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일년 동안 살던 집. 이사가고도 아침 출근 길마다 지나가며 그 집을 보게된다.

이사한지 이제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아직도 빈집인채로 있나보다. 이 더운 날 창문이 꼭 닫혀 있는 것을 보면.

조만간 누군가가 와서 다시 얼마동안을 살다 가겠지.

별로 정을 안 준 집이었다. 열 평 남짓. 오래되고 낡고 허술한 욕실이며 주방이며, 아파트 입구의 청결 상태이며, 늘 불만이 많았던 집.

이 집도 처음에 지어졌을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을텐데, 집의 입장에서 보면 늙고 병들어 가는거다, 한때의 젊고 잘 나가던 시절을 거쳐.

이런 저런 사람들이 들고 나고 하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며 집은 그렇게 낙후되어 가고 있는거다 사람이 나이 들어가듯이.

이런 생각이 들자 문득 서글퍼 진다. 사는 동안 좀더 정을 붙이고 살걸. 낡은 집이지만 쓸고 닦고 친하게 지낼걸. 오래 머물지 않을거란 생각에서 정이 안갔나보다.

106동 301호...구멍가게에 가깝던 같던 현대수퍼마켓, 매일 체육복 차림이던 아래층 그 아저씨, 청소를 도와주시던 옆계단 할머니,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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