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 이재무

 

 



이 세상 가장 먼 길
내가 내게로 돌아가는 길
나는 나로부터 너무 멀리 걸어왔다
내가 나로부터 멀어지는 동안
몸 속 유숙했던 그 많은,
허황된 것들로
때로 황홀했고 때로 괴로웠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내게로 돌아가는 날
길의 초입에 서서 나는 또,
태어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새처럼
분홍빛 설레임과 푸른 두려움으로
벌겋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 괜시리
주먹 폈다 쥐었다 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내게로 돌아온다는 의미를

예전엔 상상이나 했었던가

분홍빛 설레임보다는 푸른 두려움쪽이다 내 경우는.

 

그동안 빈자리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을 내 자리.

황홀하고 허황되고 때로 괴로왔던 것들로

댓가를 치르고서야

비로소 알아보게 된 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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