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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사장 장만호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5년 1월
평점 :
제목이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엄연한 장편 소설이다. 나 역시 제목이 재미있어서 더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전태일 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는 저자 김 옥숙이라는 이름도 낯설다. 1968년생. 작가 자신이 남편과 함께 식당을 경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하니 현장감이 있겠다는 기대, 사람들의 이러구 저러구 삶이 실제로 진행되는 현장에서 길어올려진 이야기일테니 나의 축 처진 삶도 기운 내기를 바라는 기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이다.
많이 배우고 가지진 못했지만 노동 운동에 뜻을 두고 부인, 딸을 둔 가정의 가장으로 열심히 살던 장만호씨. 어느 날 레미콘에 다리가 깔리는 교통사고를 당하여 죽을 뻔 하다 살아나 1년 동안 병원 신세를 진 후 더 이상 하던 노동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생계의 수단으로 돼지갈비집을 시작한다. 식당 경험 전혀 없이 1인분 2,500원, 테이블 스무개가 전부인 돼지갈비집을 공단 가까이에서 시작하여 나중엔 체인점으로까지 확장해가며 승승장구 해가는 이야기,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원래 갖고 있던 노동 운동의 꿈을 접목시켜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비영리재단을 만들려는 시도, 그리고 좌절의 이야기들이 조목조목 잘 엮여서 300쪽 넘는 당당한 장편으로 만들어져 있다.
예상하다시피 술술 읽히는 이야기라서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후딱 읽을 수 있었다. 노동운동 출신 장만호가 돼지갈비집을 성공적으로 일으키기 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끝까지 양심을 속이는 일 없이 정당하고 정상적인 경로로 갈 수 있었던 것이 다행스럽고 해피 엔딩 같지만 어떤 시각에서는 장만호가 그동안 몸과 마음을 쏟아왔던 노동자 인권이니, 노동 운동이니 하는 것들이 결국 무용하다는 것인가 비판적일 수도 있을 것을, 작가는 이야기의 초심, 그리고 주인공의 초심을 마무리에 잘 연결지음으로써 그런 비판의 여지에서 잘 벗어나고 있다.
이야기도 적당히 재미있고, 구성도 산만한 편 아니고, 문장도 부자연스런데 없이 잘 흘러가는데, 좌절, 일어섬, 성공, 배신 등의 흐름이 새로운 맛과 발견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고 훈훈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쉽다.
이런 소재 소설의 어려움이자 한계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