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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ㅣ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선인세가 10억을 넘어선다는 작가의 작품 (내게 10억이란 생기면 어디에다 쓸지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액수의 돈)이 3권까지 다 읽도록 내게는 그닥 큰 느낌을 남기지 않았다.
3권에서는 우시카와가 덴고와 아오마메에 얽힌 모든 배경을 단순 미행과 관찰만으로 너무 쉽게, 단번에 알아내는 것 같았다. 달이 두개 뜬 것을 보고 다른 세계에 와있다고 바로 받아들이는 것도 그렇고, 거대 조직의 힘으로도 안되는 것을 오로지 혼자 힘으로 말이다.
그가 결국 다마루에 의해 고문, 살해되는 묘사는 너무 옆에서 본 듯 해서 끔찍하고 또 인간 우시카와에 대한 동정심이 일었다. 자기가 누구에 의해, 왜 죽음을 당하는지도 모르면서 비명에 가는 삶이란. 그 짧은 시간에도 마지막 눈에 그린 것은 이미 헤어진지 오랜 가족들이라니.
하루키는 우시카와의 최후 과정을 어떻게 그렇게 마치 겪어본 일인양 묘사할 수 있었을지. 비닐이 입으로 빨려들어가 거의 입천장에 붙어버리다시키 했다는 것이 어디 상상과 짐작만으로 할 수 있는 묘사인가?
거의 2,000 페이지에 달하는 이야기의 결말에서 나는 그나마 거기까지 끌고 온 약간의 긴장감이 피식, 헛웃음으로 풀려버리는 걸 느꼈다. 특별한 한번의 느낌 교환이 아오마메와 덴고를 그토록 오래동안 찾아헤매게 한 인연으로 묶이게 한 계기라는 것도 별로 공감이 되지 않더니, 그 믿음 하나로 덴고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릴 생각까지 하는 아오마메도 내겐 좀 황당했다. 어릴때 독립하여 나름 냉철한 현실을 잘 알만한 연륜의 여자가 하는 생각이라는게, 아무리 소설이지만 '하루키씨, 왜 이래~~' 하고 싶었으니.
그런 아오마메가 덴고를 만난 적도 없이 덴고의 아이를 갖게 되고, 또 그렇다고 확신하는 것에서 나아가, 마침내 만나게 되어 서로를 확인하고 이 둘이 한 일이란. 그게 이 긴긴 소설의 결말이라니. 웃어야 할지, 툴툴거려야 할지.
큰 감동 없는 한권 짜리 책을 읽어도 밑줄 그은 문장 하나쯤은 있던데, 세권, 2,000 페이지를 다 읽었는데 그 어디에도 밑줄 하나, 포스트잇 하나 그어있지도, 붙어있지 않구나.
하지만 인정한다. 결국 3권 끝까지 다 읽게 만들지 않는가? 최소한 하루키는 그런 능력이 있는 작가라는걸. 출판사에게는 어쨌든 그만한 선인세의 가치가 있는.
'하루키씨, 미안해요. 하루키 팬들에게도 미안합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느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