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교실 벗 교육문고
조향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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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수많은 슬픔 가운데 내 몫의 한 조각 슬픔을 받아들였다"

이 책을 읽으며 밑줄 그은 문장인데, 마침 어제 세상을 뜨신 신영복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중 한구절이라고 저자가 인용한 대목이다.

부산에서 십대들에게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인 저자는 학생들에게 시를 읽히고 시에 대해 서로 느낌과 생각을 나누는 수업을 해오고 있다. 그렇게 다룬 시와 학생들과 나눈 이야기를 가지고 엮은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시와 음악과 그림을 자신의 삶 속으로 스며들게 한 사람들은 돈이나 권력이나 명예가 없어도, 주변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도 행복하게 자재(自在)할 수 있다. 훨씬 적은 것을 가지고도 훨씬 넉넉하게 살 수 있다. (93쪽)

 

저자 본인이 시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다.

다음 대목에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읽을 수 있다.

나의 경우 시를 읽고 쓰고 가르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시는 최고의 벗이자 나 자신이었다. 고해인 인생의 큰 복이라 느낀다. 그래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시의 맛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그치는 시 공부가 아니라 순수하게 시라는 예술의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향유자가 되어 주길 바란다. (94쪽)

 

그래서 학생들과 시를 함께 읽고 생각과 느낌을 나눈 내용이 앞으로 많이 나오겠구나 예상했으나 읽어보니 그보다는 저자의 생각과 느낌이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무리였을까? 아이들이 시를 곱씹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만큼 충분히 생각을 할 수 있게 지도하기란.

시를 사랑하는 저자의 느낌을 싣는 글도 전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제목과 내용이 꼭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잠깐씩 들어가있는 아이들과 시를 읽고 의견을 나누는 내용에서도 아이들이 그들의 의견을 내놓기 전에 선생님의 느낌과 의견이 제시되고, 이런 것까지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웠다. 잠깐씩 도움이 되는 의견을 던지는 정도라기엔 꽤 강하고 분명하게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

 

책 제목이 책 내용과 약간 엇갈리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책이다.

문학과 예술은 인생의 성찬이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그것은 인생의 성찬이기도 하지만 큰 위로이기도 하다. 살면서 어떤 고비를 넘는걸 도와주는.

교실 속의 아이들이 아직 그것에 깊이 빠져들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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