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는 딱한 생물 - 섬세한 생물학자의 비범한 일상관찰기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송서휘 옮김 / 서해문집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후쿠오카 신이지의 책은 <생물과 무생물 사이>, <모자란 남자들>, <친절한 생물학>에 이서 이 책이 세번째이다.

읽은 순서대로인데 맨처음 읽은 <생물과 무생물 사이>과 <모자란 남자들>은 비교적 전문성이 있고 책 한권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었으며, <친절한 생물학>과 이번에 읽은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은 제목에서 보이듯이 신문이나 잡지 같은 매체에 연재했던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 주제가 다양하고 가벼운 필체이다.

생물학을 전공한 생물학자의 관심은 실험실이나 연구실에만 머물 수 없게 한다. 궁극적으로 "생명"에 대한 관심을 연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간의 삶, 인간 또는 다른 동식물이 모여 사는 사회, 생명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가치관, 윤리, 자연, 등등에 관심의 폭이 넓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장에서는 주로 자신이 어떤 경유로 생물학을 공부하게 되었는가, 생물학자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쓰고 있다.

생물학자란 본래 자연을 분해하는 사람이 아닌,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 (내추럴리스트)이어야하기 때문입니다. (25쪽)

장수풍뎅이에 대해, 고사리의 생활사에 대해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는 아이가 막상 장수풍뎅이를 보고 무서워 하고 고사리가 자라고 있는 것을 한번도 본적 없다는 건 문제가 있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지는 그 경이감과 생명에 대한 느낌은 책으로만 얻을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을, 생명을 보고 신기하고 알고 싶고 궁금해하는 마음이 없이 하는 생물학이란 그냥 하나의 과목에 지나지 않는다.

 

하등한 생물이건 고등한 생물이건 필사적으로 애쓰는 것이 바로 자손을 남기는 문제이다. 자기 종의 대가 끊기지 않게, 그리고 되도록 우수한 형질을 후대에 남기려는 노력은 진화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한 개체가 죽는다고 해서 죽는다고 할 수 없다면 그건 그 개체의 DNA은 계속 후대에 일정 부분 남겨지기 때문이다. 즉, 완전히 이 세상에서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오로지 분열에 의해서 번식하는 단세포 동물에게는 죽음이 없다는 94쪽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유전 법칙이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멘델의 유전 법칙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게 19세기 일이니 말이다. 요즘은 후성유전학이라는 것이 더 관심을 받고 있다. 어떤 유전자를 물려 받았다고 해도 그 유전자의 특징이 나타날 수도 있고 평생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겉으로 보기엔 마치 그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은 것 처럼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유전자 스위치가 있어서 스위치가 켜지지 않는한 그 유전자는 있으나 마나. 이 스위치의 ON OFF, 또는 스위치가 켜지는 타이밍, 이런 것들이 타고난 유전자의 발현 방식을 조절하게 된다는 것이 "후성유전학"이다 (229쪽)

 

110쪽의 "아담은 이브로부터 만들어졌다" 라는 글은 이전 저서 <모자란 남자들>을 읽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갔다. 발생과정을 통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남녀 성별은 이미 수정란에서 결정되어 있지만 이후 발생과정에서 수정란은 처음 몇주 동안은 여성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대로 쭉 가면 여성이 되는 것이고 옆길로 빠지면 남성화가 진행된다는 것. 더 설명하자면 복잡하므로 패스.

 

잡지식 구성이라서 이 얘기 저 얘기 다소 산만하다 여겨지기도 했으나, 대신 한 주제를 쭉 끌고 가지 않아 혹자에게는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5-08-1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이 보면, 사람한테도 `죽음이 없다`고 할 수 있지 싶어요.
몸은 스러져도 마음이 남아서 고이 흐르고,
수많은 책마다 `슬기로운 넋`이 언제까지나 살아서 흐르니까요..

hnine 2015-08-10 13:35   좋아요 0 | URL
그럴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