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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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에 나셔서 올해 아흔 일곱이 되셨으니 백년을 살아오셨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연세대 철학과 교수를 지내셨고, 여러 권의 수필집을 내셨는데 그중 <영원과 사랑의 대화>라는 책 때문에 나는 이분을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까마득하기만 한 중학교 1학년때 일이다. 방학이 되어 아버지께서 읽으라고 사다주신 열몇권의 책 중 한권이었는데, 김형석이라는 이름도 낯설고, 약간 촌티나는 표지에, 제목은 꼭 삼류 소설 제목 같았다. 그런데 읽어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조곤조곤, 하지만 강단있게 소신있는 삶을 살기 위한 철학자의 생각이 빈틈없이 담겨있었다. 아마 수필집을 읽어본 건 그 책이 처음 아니었나 싶다.

이후로 다른 수필집도 몇권 읽었으나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분이 벌써 백년을 살아보니 라는 책을 내실 정도로 연로하셨구나, 신간 소식을 듣고 감회가 깊었다. 무슨 내용이 담겨있을까 궁금하면서 또 궁금하지 않기도 했다. 그동안 출간된 책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것이고, 백세가 거의 다되신 철학자라면 뭔가 다른 내용이 담겨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때문에 궁금하기도 한것이다.

 

부모는 욕심보다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보다 귀한 것은 자녀들의 일생을 위한 사랑이다. (107)

 

이 문장 뿐 아니라 이 책 전체에서 키워드를 뽑으라면 <사랑>이라고 말하겠다. 수십년전 내가 처음 읽은 그의 수필집에서처럼, 백세가 다 된 지금도 여전히 그는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의 인생을 변함없이 관통하고 있는 중심어, 지금은 흔해 빠진 단어가 되어 버린 사랑.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노라고 여전히 말하고 있다. 그 자신이 여섯 자녀를 키워낸 부모였다. 하나 낳아 겨우 키워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 비하랴. 여섯을 키워내셨다면 일단은 귀기울여 들을 일이다.

 

카네기의 말이 있다. "내가 가장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은 '그는 부자였다'는 말이다." (195)

 

많이 가진게 자랑거리가 되고, 못가진걸 스스로 비하하는, 이 사회가 싫다. 많이 가진 거 자랑하는 사람을 보는 것보다 사실 못가졌다고 스스로 움츠려들고 떳떳하지 못하게 행동하는 사람, 아니 사람이 아니라 그 사고 방식이 싫다. 카네기는 누가 뭐래도 부자 맞지만, 부자가 삶의 목표 자체는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벌어들인 많은 재산을 어디에 어떻게 베풀고 살았는가, 그것이 삶의 목표였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노년기는 언제부터 시작되는가. 보통 65세 부터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와 내 가까운 친구들은 그런 생각을 버린지 오래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233)

 

동의합니다! 성장한다는 것은 배움에 대한 욕구가 살아있다는 것이고, 내 생각을 한군데 가둬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르려 하지 않고 품을 줄 안다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대할 수 있다면 그것이 존경받는 노년기 인생이 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274)

 

나이 들수록 마음에 안드는 것이 더 많아지고, 마음에 안드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예를 많이 본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책을 많이 읽어 생각과 마음이 더 넓어 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기존의 생각 굳히기용으로 책을 읽는 것을 많이 본다.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한 벽은 점점 두터워지고 내 생각은 점점 더 외곩수로 흐른다. 그런데, 나이 들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려면 어떤 길을 통해야하는지.

 

자기의 본분을 잊지 않고, 어긋나지 않는 길을 쉼없이 걸으며, 일관성 있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매일 징징거리며 살고 있는 내게는 일침이 된다. 그냥 숙연해진다.

 

또 다음 책도 내실 수 있기를,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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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16-11-2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며칠 지났지만 생일 축하해~~~
스마트 폰이면 카톡 메시지를 보낼수 있을건데,
문자를 보낼수 없어서
네 글 올라오면 남겨야지 그러고 있었어 ㅎ
잘 지내고~~
내 거처가 결정되면 또 연락할게.

hnine 2016-11-21 22:07   좋아요 0 | URL
네 거처가 어떻게 결정될지 나도 궁금해.
빨리 12월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