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트라우마라는 말이 흔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심리학이 그만큼 대중과 친해졌다는 의미일까. 어쨌든 트라우마를 알기 이전에는 문제시하지 않던 것들이 트라우마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새삼 큰 문젯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과거의 경험이 축적되지 않은 현재의 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의 상처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과거의 어떤 경험 때문에 발생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모두들 과거에 얻은 트라우마로 인해 현재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여기며 과거만 들여다본다.-105쪽
과거는 길고 깊은 시간의 늪이다. 그 과거에서 원인을 찾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쉽고 안전하다. 과거 속에는 우리가 겪는 수많은 문제를 그럴듯하게 설명해주는 모든 것이 잠자고 있다. 우리는 과거를 헤집어 그럴싸한 것을 꺼내들고 "아, 바로 너 때문이었어. 네가 이렇게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데 내가 뭘 어찌할 수 있겠니?" 한다. 기가 막힌 핑계거리를 찾아내 트라우마한테 덮어씌우는 거다.-106쪽
이혼 가정의 아이들은 문제아가 된다거나 부모처럼 이혼하게 된다는 식의 통념은 트라우마를 모든 이의 경우에 확대 적용한 것이다. 부모의 이혼은 나를 만드는 수많은 환경 중 하나일 뿐이다.
과거의 상처를 찾아내 약을 바르고 치유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상처만 들여다보면서 '이것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다'고 징징대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과거의 경험은 나를 키워온 수많은 것들의 일부분일 뿐이다.-107쪽
아인슈타인은 "같은 일을, 같은 방법으로 계속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하는 사람은 정신병자"라고 말했다.-149쪽
똑똑한(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왜 나쁜 남자에게 끌릴까
누구에게나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또한 누구에게나 숨은 열등감이 있다. 나쁜 남자는 똑똑한 여자들의 그런 부분을 자극한다. 숨겨둔 열등감을 찾아내 아프도록 찌른다. 똑똑한 여자는 자신이 숨겨둔 열등감, 부족한 부분을 알아챈 남자에게 이끌린다. 여태까지 그런 남자는 없었다는 게 이유다. 똑똑한 여자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알아낸 남자에게 헌신한다. 헌신하면 헌신짝된다고 아무리 뜯어말려도 듣지 않는다. 이미 자기 자신을 똑똑한 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152쪽
도대체 어딜 가야 내 짝이 누구라는 걸 확실히 집어줄까? 결혼이라는 중대한 일을 내 감정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하루에도 열 두번씩 바뀌는 내 마음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래서 점집을 찾아가는 행렬은 끊이지 않는다.
내 인생을 귀신같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은 점쟁이가 아니라 바로 나다. 그런데 왜 점쟁이한테 내 인생을 묻는 걸까?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는 심정으로 여기에 묻고 저기에 묻는 거다. 그러나 나 아닌 그 누구도 내 짝에 대해, 내 결혼에 대해 절실하지 않다. 내 인생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점쟁이는 아플 게 없다. 아픈 건 나다. 나와 마주앉은 시간 동안 점쟁이의 관심은 온통 복채에 가 있다. 복채 3만원에 내 인생이 오락가락 길을 잃고 점쟁이의 말에 얹혀간다.-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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