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6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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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여쪽에 이르는 분량이지만 1,2,3권중 제일 가독성 있었다고 꼽고 싶다.

마지막까지 이 작품에 대한 다른 어떤 서평이나 정보를 의도적으로 안보려고 했다. 책 읽을 때 매번 그러는 것은 아니고 이 작품도 만약 1권 시작하고부터 대작의 느낌에 서서히 젖어들어가며 읽어갔더라면 굳이 끝까지 나 자신의 느낌을 지켜보려고 의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숨겨 놓은 보석을 찾아낼 수 있을지, 그런 보석이 숨겨져있기는 한것인지, 등장 인물중 작가가 자기의 아바타로 내세운 인물이라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읽었다.

카라마조프 가의 아버지, 즉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의 죽음으로 시작된 1권의 내용이, 3권은 누가 죽였는지를, 왜 죽였는지를 밝히기 위해 혐의 인물을 심문하는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의 누가 봐도 의견이 크게 갈리지 않을, 속물의 표본 같은 인물이다. 양심보다는 탐욕과 욕정의 지배를 받으며 사는 사람. 돈으로 원하는 관계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의 세 아들과 한 명의 사생아는 각각 성격도, 처지도 같지 않아서 작가는 과연 이 다섯 인물중 누구에게 가장 비중을 두어 썼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다 읽고서 드는 생각은 도스토예프스키 뿐 아니라 어쩌면 우리들 인간 모두 이 다섯 인물들의 성격을 다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의 성격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다중적이라고 생각하는데, 한 인물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는 소설이 아닐바엔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성향은 작품 속에선 프리즘에 의해 빛이 분산되어 여러 색으로 나타나듯이 여러 인물들로 나뉘어져 묘사되고 있는 것 같다.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의 탐욕과 이기심과 조시마 장로의 신앙심 투철한 삶을 양 극단에 놓고 그 사이에서 갈등하며 이쪽과 저쪽을 왔다갔다 하는 인간의 심리가 네 아들을 통해 나누어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첫째 아들 드미트리의 불안정하고 감정적이고 나약함, 둘째 아들 이반의 냉철하나 계산적인 면, 세째 알렉세이의 순수하고 동정적이고 신앙심 깊음, 사생아 스메르쟈코프의 겉으로는 짐작하기 어려운 자기만의 세계.

표도르 카라마조프를 누가, 왜 살해했는지가 혐의자 당사자보다는 갑자기 등장한 검사와 변호사의 입을 통해 대부분 설명되고 있다는 것이 아쉬웠다. 결말에 알렉세이와 소년들의 교훈적인 마무리는 많이 아쉬웠다.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 횟수를 늘려가며 방영되던 드라마의 급마무리도 아니고 말이다. 이런 실망스런 결말이 이 작품의 결론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때문에 또 한번 실망스러웠다. 죽기 일년 전에 완결된, 작가의 모든 사상과 철학이 집대성되어 있는 작품이라는 것은 책 표지글의 문장이지만, 꼭 마지막 작품이 가장 가치있고 비중있는 작품이란 법은 없다고 믿고 싶은 심정이다.

아무리 분량이 길어도, 아무리 이런 저런 곁가지 이야기와 인물들이 등장하여도, 주제에서 너무 벗어나지는 않아야 할 것 같은데, 뜬금없이 이 내용이 여기 왜 이렇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들어가있지? 하는 것들이 지나치지 않았나 싶은 것도 유감스런 점의 하나이다.

인간 존재의 근본 문제를 인간 중심으로 파헤쳤다기 보다, 신의 존재를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디까지 내 인생을 지배하도록 두어야 할까 하는 쪽으로 두드러져 보였다. 니체처럼 신의 존재와 신의 위력에 반기를 들지도 못했고, '하나의 밀알이 떨어져 죽지 않으면' 의 교훈을 다시 강조하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고 받아들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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