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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ㅣ 반올림 28
자비에 로랑 쁘띠 지음, 윤예니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10월
평점 :
표지 그림을 본다. 중절모, 신발 자욱, 높은 음자리, 그리고 오선, 저기 M 자를 받치고 있는 것은 지팡이인가?
표지와 제목을 보고 무슨 내용일까 추측을 해보았다. 읽어보니 얼추 비슷하게 맞췄다. 읽거나 보진 않았지만 비슷한 내용의 영화, 책 등이 있는 것으로 안다.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이 있고, 이들을 음악으로 일으켜 세워보려는 입지를 가진 지휘자가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여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여 전문적인 경지는 아니지만 남 앞에서 연주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오케스트라를 이룬다는. 이 책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는 내용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감동이 느껴진다. 엄마, 아빠 귀여움을 받고 자라나야 할 나이의 어린 아이들이 가난과 굶주림과 공포 속에 하루 하루 목숨을 이어가는 상황. 볼리비아라는 나라가 배경이다. 탄광 현장에서 산재로 부모를 잃거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해보고자 노동 운동에 가담했다가 조용히 어디론가 끌려가 죽음을 당하거나, 혹은 자기 부모의 얼굴도, 자기의 나이도 이름도 모르는 아이들. 구두를 닦거나 길거리에서 엽서를 판 돈으로 끼니를 때우고 노상에서 잠을 잔다. 이들을 단속하는 경찰들에 추궁을 당하는 것을 보고 지나가던 한 노신사가 이들을 구해주고 멋진 제안을 한다. 음악실을 갖춘 자기 집으로 아이들을 불러서 각각 원하는 악기를 가르치는 것이다. 조금씩 음악을 배워가는 아이들, 조금씩 음악의 세계에 빠져가는 아이들. 여기까지는 순탄하게 잘 진행되어 가다가 민병대가 군인들에게 돌을 던지며 시위하는 데에 아이들이 가담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어떻게 이 어린 아이들이 서로 돌을 던지고 총을 쏘고 피를 흘리는 시위에 가담할 생각을 했을까. 아버지를 죽게 하고, 어머니마저 죽게 한 그 나라 대통령이 미웠다. 어른들 눈치를 보며 구두를 닦고 엽서를 팔지만 걸리면 가진 것을 몽땅 빼앗겨 그날은 먹지도 못하고 굶어야 하는 생활이 미웠다. 어른들이 대통령에 반대한다고 소리지르며 돌을 던지기에 아이들도 따라서 던졌다. 그 결과 아이들도, 음악도, 할아버지로부터 음악을 배우던 집도 모두 박살이 난다. 아이들의 마지막 희망도 박살이 났을까?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못쓰게 된 악기를 매만지고, 다시 음악을 해볼 수는 없을까, 불타버린 할아버지 집에 와서 어슬렁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음악은 참 대단하구나. 그야말로 먹고 사는데 아무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먹고 살 의지를 갖게 하고 희망을 갖게 하지 않는가?
거리의 부랑아로 떠돌아다니는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는 음악을 가르쳐주는 지휘자 뿐 아니라 아이들의 인생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지휘자, 마에스트로였다.
이야기 자체는 감동적이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비슷한 내용의 작품들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기엔 좀 부족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할아버지가 대통령의 친구이며 이 아이들의 보잘 것 없는 연주를 보러 할아버지 집까지 대통령이 방문을 한다는 설정등이 좀 비현실적인 듯하여 별점은 세개 준다. 옮긴이의 말은 있으나 작가의 말이 없다는 점도 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