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쓰지 않는 연습 - 불안.분노.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가르침
나토리 호겐 지음, 이정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래 전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이었을 때 알고 지내던 친구가 있다. 프랑스 친구였는데 그녀는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나이 들며 바뀌는 점 중 하나가 accept, 즉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예전 같으면 마음에 안드는 점을 발견하면 바꿔보려고 안간힘 썼으나 점점 받아들이는게 늘어간다고. 성격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몸매까지도 말이다. 그건 한편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지만 한편 무력해보이기도 할 것이다.

행복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 책 껍데기에 써있는 이 한 줄 뜻을 모르는 사람 별로 없을 것이다. 다만 잊고 살 뿐이지. 내 욕심에 가려서,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그 마음에 가려서 말이다.

이런 책들을 가끔 읽어주는 이유이다. 모르던 것을 배우기 위해 읽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던 것, 잊고 있던 것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 마음의 덮개를 걷어내기 위해서. 비록 시간이 지나며 다시 때가 끼고 먼지가 쌓이겠지만 먼지가 다시 쌓인다고 청소를 안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까.

 

사실 모든 일은 처음에 마찰이 발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찰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조용히 참고 지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가 자신의 규칙을 주장하는 태도는 앞으로 잘 지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며, 차차 서로 맞추어나가면 된다. (42)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자리를 나도 모르게 피하는 내 심리가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사람을 싫어하지 않음에도, 아니 오히려 사람에 관심이 많고 친구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걸 잘 들어주는 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점 중의 하나임에도, 사람들 모이는 자리에 잘 나가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마찰이 생길까봐 그걸 미리 피하려는 것이었다. 일단 마찰이 생기면 내 주장을 펴지 못하고 대부분 상대방의 의견에 따라가는 습성때문에. 그리고 돌아와서는 마음 불편해한다.

 

쓸데없이 긴장하지 않는 용기를 갖는다. (50)

긴장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용기.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은 사람은 심리학 수업을 듣기보다는 소설을 읽는 것이 낫습니다. (83)

저자가 대학에 다닐때 심리학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라고 한다.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나아가 이 세상이 얼마나 넓고 다양한 군상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소설을 읽으며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소설보다 다른 책을 읽으라고, 소설 읽는 것을 다소 경시하며 말하는 사람에게 내가 하는 대답과 같은 구절이라 반가왔다.

 

나는 무엇에 화를 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일까? 나는 왜 그런 걸 바라는 것일까?

납득할 수 있는 부분에까지 '왜?'를 반복해보자. (151)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감정의 차원에서 끝내지 않고 이성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한다. 당신은 지금 그대로가 좋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라는 말은 지금의 자신이 완전하거나 완벽하다는 말이 아니라, 나약한 자신을 자각하고 그것을 어떻게든 바꾸어보려고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불완전하고 미숙하고 미생에 지나지 않는다는 쪽으로 너무 치우치면 평생을 그런 자기 규정속에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소중한 나를 너무 박대하는 것이 아닌가? 그건 또한 행복에서 가장 멀어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깨달음으로 가는 수단(방편)이 사실은 깨달음이라는 목표 그 자체.

마음을 너그럽게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이미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것. (209)

 

자신의 마음을 중심으로 세계를 보는 것을 불교에서는 唯識이라고 표현한다. (218)

자기 중심 (유식, 唯識)과 자기 우선의 차이. 자기 우선으로 살게 아니라 자기 중심으로 살도록 힘쓰라.

