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땅끝으로 간다 아름다운 청소년 4
이성숙 지음 / 별숲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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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정도 나이 되는 아이들 넷이 모여서 땅끝 마을로 여행을 간다. 관광 목적은 아니고 죽으러 가는 길.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난 이들은 나름의 어떤 이유때문에 삶을 포기하려 한다는 공통점으로 만난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아이들이 같은 목적 한가지로 약속 장소에 모인다. 그리고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이 어린 아이들이.  

'우리는 ~로 간다'는 제목. 좀 더 참신한 제목이었으면 좋았을 것이 다. 비슷한 제목에 독자들이 이미 익숙하다는 것 외에도 제목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너무 많이 드러내보인다. 읽기 시작할 때 이야기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떨어뜨린다. 글의 중반까지 정말 그랬다. 부모와의 원만한 관계 맺기가 안되고 있는 아이,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이, 성정체성으로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한 아이, 외계인과 접선을 해야한다는 아이. 이런 설정 역시 새롭지는 않다. 땅끝 마을로 가는 길에 생겨나는 소소한 에피소드 역시 놀라울 일 없이, 무난하게 진행된다.  

금방 읽을 수도 있는 분량의 책을 지지부진하고 있다가 중반을 넘어,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건 나중에 밝혀진다) 여자 아이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고 기절하여, 마을의 침 놓는 할아버지 댁에 잠시 머무르는 대목부터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전 내용은 너무 공식대로 진행되는 듯 하다가 여기 부터는 그래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다행이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 여자아이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1번부터 100번까지 쓴다. 사실은 살고 싶었고 하고 싶은 일이 아주 많았던 것. 매사에 시큰둥, 날선 반응만 보이던 남자 아이 기한이 사이에 따뜻한 감정이 흐르기 시작하고, 기한이 집안의 모르던 사실이 밝혀지고, 마음이 달라지고 계획이 달라진다. 

글이 시작되기 전에 작가는 미리 말한다.

   
  철없던 어린 시절 삶을 포기하려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지금, 마흔 다섯의 나이로
그 시절 외로움에 아파하던 제 자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살아 줘서 고맙다고.
참으로 고맙다고.
더불어,
절망 속에서도
살아 있기에 아름다운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라고.

끝까지 갔으면 그 지점이 곧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도 있음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누구에겐들 없으랴. 이렇게 길을 나서볼 수도 있고, 평소에 안가던 곳을 가보고, 안하던 행동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움직임은 곧 죽으려는 움직임이 아니라 살려는 움직임이다.
안정된 구성, 작가의 목소리가 분명한 것은 좋았으나 좀 더 독창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방송작가 출신의 작가라니 어딘가 좀 다른,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기대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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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1-11-29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 주어 고마운 사랑을 살포시 담는다면
어느 문학이든 참 아름다우리라 믿어요.

hnine 2011-11-30 06:56   좋아요 0 | URL
저자를 직접 한번 뵌 적이 있는데 활달하고 잘 웃고 말씀도 잘 하셔서 위의 작가의 말을 읽고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든 살다보면 어려운 고비를 넘는다는 것을, 내가 힘든 순간에는 잘 잊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