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오면서 언제부터인가 학교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느긋하게 자고 일어나 보면 이미 대낮이었고, 아니, 대낮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고, 일어나 좀 밍기적거리다 보면 오후 서너 시가 되는 건 금방이었다. 그때쯤이면 어떤 놈인가 전화를 걸어오게 되어 있다.

“뭐하냐?”

“뭐할까 생각중이지.”

“자식, 있다 보자.”

몇 시도 아니고 ‘있다 보자’ 라고만 해도 그것이 해가 지는 어둑할 무렵, 단골 카페에서라는 걸 우리끼리는 알아먹었다.

해가 슬금슬금 져갈 무렵, 샤워를 하고 나갈 채비를 한다. 옷장을 연다. 적지 않은 옷들이 옷걸이에 가지런히 걸려있다. 보통 사람들이 입으려면 용기가 필요할 듯한 옷도 내 맘에 들면 망설임 없이 사들였다. 옷이고 뭐고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하는 건 어딘지 바보 같아 보였다.

반짝거리는 회색 셔츠와 검은 바지를 꺼내어 거울 앞에서 몸에 대보고 있을 때였다. 느닷없이 현관 벨이 울렸다.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굴까 의아해하며 문을 열었더니 처음 보는 웬 젊은 남자가 서있다. 대학생 정도 되었을까, 나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이고 적당히 뺀질거리게 생겼다.

“네가 강석이냐?”

“누구에요?”

들어오라는 말도 안하는데 마루로 성큼 올라서는 인상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여기서 혼자 지내냐?”

누구냐 묻는 말엔 대답도 없이 실내를 휘휘 둘러보며 물어대는 폼이 더욱 마음에 안 든다.

“누구냐니까요?”

“누구 같으냐?”

내가 뭐 자기에 대해 궁금해서 물어보는 줄 아나보다. 내쫓기 위해 물어본 줄 모르고 되묻기는.

“......”

내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고 쳐다보고 있자 별 수 없이 신분을 밝혔다.

“네 과외선생이다. 영어 과외 선생”

“전 그런 거 안하거든요. 어떻게 오셨나요?”

누가 보냈을지 짐작하면서도 자연스레 그렇게 묻고 있었다. 누구 맘대로 과외선생이냐는 심사였다.

그 날 나는 오랜만에 책상을 펴고 앉아 그 남자가 들고 온 프린트물을 앞에 놓고 문장의 5형식에 대해, 셀 수 있는 명사와 셀 수 없는 명사라나, 하는 것에 대해 그 과외선생의 설명을 들어야했다.

한 시간 좀 넘게 혼자 실컷 설명을 하더니 문제지 두 장을 숙제로 내주며 일어섰다. 다음 주 월요일 5시에 또 오겠다고 했던가?

그 과외선생과 마주 앉아 공부를 한 것은 그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로 난 그 시간에 집에 있었던 적이 없으니까. 학교도 가다 말다하고 있는 놈에게 과외선생은 무슨. 아버지도 참.

프린트물, 문제지, 모두 휴지통에 쑤셔 박으며 녀석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3-08-29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30 0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31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08-31 06:16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