 

질투를 느끼는 것은 지금 행복하지 않기 때문 (237)

바꿔 말하면 질투를 느끼지 않는 것은 지금 대체로 행복하고 만족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질투라는 감정을 잘 느끼지 않는 나 같은 경우는 아마 행복하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위에 말한대로 대체로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아무리 잘나봤자 인간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부처님 손바닥 위의 삶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알고보면 회의적, 염세적 사고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대화의 기본은 성실 (260)

대화의 기본은 말을 얼마나 조리있게 잘 하느냐 보다 성실이다. 그리고 인내. 성실과 인내는 서로 다르지 않은 덕목이긴 하다.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랴는 질문에 돈이라고 대답하는 것은 마치 높은 장소에 있는 어떤 물건을 원하는 사람에게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으니 '사다리'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다. (275)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많은 청소년들이 돈을 많이 버는 CEO가 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고 하는 것을 들으며 의아했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대답이 될것 같은데 돈을 많이 버는 것 자체가 장래 희망이라니.

 

인연

「가족 상호 간에 지극히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애착이나, 친하게 사귀고 있는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끊기 어려운 일체감.

어떤 계기에 의해 발생한, 지금까지 비교적 소원했던 사람끼리의 필연적인 결합」

이렇게 정의를 내려놓고 있는 사전이 있는가 하면, 저자가 찾아본 또 다른 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풀이가 되어 있다고 한다.

『말의 다리에 얽혀 있는 끈. 또는 사람을 구속하는 의리, 인정 등의 비유.

묶어놓다, 묶어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게 하다』 (291)

 

좋고 싫은 기호를 줄인다. 부처님은 좋고 싫은 기호가 없다. 무연 (無緣, 특정한 인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절대적인 평등)의 경지에서 우리를 상대해주신다. (295)

그런데 이 세상은 점점 좋고 싫은 것을 확실히 하는 쪽을 바라는 것 같다. 마음이 그렇게 확실하면 모를까, 많은 경우에 우리는 좋은 점도 있고 싫은 점도 있고, 그렇지 않던가? 그럴 때 억지로 마음을 한쪽으로 정해야할 필요가 있나. 또한, 당장 마음에 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게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줗고 싫다 확실하게 단언하기 어려울 것이다. 좋고 싫은 기호를 줄인다는 것은 그것을 인정하고 쉽게 말하지 않음을 뜻한다.

 

'소유한다'는 물질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는 기쁨보다는 '소유하지 않는 삶'이 더 큰 정신적인 해방감을 맛볼 수 있으며 인생을 더 낫게 만든다. 생활하면서 이것만 알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 (299)

정신적인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는 말에 완전 공감. 필요 이상으로 많이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그게 풍요로움이 아니라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필요 이상 많은 옷, 잔뜩 들어차 있는 냉장고, 하다 못해 필요 이상 많이 차 있는 수납장의 물건, 그릇, 필기 도구 모두가 내게는 부담이다. 그보다는 어딘가 빈 공간이 느껴지는 상태가 가장 좋다. 그게 정신적인 해방감이라고 근사한 말로 포장되기 전에 이미 느껴지는 감정이다.

 

어떤 일을 떠맡게 되었을 때에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보답이 될 수 있는지, 인정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자신감 과잉은 아닌지, 이해득실이 얽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잠깐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하고 용기를 내어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03)

시간이 더 필요해도 현명하게 결정할 수 있는 용기. 이것은 일종의 자신감, 책임감과도 통한다고 본다.

 

불교에서는 자비에 관한 설법은 해도 사랑에 관해서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사랑에 관해서 말한다면 부정적인 견해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항상 미움과 함께 등장한다. '내 것'이라는 집착을 하게 된다. 그래서는 평온한 마음으로 살 수 없기 때문에 사랑을 조심해야 한다고 설법한다. (313)

 

지금의 선택이 미래가 된다. (319)

지극히 불교다운 생각.

 

무의미하 하루는 없다. (324)

오늘은 아무일도 없었던 날, 시시한 날,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날이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런 날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축복받은 날인지.

 

우리는 자기평가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외부의 평가를 통하여 자신을 확인하려 한다. 칭찬을 받는 것, 도움이 된다는 것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며 자란 사람들이 바로 우리이다. (331) 

 

각주구검 (刻舟求劍) 이야기.

