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가 수트라 2 요가 수트라 2
오쇼 지음, 손민규 옮김 / 태일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읽기 시작한지 꽤 오래 되었다. 한번에 읽어치울 책이 아니라는 걸 알고 샀고, 그래서 띠엄띠엄, 손이 갈때, 아니 마음이 갈때마다 꺼내 읽었는데 며칠 전 드디어 마지막 페이지까지 간 것이다.

500페이지가 넘어 두툼한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며 밑줄 그은 곳을 물론이고 포스트잇을 숱하게 붙여 놓았지만 그것들을 들춰보지 않고 간단하게 그냥 느낀 점을 남겨놓으려 한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상태란 어떤 것일까. 화가 나는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슬퍼하는 나를 위에서 내려다 보고, 미워하는 내 마음을 가만히 지켜보라고 한다. 나를 객관화시켜서, 마치 남을 보듯이 그 감정과 느낌의 지나가는 모습을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라는 것이다. 화가 날때 화가 나는 그 감정 속에 들어가있지 말고, 화가 나는 상태를 억지로 누르려 하지도 말고, 화가 나는 마음 자체를 닦으려 하지도 말고, 화가 나는 나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관조하라는 것이다.

작년에 나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부질없다, 이 세상에 집착할 거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보니 욕심, 조바심, 실망, 절망, 이런 것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지만 그러다보니 사는데 생기를 잃었다고 해야하나, 뭘 해내야겠다는 의욕에서도 한 걸음 물러나온 느낌이었다. 그야말로 생각도 내려놓고, 의문도 내려놓고, 현재 눈 앞에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며 그렇게 오늘을 살고고 내일을 살고, 그렇게 이 세상을 살다 가면 되지 않겠는가. 그런 심정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마음의 상태를 무어라고 불러야할지 알 수 없었다. 자유에 가까운건지, 허무와 우울의 한 증상인지, 평화로운지 그렇지 않은지. 그럴 때마다 이 책을 들춰서 읽던 페이지를 찾아 다음부터 읽어나가곤 했다.

지금 생각나기로 읽으며 제일 충격적이었던 부분이라면, 우리들이 대개 추구하고 찾고자 하는 것들이란 대개 지금 우리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라는 말.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게 일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가는 우리는 모두 제정신이 아니란다.

생각을 하지 말고 생각을 놓으라.

무슨 뜻인지 조금은 감이 온다. 하려고 들지 말고 놓으라는 말. 생각을 하는 것이 명상이 아니라 생각을 놓는 것이 명상이라고 한다. 그래, 알것 같아.

556쪽 마지막 문장만은 책을 들춰보고 옮겨놓아야겠다.

문제는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다. 그대는 이미 거기에 있다. 가는 것을 멈춰라.

어디로 가는 동안 우리는 계속 마음을 괴롭힌다. 빨리 가야하는데, 도착할 수 있을까? 지금 가는 길이 맞긴 하는건가? 가다가 장애물이라도 만나면? 꼭 가야하나? 등등. 이제 어딘가로 가느라고 정신없이 사는 삶에서 이제 내려온다. 내가 가려고 하는 곳이 지금 내가 있는 곳. 자세히 말로 설명은 못하더라도 무슨 뜻인지가 내 마음에 조용히 한 획을 긋고 지나가며 잠깐이나마 불이 번쩍 하는 것을 느낀다.

작년, 그 힘들었던 시간의 댓가로 여기기로 한다.

 

 

(2012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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