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시작 오늘의 젊은 작가 6
서유미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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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끝의 시작>을 읽은 것은 내가 반대로 '시작의 끝'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1975년 서울생. 2007년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으로 등단.

서유미란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이 책이 나에게는 처음 읽는 작가의 책이자 가장 근래에 나온 책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30대 남자 영무를 포함해서 등장 인물은 몇 안된다. 영무의 아내 여진, 영무와 한 직장에 근무하는 소정, 소정의 남자 친구 진수, 영무의 홀어머니, 그리고 여진에 미용실에 들리는 남자대학생 석현, 이 정도.

이야기는 암 선고를 받고 살 날이 앞으로 두어달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영무의 어머니 병실에서 시작한다. 어려서 아버지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홀어머니 밑에서 우울하고 소심하게 자란 영무에 비해 그의 아내 여진은 생기 있고 발랄하던 잡지사 기자 출신. 인터뷰때문에 일로 처음 영무를 만나, 어딘가 자기와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 그에 끌려 여진이 먼저 그에게 다가가 결혼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는 유산되고 서로 다른 성격과 소통의 불가로 둘 사이 벽은 점점 두텁고 단단해질 뿐이고 이것을 견디다 못해 결국 여진은 영무에게 이혼을 제안한다.

우편취급국에서 일하는 영무의 직장 동료는 딱 한명.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고 어두운 가정 형편에 알바를 전전하던 소정이다. 소정의 남자 친구 진수는 소정에 비해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난 구김없는 남자. 둘 사이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주 가끔씩만 일어나는 일일까? 이 둘의 사이 역시 금이 가기 시작한다.

소정과 진수 사이에서 볼 수 있는 남녀 사이의 시작과 끝, 영무와 여진 부부 관계의 시작과 끝, 영무 어머니의 삶의 시작과 끝. 어디 이 소설 속 인물들에서만 있는 일이랴. 모든 사람 사는 일이 작게는 하루에도 여러 번, 크게는 태어나서 죽는 일까지, 시작과 끝은 되풀이된다. 시작할때 끝을 예상하지 않고, 끝이다 싶을 때 또 다른 시작이 이어지리란 예상을 하기 힘들다. 그래서 한치 앞도 못 보는 인생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이 책의 제목에서 어떤 대단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평범한 이야기에 제목으로 억지심각성을 부여할 수는 없는거니까.

200여쪽이 채 못되는 가벼운 책. 산뜻한 책 표지가 책 내용보다 오히려 더 기억날지도 모르겠다. 다 읽고나서 내가 더 검색해본 것은 작가가 아니라 표지그림을 그린 화가 남경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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