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miles to Go (Paperback)
Spinelli, Jerry / Harpercollins Childrens Books / 2009년 8월
평점 :
이 저자의 다른 작품 <문제아 (Loser)> 에서도 '징코프'라는 이름의, 이름만큼 성격도 매우 개성있는 주인공이 등장했었다.
이 책 에서도 역시 저자는 재미있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이름은 Will. 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고, 모든 일을 미리 계획을 세워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 아이는 앞으로 계획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머리속에서 가상적으로 시연해보는 일까지 즐긴다. 심지어 자기의 전체 일생을 다음과 같이 계획하여 12-step plan 이라고 이름 붙여 적어놓기 까지 한다.
1. 출생
2. 성장
3. 학교
4. 대학 (해군사관학교: 이후부터는 모두 미리 계획을 세워놓은 것임)
5. 직업 (천문학자)
6. 부인 (금발, 이름은 Emily 나 Jennifer 나 Ann)
7. 아이들 (둘)
8. 집 (4 bathrooms)
9. 차 (상태 양호한 1985년형 재규어 XJS/12 검은 색)
10. 은퇴 (성인 체스 토너먼트 우승)
11. 사망
12. 천국 (천사가 되어 영원히)
제목의 Smiles to go 가 나오는 부분도 재미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시를 낭독하도록 시키는데 Robert Frost 의 유명한 시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의 마지막 줄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을 And smiles to go before I weep 으로 살짝 바꾼 것.
장래 계획에서도 보이듯이 Will은 체스를 무척 잘 두어 상도 받는 실력이지만 스케이트 보드는 영 겁이 나서 잘 타지 못한다. 친한 친구 BT가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믿기 어려운 묘기까지 성공하여 인기를 얻자 자기도 시도해보려고 하지만 번번히 겁이 나서 포기하고 만다. 결국 이것을 시도하는 것은 Will의 다섯살 짜리 동생 Tabby로, 나중에 큰 사건을 벌이는 계기가 된다.
매사를 미리 계획하여 사는 Will에게 어느 날 라디오에서 들은 청천벽력같은 뉴스는,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제일 작은 원자인 수소가 더 이상 그 특징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 (즉, 핵반응에 의해 수소를 강제적으로 분열시키는데 성공한 일을 보도한 것으로 생각됨) 이었다. 앵커가 이 일을 "수소의 죽음"이라고 표현한 것을 말 그대로 받아들인 Will은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원자가 붕괴되기 시작했으니 이제 이 세상도 서서히 소멸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보고 그 날부터 일기장에 날짜를 PD (proton death)1, PD 2 이런 식으로 쓰기 시작한다. 일기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그래서 끝까지 날짜가 이런 식으로 표기 되어 있다.
Mi-Su라는 여자 아이의 환심을 사고 싶어하는 것을 보면 영낙없는 그 또래인데, 이것 역시 어떻게 하면 그 여자아이가 자기를 좋아하게 될거라고 치밀하게 계획하여 행동에 옮기지만 그대로 되지 않자 몹시 실망하고 이해할 수 없어한다. 이것에 대해 Will이 조언을 구하는 상대는 옆집의 다섯살짜리 꼬마 남자 아이. 이 아이는 Will의 여동생 Tabby를 무척 좋아하며 쫓아다니는 꼬마인데 언제나 Tabby가 본척 만척임에도 변함이 없다. '좋아하는 여자 아이에게 댄스 파티에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 여자아이가 이미 다른 남자 아이랑 가기로 약속했다고 하면 넌 어떡할거니?'라고 묻는 Will에게 꼬마가 대답하기를, "그럼, 다음 번에 같이 가자고 하면 되지!"라고 명쾌하게 대답해주는 꼬마. 우리는 왜 꼭 지금 당장 우리 뜻대로 되지 않으면 영원히 안될것 처럼 실망하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했다. Will만이 아니라 읽는 나도 다섯 살 꼬마에게서 배운다.
오빠인 Will에게 온갖 짖궂은 장난을 일삼아 귀찮게 하던 Will의 여동생 Tabby는 이 책에서 Will의 생각을 바꿔놓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야기의 반전임과 동시에 감동으로 맺는 결말에 이르게 한다.
작가들 중에는 재미있는 사건을 우선 생각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작가도 있을 것이고, 특징적인 (다른 작품에서 만난 적이 없는) 인물을 설정해놓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작가도 있을 것이다. Jerry Spinelli는 어떤 타입인지, 이도 저도 아닌지 모르지만 한 작품에서 주인공의 캐릭터가 이렇게 뚜렷히 설정되면 작품의 성공도도 높아지는 것 같다.
Smiles to go. 우리 앞엔 웃을 일이 있을 뿐!
정말 그러면 좋겠다.
낄낄거리며 웃다가 훈훈하게 마무리 하는, 누구에게 권해도 무리 없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