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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평점 :
요즘 이 책에 대한 리뷰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 작가의 이전 작품 두편 <연을 쫓는 아이>와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 우리 나라에서도 많이 읽히면서 작가의 이름이 알려졌기 때문인가보다. 비록 나에게는 이 책이 작가의 작품으로 처음 읽는 것이었지만.
책 제목을 정할 때 시의 한구절에서 따오는 것을 좋아한다는 작가는 이 책의 제목 역시 그렇게 정했는데, 제목을 보자 웬지 예전에 읽었던 제임스 볼드윈의 <Go tell it on the mountain>이 떠올랐다.

(사진 출처 http://khaledhosseini.com/biography/)
할레드 호세이니. 1965년생.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났지만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아홉살때 파리로, 이후 미국으로 망명하였다. 의대를 졸업한 후 의사로 일하고 있던 중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이 책 역시 영어로 썼다. <연을 쫓는 아이>는 영화로도 만들어지면서 작가로서의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유엔난민기구의 친선대사 자격으로 아프가니스탄 방문의 기회가 있었고, 이때 느낀바가 있던 그는 미국에 돌아와 자기 이름의 비영리재단을 설립했고 아프가니스탄에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책에 대한 소감이라면 우선 작가는 다른 어떤 것보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570쪽에 이르는,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지루하게 넘어가는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처음에 아버지가 남매에게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복선으로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돌고 돌아 긴 이야기의 마지막은 역시 남매의 이야기로 맺는다. 남매에서 비롯된 다른 여러 인물들을 차례로 등장시키며 이야기에 이야기가 꼬리를 물면서 전개되어 나가는 식이다. 장편을 쓰는데 좋은 방식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집약적인 느낌보다는 다소 산만한 느낌도 들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등장인물 누구의 이야기이든 공통적으로 항상 숙명적, 혹은 운명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윗세대에서 시작한 행, 불행이 그 세대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자손의 자손까지 이어지며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게 '행'보다는 '불행'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읽는 동안 마음이 찡 할때가 많았다. 분명 자기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자기로부터 시작된 것도 아니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로 거의 한 평생을 산다는 것. 평생 염원하던 일, 만나야할 사람을 결국 눈을 감는 순간이 되어서야 잠깐 만나게 된다는 것은 행일까 불행일까.
시대상황과 개인사를 엮어가며, 이야기를 길지만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나가는 작가의 능력은 높이 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게 좀 아쉽다. 재미 이상의 깊은 울림을 주거나,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주제를 되씹어 보고 한다거나, 슬픔, 안타까움, 아쉬움 등의 일차적인 감정외에, 알지못했던 인간의 감춰진 심리, 본성, 이런 미묘하고 섬세한 곳까지 건드리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작가의 정신세계가 막 궁금해지는, 더 알아내고 싶은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그런 책까지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 리뷰의 제목은 474쪽의 문장에서 가져왔다.
그는 아프간 사람이 사진을 찍을 때 종종 그러하듯이, 숙명적이면서 수줍고 엄숙한 표정으로 서 있다.
가끔 이쪽 사람들을 사진이나 TV에서 볼때, 순수하고 숫기 없어보이기도 하면서 또 어떻게 보면 경건하고 엄숙한 결의가 느껴지기도 하는, 내가 그들에게서 받는 인상과 비슷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