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진득이 앉아있게 하는 접착제로
클래식만 나오는 제1FM 라디오를 틀어놓기 좋아하는데
가사가 들리는 가요나
리듬이 펑펑 살아있는 외국노래가 나오는 채널은
이때 만큼은 정신 집중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라디오 채널을 틀자마자
뮤지컬 <레 미제라블> 중의 한 곡이 나온다.
에잇~
영화로도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도 곧 상영할거라는데
난 뮤지컬만 세번 본 사람
세번에 다 사연이 있는지라
정신 집중은 커녕
추억이 추억을 부른다.
처음 본 것은 당시 하이텔 동호회에서 알게 된 사람과 예술의 전당에서,
(하이텔 동호회, 이것부터가 추억의 이름 아닌가)
두번 째 본것은 영국에서 혼자,
세번 째 본것도 영국에서, 누구랑 함께 볼 예정이었으나 바람 맞아 혼자 봤다.
세번 모두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 눈물 글썽이며 봤으니
아마 영국에 더 오래 있었으면 세번에서 그치지 않았을지 모른다.
연중 무휴, 수년 째 계속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 중 하나이니까.
이 글을 쓰는 사이 프로그램이 바뀌었다.
지금부터는 되도록 나 모르는, 자극하지 않는 음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뭐, 중세 그레고리안 챈트 같은거...
아무 말도 안하지만, 노래를 끝내고 난 후 수십초 동안 이 사람의 표정에서 참 여러가지를 읽는다.
일생에 한번이라도 이런 감동과 희열을 느껴볼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