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상 (凍 像)
얼마쯤은 허영으로
얼마쯤은 증오로
또는 오기로 그냥 이유없이
그저 무엇이 되고만 싶었었다.
찬란하여 눈부시고 황홀한 보석같은
지천명(知天命)의 재 오르막에서 보니
손발에도 살속에도 가득박힌 자수정
정년 자수정빛 썩어드는 동상뿐
살아보고 싶어라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니되기 위하여
피땀범벅으로도
되지 못한 무엇이여
안녕어엉, 안녕 안녕
-유 안 진 (柳 岸 津)-
시인이 지천명에 이르러 쓴 이 시를
난 20대 초반에 읽고 맘에 들어했다.
그래, 인생엔 피땀범벅으로도 되지 못할 그 무엇인가 있다는 그 말에
감동하여,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되지 아니하기 위하여 살아보고 싶다는
그말에 공감하여
...
이미 그때 나는 무엇인가에 많이 지쳐 있었나보다.
아쉬운 점은, 이런 시를 읽고 같이 얘기 나눌
그 누구도 없었다는 점,
그 누구도 굳이 필요로 하지 않았다는 점...
혼자있음이 좋아서라기보다
그저 익숙해지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