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펭귄클래식 38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가 Wide Sargasso sea

wide 를 '넓은'이 아니라 '광막한'이라고 하니 그 느낌이 훨씬 더 피부로 와닿는다. 더 무겁고 넓고 헤어날 수 없는 세계, 절망스럽고 두렵고 감히 도전할 수 없는 무력감까지.

 

이 책을 얘기하려면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얘기를 안할 수 없다. 진 리스가 이 책을 쓴 것은 제인 에어를 읽고 나서라니까.

시대적 배경은 1839년에서 1845년 사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메이카에서 막 노예해방이 이루어져 그동안 이곳에서 대농장을 경영하며 부를 누리던 백인들이 점차 몰락해가던 시기이다. 그런 집안의 딸 앙투아네트는 말로만 듣던 영국으로 가고 싶은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던 중 그녀의 지참금에 더 마음이 있는 영국인 로체스터와 결혼을 한다. 불행의 시작.

그녀는 로체스터를 사랑했는지 몰라도 로체스터의 시종일관 싸늘한 표정은 그녀와 달랐다.

 

이 책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책을 읽는 도중 영화도 보았다.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내용이지만 역시 영화는 책 읽는 동안 만큼 뇌를 활발히 움직이게 하진 않는다. 보여주는 대로 보면 될뿐, 상상력은 제한을 받는다. 그래도 영화와 책을 동시에 보니 이해하는데는 많이 도움이 되었다.

 

 

 

 

 

 

 

 

 

 

 

 

 

 

 

 

 

 

 

 

 

 

 

 

 

책에선 순차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반해 영화에선 결말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불타는 집, 그리고 그걸 보고 있는 앙투아네트의 황망한 표정, 그리고 뒤이서 웃음을 머금고 있는 섬찟한 모습.

 

제인 에어를 단순히 말랑말랑한 러브 스토리로 읽었다면 당신은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질타를 각오해야 하듯이, 이 책 역시 그럴지 모르겠다. 책 앞부분 30여 쪽에 이르는 서문을 읽어봐도 그렇고, 꼭 읽어야할 영미 문학 100선에 드는 작품이라든가, 식민지 사회상, 여성의 자각, 노예 제도, 사르가소 바다는 로체스터와 앙투아네트가 대표하는 문화와 이데올로기의 간극을 의미, 등등 많은 의의가 붙어 있던데, 내 개인적인 소감은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하는 것이다. 관능적 매력을 사랑으로 착각한 여자, 여자의 지참금이 더 중요했던 남자의 잘못된 결혼, 그 흔한 이야기. 이야기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특수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의미와 연결시킬 수 있긴 했지만 이 작품 자체가 그런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문화와 이데올로기까지 언급하며 리뷰를 쓰진 못하겠다.

 

다만, 제인 에어를 읽으며 주인공보다 미치광이 여자에 더 관심을 가졌다는 점 때문에 이 책의 작가에게 관심은 아주 끄진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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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5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4-09-06 05:31   좋아요 0 | URL
로체스터는 제인 에어에서 이름을 그대로 인용했더라고요. 재미있게 읽히기는 했는데 제 경우엔 그 이상을 읽어낼 능력이 없었나봐요 ^^
연휴의 시작. 주로 집에서 일하는 저에게 연휴란 식구들이 집에서 복닥복닥, 그래봤자 세명이지만, 아웅다웅 하는 날들이지요. 달 구경은 꼭 하고 싶어요.

노이에자이트 2014-09-06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국주의 나라 작가들은 별 생각없이 유색인종 나라 사람들을 해괴한 작중인물로 배열하지요.그래서 진 리스는 그 광녀를 주인공으로 새 작품을 집필한 거죠.일본인이 제인에어 비슷한 작품을 썼는데 조선여자를 광녀로 설정했다고 가정하니 이해가 빠르더라고요.

hnine 2014-09-07 05:16   좋아요 0 | URL
진 리스가 영국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달랐을지 모르겠어요. 그녀 자신이 자메이카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보고 느끼는게 좀 달랐을지도.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 의미 등에 대한 소개글을 읽고 기대를 좀 더 했었는데, 읽고난 소감은 그 정도에 미치지 않아 좀 아쉬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