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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는 영혼 - 공지영 산문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정말 상처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이 책은 제목처럼 상처가 없는 영혼에 대해서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영혼은 없다면서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다. 내가 읽은 책은 근래에 처음 나온 책은 아니고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96년, 30대 초반일때 개인적인 어떤 아픈 일로부터 벗어나고자, 극복하고자 안간힘 쓰고 있을 고통의 시기로 짐작되는 그때 나온 책의 개정판이다. 책 앞장에는 작가의 필적으로 '마른 풀 딛고 일어서는 연한 싹들... 2006년 봄 공지영'이라고 쓰여 있었다.
홍콩으로 잠시 여행가서 남긴 기록, 또 일본에서의 기록, 어린 시절의 얘기, 이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얘기, 작가의 간략하나마 소설에 대한 생각, 이렇게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는 어쨋든 자신을 아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어려운 상황 앞에서도 그 자신에 대한 사랑이 힘이 되어 극복해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너질 것 같은 상실감과 절망감에 대해 쓰고 있지만, 보기보다 강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글을 너무 쉽게 쓰는 티가 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다보니 작가도 이 사실에 대해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작가가 스스로 말하는 그 젊은 날의 아픔이나 고민의 흔적을 전혀 읽을 수 없는 그 딱 떨어지는 표정이나, 순간적인 감동은 주되 오래동안 깊은 여운으로 남는 메시지나 철학은 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몇 권의 책을 읽어본 후에 공지영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얼마전 오랜만에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나서 다시 관심이 생겨 읽어보게 된 책이었다. 괜찮은 책 한권을 읽고나면 그 책으로 알게된 다른 책을 또 연달아 읽게 되는 버릇이 있다. 이번에도 역시 이 책을 읽자마자 스콧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 오에 겐자부로의 '조용한 생활'을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다.
다른 공지영의 책들이 그렇듯, 이 책도 손에 잡기가 무섭게 다 읽을수 있었으니, 공지영은 글을 지루하게 쓰는 타입은 절대 아닌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