가.

다음을 '번개처럼'이라는 제목의 글 중에서 일부 발췌. 이 책에서 내가 제일 멋지다고 생각하는 구절;

... 아름다움은 의식일 뿐이다. 오로지 그것을 느끼는 살아있는 인간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정신활동의 한 형태일 뿐이다. 예측해서도 안 되는, 번개처럼 조립되어서 순간적으로 번쩍였다 충격을 던지고 사라져버리는, 언제든지 만들어질 수 있는, 그러나 영원히 안 만들어져버릴수도 있는 안타까운 목마름에 불타는, 홀연히 나타나주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드디어! 나타나다!'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그 넓은 하늘에 번개가 없다면 나는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아! 이루 말할 수 없이 그렇게 오랫동안 그 하늘 밑에서 살아낼 수 있었을까? 그 지루하고 긴 하루들, 영원처럼 심심하기만 한 아동기의 그 긴긴 하루들, 마비되어버린 푸르기만 한 하늘들, 화를 낼 수도 없게 밋밋한 하늘들, 식물인간처럼 마비되어 버린 푸르기만 한 하늘들 나는 어떻게 참아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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