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췰러 (Elisabeth Zðller). 독일 작가이다. 원제를 보니 Auf Wiedersehen, Mama. 그러니까 우리말 제목은 원제를 그대로 번역한 것.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며칠 전에 읽은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에서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플로라는 열한살의 여자 아이로, 엄마가 암에 걸려 죽음을 눈 앞에 두게 되자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병원에서도 퇴원하여 집에 거의 하루 종일 누워있는 엄마에게 자기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수국을 꽂아두기도 하고, 엄마 옆에 함께 누워 있기도 한다. 그러면 엄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엄마한테 물어 봤어. 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거냐고. 그랬더니 엄마는, 모든 사람은 다 이야기로 만들어지고 이 세상도 수많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어. 그리고 우리는 그 이야기 안에 살고 있고, 그것이 바로 삶이라고 말이야." (149쪽)

그렇구나. 사랑하는 사람 하고는 되도록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아야 겠구나. 마음 속에 담아두고만 있지 말고.

플로라의 엄마는 플로라에게 말한다.

"내가 이 곳에 없더라도 내 이야기는 남아 있겠지? 그 이야기가 바로 나야." (161쪽)

벌써 오래 전부터 집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인데 흔한 소재에다가 제목에서 벌써 어떤 내용일지 다 짐작이 가기에 굳이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마침 주문한 책이 오기까지 읽을 책이 없어서 빼어든 책인데, 의외의 감동이구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는데, 어릴 때, 어린이로서의 느낌을 잊지 않고 참 잘 묘사했다.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는 글이 5월 14일에 이르러서는 유난히 짧다.

5월 14일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주 편안하게.

"안녕!"

엄마는 우리를 한번 둘러보고 말했다.

"엄마, 안녕!"

필립과 나는 엄마의 손을 잡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172쪽)

엄마는 어디에선가 또다른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믿는 아이.

엄마가 아픈 동안 어린 아이이면서도 엄마를 위해 뭔가 해줄것이 없을까 생각하고 자기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아이.

병상에서조차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던 엄마를 기억하는 그 아이가 자라서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었나보다. 그 엄마는 그렇게 아이 마음에 계속 살아있었나보다.

 

 

- 2012.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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