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러면서 크는거야 - 류명숙의 ‘열세 살’ 이야기 벗 교육문고
류명숙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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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까? 그러면서 클까?

나는 요즘 괜찮다는 말도 쉽게 못하고 있다. 말은 쉬우니까.

여기 나오는 아이들은 나의 짐작을 넘어섰다. 선생님을 향해서 욕을 뱉는 아이들. 집중을 못하고 분노로 차있는 아이들. 이유없이 (우리가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만) 옆의 아이를 때리고 괴롭히는 아이들. 마음이 많이 다쳐있다고 해야하나,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아이들이라고 해야하나.

이 아이들을 맡고있는 선생님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이다. 교직 생활 24년째라는 저자는 좋은 할머니 선생님이 되는게 앞으로의 꿈이라면서 "괜찮아, 그러면서 크는거야. 걱정하지 말아라" 하고 말하는 할머니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선생님이 싫다고 대놓고 말하는 아이에게

 -내가 싫다고? 정말 미안하다.

 -나는 좋았는데 너희는 힘들었구나.

 -욕을 먹는 것보다 욕을 하는 너희가 걱정이다.

 -마음을 보여줘서 고마워.

 -너희 때문에 내 마음도 자란다.

라고 말할수 있는 선생님.

나는 꿈조차 꾸어본 적 없는 선생님이다.

아이들에게 질리기는 커녕, '이 아이들을 모두 내 팬으로 만들어야지.' 생각했다는 저자는 아이들을 그토록 사랑했을까, 아니면 그것도 일종의 고집이고 욕심일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가정이든 학교든, 한 아이를 제대로 잘 키워낸다는 것은 그냥 되는게 아니라는 걸 또 깨닫는다. 자연 속에서,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놔두어 키우면 그것이 최선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그럼 아이에 대한 관심과 교육의 눈길을 떼지 않고 부족함 없이 키우는 것이 더 나을까? 그것도 아닐 것이다. 마치 흰색과 검은 색 사이, 경계를 나눌 수 없는 색의 그라데이션 속에서 어디까지를 흰색, 회색, 검은색으로 나눌까 정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다듬어지지 않고 열등감과 분노와 다른 사람에 대한 불신을 안고 사는 아이들도 안되었고, 그 아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껴안고 가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그냥 흐뭇해할 수도 없다. 나 같은 사람은 그냥 조용히 입다물고 있는게 낫겠다는 생각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껴안아 주는 선생님. 그 '괜찮아'가 단순히 말치레가 아닐때 그것은 힘을 가지고 효과를 나타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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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10-2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어쩌면 지금도) 선생님을 꿈꾸었던 저는 그런 상상을 많이 했어요. 반 아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인간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는 내 모습을요. 그런데 요즘 내가 선생님이 된다면... 생각해보면, 매일 교무실 책상에 엎드려 우는 모습이 떠올라요. 내가 되고 싶은 선생님과 뜻대로 되지 않는 마음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말이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학교의 역할은 중요해지고 또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가정과 학교, 정말 중요한 환경인데 말이에요.

한 번쯤은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저도 hnine님처럼 그냥 조용히 입다물고 있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조금 더 크지만요. 그게 어울릴 것 같기도 하지만, 꿈꾸는 건 또 다르네요. 잘 읽고 가요 :)

hnine 2012-10-22 20:22   좋아요 0 | URL
굳이 선생님이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나중에 자식이 생기면 선생님의 고충을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가르치고 기른다는 것은 공통적이고 또 기본이 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선생님들은 정말 훌륭한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눈물 먼저 나올 상황에서도 눈물을 삼키고 당장 내가 해야할 일을 해내야 하는 직업...제 친구 중에도 그런 고민들 플러스 이런 저런 이유들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교사직을 그만 둔 친구가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꿋꿋이 오늘도 본분을 다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실 것이고, 아마 책 한권 이상의 이야기들이 가슴 속에 가득하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