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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ㅣ 꿈꾸는돌 1
루이스 새커 지음, 장현주 옮김 / 돌베개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구덩이>의 작가 루이스 새커의 다른 작품 <개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에 개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웃기고 싶어하는 주인공 게리 분은 학교에서 이름 대신 얼간이로 불리며 놀림받는, 소위 왕따 당하며 지내는 아이이다. 게리는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다른 사람들에게 농담을 하여 그 사람을 웃기게 하는데 관심이 많아서 늘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까 궁리한다.
게리의 부모는 늘 실없는 소리를 하고 다니는 아들이 걱정되어, 다른 사람이 네가 하는 소리에 주목을 하지 않고 놀리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며, 앞으로 3주 동안 농담을 하지 않으면 100불 포상금까지 주겠다고 까지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장기 자랑 대회가 열린다는 공고가 붙고 게리는 자기도 '개그'종목으로 출전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자기만의 개그를 짜기 위해 골몰한다. 다른 사람이 이미 한 웃기는 말 대신 자기만의 독창적인 농담을 지어내느라 게리는 이것 저것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유심히 듣기도 하며 대회 며칠 전에는 자기가 짠 개그의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준비물이 필요할 것인지 등등, 평소의 어리숙한 모습과 달리 매우 치밀하게 준비하고 연습한다. 대회 날, 잔뜩 긴장하여 무대에 올라 장기를 시작하자 마자, 관객들 앞에서 예상치 못한 모욕을 당하게 되어 읽는 사람 마음까지 조마조마 하게 하지만, 게리는 그 순간을 어찌나 의연하게 넘기는지. 위기를 성공의 기회로 넘기는 게리의 모습은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백미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줄에 이르러 방금 흐뭇하게 짓던 웃음이 순식간에 콧등을 찡하게 하는 안타까움으로 마음 저리게 반전시키는 데 있다.
게리가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웃기게 하고 싶어하는 이면에는, 자기의 의기소침, 자신없음을 반전시키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아닐까 한다. 유머는 인간만이 가지는 재능. 인간이니까 할 수 있는 지략이다. 제목의 "개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는 그런 맥락에서 붙여진 것이다.
<구덩이>에서도 그랬듯이, 루이스 새커는 자기 작품 속에 확실한 캐릭터를 만드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작가인 것 같다. 남들의 눈에는 찌질해보일지라도, 금방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굳은 심지, 소신, 긍정의 씨앗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요즘 우리의 슬픈 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남을 짓밟고 모욕하며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는 뒤틀린 행위, 그에 힘없이 쓰러지고 마는, 생명을 포기하고 마는 허무함. 아마 '적자생존'의 원리가 적용된다면 현대의 '적자'는 눈으로 보여지는 다른 능력이 아니라, 이 책의 주인공 같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울음 끝에 맛보는 웃음이 우리에겐 더 친숙하다. 하지만 웃음 뒤에 비로소 흘리는 한줄기 눈물. 그 눈물의 가치는 울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