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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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내가 요약한 줄거리:

 

햄릿의 삼촌 클로디어스는 햄릿의 아버지이자 자기 형인 선왕을 죽이고 덴마크의 왕이 된다. 이후 두달도 못되어 햄릿의 어머니이자 자기의 형수였던 거트루드와 결혼하여 왕비로 삼는다. 삼촌에 대한 복수심과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안고 햄릿의 고뇌가 시작되는데, 햄릿의 행동이 수상쩍다고 생각된 클로디어스 왕은 재상 폴로니어스를 시켜 염탐하게 하고 이에 따라 햄릿과 왕비인 어머니의 대화를 휘장 되에 숨어 엿듣던 폴로니어스를 햄릿은 왕인 클로디어스라고 생각하고 찔러 죽인다. 이를 알게 된 클로디어스 왕은 햄릿을 처치하기로 하고 영국왕에게 부디 이 자를 죽여달라는 비밀 편지를 들려 햄릿을 영국으로 급파하지만, 중간에 햄릿을 되돌아오고 보내진 다른 사람이 대신 죽음을 당한다.

햄릿이 죽인 폴로니어스는 햄릿의 연인인 오펠리아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오펠리아는 결국 물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고 오펠리아의 오빠인 레어티즈는 자기 아버지가 햄릿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말을 왕으로부터 전해듣고 분개한다. 이것을 이용하여 클로디어스 왕은 레어티즈를 부축여 햄릿과 결투하라는 제의를 하고 레어티즈는 이를 수락한다. 독을 묻힌 칼로 햄릿과 결투 끝에 레어티즈와 햄릿 모두 죽음을 맞이하고, 독을 탄 술을 마신 왕비도, 독 묻은 칼 끝에 왕도 모두 죽는다.

 

놀라운 것은 이상 햄릿의 줄거리는 셰익스피어의 펜 끝에서 처음 탄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12세기 말경에 씌어지고 1514년에 처음 출판된 삭소 그라마티쿠스의 <덴마크 역사>에 이미 실려 있는 이야기인데, 셰익스피어가 삭소의 이 이야기를 직접 읽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재서술한 것을 간접적으로 읽었는지는 모르나, 셰익스피어는 줄거리는 거의 그대로 빌어다 쓰되 자기 식으로 인물에 생동감을 더하였고 약간의 변형, 의미 부여를 통해 불세출의 역작 <햄릿>을 새로이 탄생시킨 것이다. 소위 '창조적 변형력'을 성공적으로 입증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즉, 해설에 나와있듯이 셰익스피어는 이야기를 새롭게 지어내는 천재라기 보다 이미 있는 이야기를 재구성 혹은 재해석하는 천재라고 말해진다는 것이다.

 

고전 중의 고전. 아마도 지금은 쓰이지 않는 생소한 단어가 수두룩할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 그건 아마도 원어로 된 원본을 읽을 때나 해당될지 몰라도 번역자의 수고를 거쳐 나온 이 번역본은 그런 어려움 전혀 없이 죽죽 읽어나갈 수 있었다는 것을 알려두고 싶다. 더구나 원문에 있었을 운율을 살려 번역해놓아서, 마치 우리 나라 시조를 읽을 때 처럼 문장에 리듬이 살아있어 읽는 재미가 더했다.

셰익스피어 시대 문학 작품 답게 직유와 은유, 대조법 등이 풍부하게 사용된 문장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있다.

  • 장례식 때 구운 고기, 혼례상에 차갑게 내놓았지 (1막 2장 181)
  • 너의 거짓이란 미끼가 진실이란 잉어를 건진단 말씀이야 (2막 1장 63)
  • 인간은 참으로 걸작품이 아닌가! 이성은 얼마나 고귀하고, 능력은 얼마나 무한하며, 생김새와 움직임은 얼마나 깔끔하고 놀라우며, 행동은 얼마나 천사 같고, 이해력은 얼마나 신 같은가! 이 지상의 아름다움이요 동물들의 귀감이지 --- 헌데, 내겐 이 무슨 흙 중의 흙이란 말인가? 난 인간이 즐겁지 않아 --- 여자도 마찬가지야, 자네는 웃으면서 반대하는 것 같지만 (2막 2장 309)
  • 노인은 두 배로 어린이 (2막 2장 386)
  •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 죽는 건 ---- 자는 것뿐일지니, 잠 한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 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3막 1장 56) 
  • 슬픔이란 첨병은 한 사람씩 오지 않고 대부대로 몰려오오 (4막 5장 78)
  • 저 해골에도 한때는 혀가 있었고 노래할 수 있었겠지. 저 녀석이 그걸 땅에다 팽개치네, 마치 최초의 살인을 한 카인의 턱뼈나 되는 것처럼. 지금 이 바보가 호령하는 저건, 어느 모사꾼의 머리통이었을지도 모르지. 하느님까지 따돌리려 했던 녀석 말이야. 안 그런가? (5막 1장 77)

 

<햄릿>은 연극으로 보든, 책을 한번 다시 읽어보든, 살아있는 동안 어쨌든 다시 만나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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