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우 구해서 듣고 있는 CD.
영화 The Hours 의 OST인데 언젠가 라디오에서 듣고 잊혀지지 않았다.
차분하게 일할 때 들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구입했는데, 세상에.
'피아노 선율이 이렇게까지 우울할 수도 있구나'
확실하게 알려준다.
내가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우울한 인물을 묘사할때 이 CD 음악을 틀어놓고 쓰겠다는 생각까지 한다.
그나 저나 이 영화 음악은 이렇게 나와 며칠을 함께 하고 있는데, 정작 이 영화는 아직 못 봤다.
음악만큼, 아니 음악보다 더 우울할까?
올해를 며칠 남겨두지 않고,
그전에 마칠 일에 몰두할 수 있어서 좋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그 내용을 읽기도 전에 마음이 철렁했던 이유는, 그 말에 당시 나의 마음 상태가 다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대 아직도 사랑을 꿈꾸고 있는가, 그대 아직도 성공을 꿈꾸고 있는가, 그대 아직도 보랏빛 미래를 꿈꾸고 있는가, 그대 아직도 완벽한 인간이 되기를 꿈꾸고 있는가, 그대 아직도 명예를 꿈꾸고 있는가.
즉, 인간이 꿈꾸고 있는 모든 것은 부질없다는 말 아니겠는가?
나는 더 이상 꿈꾸지 않는다.
꿈꾸는 대신, 그냥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한다. 마음에 들거나, 또는 그렇지 않을 때라도. 포기하지 않고 잘 부둥켜 안고 살려고 노력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꿈꾸며 살때보다 특별히 더 허무하거나 맹숭맹숭하지도 않다. 덜 행복한 것도 아니다.
어차피 산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니, 오히려 가끔 그 쓸쓸함에서 벗어날 때를 예외의 경우로 생각하고 기뻐할 일이다.
오늘 아침에도 눈을 뜨고 사과를 찾아 냉장고 문을 열며 생각했다.
또 하루가 주어졌구나. 선물같이 주어졌구나.
불평하지 말고 무던하게, 꿋꿋하게 살아내야지.
"12시까지는 엄마 일하게 방해하지 말으렴."
아침상 설겆이를 마친 후 남편 배웅을 하고, 아이에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방해하지 말라고 했지만 크게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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