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전설
데이비드 밴 지음, 조영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자살자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자살은 타살이기도 하다. 자신의 목숨을 끊은 결과로 다른 사람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와 핏줄을 나눈 가족의 죽음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또 하나의 죽음을 부르는 결과에서부터, 죽음을 감행하지는 않는다하더라도 살아있는 평생을 알게 모르게 최소한 그 지배 속에 살아가게 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자살은 저자 데이비드 밴의 살아있는 날들을 지배해왔고, 그 혼란과 상처는 결코 순간적이거나 일시적이 아니었기에 "전설"이라는 단어를 썼다. 어떤 일이 전설이 되기까지는 그만큼 축적된 시간이 필요하고 또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고 남아 후세의 누군가에겐 여전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돌려서 쓰고 숨기고 할 것 없이 저자는 이 책의 배경과 내력을 다 내어보인다. 이래서 썼노라고.

책 속에 여섯 편의 작품이 들어있긴 하지만 사실은 모두 하나의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어두운 색조의 우리나라 번역본 표지보다, 마치 산뜻한 어류 도감 표지 같은 원본의 표지가 책을 다 읽고서 보니 더 섬뜻하다.

 

책을 읽고 나서 한가지 의문. 실제와 다르게 저자는 왜 작품 속에서 아버지 대신 아들이 자살하는 것으로 했을까? 아버지의 자살은 그나마 그럴만하다고 주워섬길 이유들이 몇가지 예시되어 있지만 아직 열몇살의 아들에 대해서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들을 내세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가 읽어내지 못한 것들, 읽으면서 놓친 것들이 있는 것일까.

 

집필에 10년, 퇴고하는데 2년이 걸렸다는 이 책을 며칠 만에 다 읽어치우고 이래저래 느낌을 풀어놓는구나. 저자에게는 12년 조차 전부라 할 수 없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결국 세계 12개 문학상을 수상하고 20개 언어로 번역되고, 11개국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받았다는 것이 그 전설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전설"을 다 덮지는 못할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4-24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5-04-24 19:38   좋아요 0 | URL
이 책 무지 우울해요. 기분이 저조할 때 말고 괜찮을 때 읽으세요.
집필하는데 10년씩 걸린 것은 작가가 완벽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자기의 상처를 똑바로 들여다보고 파헤쳐서 다시 작품화 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웠다는 의미 아닐까해요.
읽은지 좀 시간이 지나서 쓰면 리뷰가 짧아지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