강을 건너다가 실수로 칼을 물 속에 빠뜨리고는 칼이 떨어진 지점을 배에다 표시하고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는 말. (268)

배는 이미 칼을 떨어뜨린 장소로부터 이동했고 칼은 떨어진 곳에서 움직이지 않는데도 강가에 도착해서 칼을 찾으려고 함은  시세의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낡은 관습을 고수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말인데, 과거의 가슴 아픈 추억이나 실패의 경험을 마음에 새겨두어보아야 부질없는 짓이라는 뜻도 된다. 배가 움직이듯 시간도 움직여 주변 상황이 바뀌기 때문이다. 성공이나 행복이라는 칼을 인생이라는 강에 떨어뜨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말 "각주구검"을 참고해보라고 한다.

 

 

소제목만 쭉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마음의 때가 조금은 벗겨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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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희망 2016-05-31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저만의 착각일까요?^^
책을 읽는다는게 알아간다는거뿐 아니라 잊고 있던것을 되살리기 위해서이기도 하다는 말 좋아요
저도 많이 되살려봐야겠다는~~~
날이 덥네요 찬 거 넘 많이 드시지 마세요~~^^

hnine 2016-05-31 07:59   좋아요 0 | URL
푸른희망님, 밀린 리뷰 쓰느라고 지금도 다른 한권 리뷰를 막 쓰려고 하는데 세탁기 삑삑 소리가 들려서 빨래 널으러 가려던 참입니다 ^^
모르는 것도 아직 많지만 알면서 잊고 사는 것이 더 많지 않나 싶어요. 그동안 읽은 책에서 배운 것만 해도 얼마나 많겠어요. 지금 읽는 책도 수십년 전에 읽은 책인데 우연히 생각나서 헌책방 다 되져서 다시 구입해서 읽고 있는데요, 좀처럼 읽은 책 다시 읽는 법이 없는 저이지만 너무나 감회가 새롭네요. 이것도 곧 리뷰 올릴께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날이 더워도 예전만큼 찬걸 찾게 되지 않네요. 예전엔 따뜻한 밥보다 찬밥은 더좋아할 정도로 찬거 좋아했었는데 말입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푸른희망님 대문 사진 클릭!해서 저 고양이 얼굴 좀 다시 한번 크게 보고서 빨래 널러 가렵니다.

2016-05-31 0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몬스터 2016-05-31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nine님 , 건강하시죠?

.....과거의 가슴 아픈 추억이나 실패의 경험을 마음에 새겨두어보아야 부질없는 짓이라는 뜻도 된다. 배가 움직이듯 시간도 움직여 주변 상황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 구절이 참 좋네요.

머리로는 잘 아는데 , 도무지 , 마음도 행동도 잘 따라오지 않아서 스스로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일례로 , 누군가에게 어떤 것이든 강요 받는 것을 절대로 싫어하는 전데 , 그런 행동을 제 이기심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하고 있을 때가 종종 있어서 이런 제가 싫어요.

hnine 2016-06-01 04:51   좋아요 0 | URL
저도 읽다가 그 구절에 시선이 좀 오래 머물렀답니다.
머리로 아는데 행동이 잘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머리로라도 알고 있는게 어디예요. 그게 출발점이 될거예요. 가슴 아픈 추억이나 실패의 경험이 현재를 지배한다 싶을땐 그냥 내 인생의 컨텐츠가 풍부해졌다 생각해요. 이거 다 언제 써먹을 날이 있겠지~ ^^ 이러면서요.
저 역시 누구에게 지시 받거나 강요받는 것 무척 싫어하고 그럴 것 같은 자리는 아예 피하기 까지 해서 좀 문제인데, 책에 의하면 그냥 그것도 내 성격으로 받아들이라네요.
저는 적지 않은 나이였음에도 영국에 가서 우와좌왕 힘들어하며 겨우겨우 공부 마치고 돌아온 것 생각하면 몬스터님은 자기 관리 잘 하시고 참 꿋꿋하시다 생각하는걸요. 진심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