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그릇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8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병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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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1961년에 출판된 작품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50여년 전.

마쓰모트 세이초는 1924년생. 그가 태어나 자라고 활동하던 시대를 짐작해본다. 큰 전쟁이 있었고 그 후폭풍을 개인, 사회, 국가의 차원에서 겪어야했을 시대. 그 역시 매우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마음껏 배워야 할 나이부터 이미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고 그는 오로지 독서로 마음의 안식처를 삼았다고 한다.

이 작품은 1960년대 거의 1년 동안 신문에 연재되던 소설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뿐 아니라 일본에도 신문 연재 소설이라는게 있었나보다.

새벽녘 기차 조차장에서 기차 밑에 깔린 것 처럼 발견된 시체를 두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죽은 사람의 신원을 밝히는데도 한참 걸린다. 그뿐 아니다. 용의자를 추적해가는 과정, 그리고 핏자국이 묻은 천조작이 발견되자 그것을 조사하는 과정도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지금 읽자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며칠 걸려서 검사한다는 것이 우선 말라버린 피를 녹여내기 위해 하룻밤동안 어디에 담가 피를 녹여내고 사람의 피인지 동물의 피인지 검사하고, 루미놀 반응이 어떻고, 그 다음엔 무슨 혈액형인지를 검사하고. 요즘 같은 DNA 검사 같은 것은 상상도 못할 때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니 1960년이면 DNA 검사는 커녕 왓슨과 크릭에 의해 DNA라는 것이 이 세상에 알려진지 겨우 몇년 안되었을 때이구나.)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오기만 하고 해결되지 않고 쌓여만 가던 시대의 상황을 작가는 작품 속에 반영하고 싶었는지, 이야기의 흐름상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을 문제들이 작품 속에 많이 등장한다. '누보 그룹', '실업금', '한센병', '신분 상승', '일하는 여성', '출세', '성공', 등등.

어떤 분야에 대해 집요하게 전문적인 지식을 동원하여 이야기 속에 포함시키는 점도 주목하게 되었다. 초음파를 비롯한 음향에 관한 전문 지식, 방언의 발생과 분포, 새로운 예술 사조에 대한 비평등. 단순히 하나의 미스터리를 해결해가는 과정이라기 보다 배경이 되고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을 간과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뚜렷한 의도가 보이는 듯 하다.

미스터리 소설이니 지루할 리야 없겠지만, 시간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는 것인지 1권과 2권, 두권에 걸쳐 펼쳐지는사건의 진행이 매우 느리고 평이하다. 긴장감이 떨어진다. 우연성이 지나치다.  억지 설정, 어설픔이 드런난다. 밑도 끝도 없는 연상에 의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마지막으로 제목에 대해 생각하본다. '모래그릇'이라. 책 내용 중에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단어이기때문에 더욱 그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과거를 은폐하고 눈에 보이는 성공을 쫓는 인간의 속성을 의미했을까? 아니면 그런 사람들이 모여사는 사회 전체를 의미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의 현대 일본의 신세대 사회파 미스터리 선두주자들의 원점에 바로 마쓰모토 세이초를 꼽는 사람들도 있다니, 아주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뿌듯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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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0-3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 연재소설은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어요 ^^;;
일본이 현대 문명과 문화나 문학 모든 자리에서
한국보다 훨씬 앞서고 빠르답니다.

'노구치 박사'라고 하는 사람은 소학생 적에도
담임교사가 아주 훌륭한 '글쓰기 지도'를 해서
장애와 가난과 차별을 딛고 일어나서
의사가 될 수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 나라 글쓰기 교육은
이오덕 님이 1960년대에 겨우 밑틀을 닦았지요...

hnine 2013-10-31 10:39   좋아요 0 | URL
일본이 서구 문명을 우리보다 먼저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