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 - 창의.다양.여유를 배운다 양철북 청소년 교양 8
이하영 지음 / 양철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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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1~2년 동안 다른 나라에서 살 기회가 생긴다면 어느 나라에 가서 살아보고 싶은가?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미국은 제외 1순위. 잘은 못해도 최소한 영어가 통하는 나라여야 사는데 덜 불편할 것 같아서 일단 유럽의 여기 저기를 기웃거려본다. 유럽은 어느 나라를 선택하든 그 나라 외의 다른 유럽의 여러 국가를 다녀보기 좋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어가 통하면서 우리와 많이 다른 문화와 사고 방식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아주 거기 눌러 앉아 사는 것만 아니라면 잠시 살아보기에 좋겠다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박 수영의 <스톡홀름, 오후 2시의 기억>를 읽으며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사회주의 국가 스웨덴.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와 참 많이 다른 사회라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호, 불호를 말하기에 섣부른, 그저 관심의 단계였을 뿐, 더 알아볼 기회를 찾고 있던 중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어른의 관점이 아닌, 열 다섯 살 여학생의 눈으로 본 스웨덴은 어땠을까. 

이 책의 저자 이 하영 양은 이 책이 나올 당시, 그러니까 2008년에 우리 나이로 열 다섯 살. 우리 나라로 치면 중학교 2학년이었다.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미국을 거쳐 스웨덴으로 이주하여 스톡홀름에 있는 에즈베리 학교 8학년에 재학 중이던 때에 이 책을 썼다. 미국에서 이미 해외 거주 경험을 겪어보았던 하영 양 임에도 스웨덴은 참 많이 생소한 나라였다. 언어가 다른 것은 그나마 영어가 웬만큼 통하니 문제가 덜 되었는데, 도대체 공부를 시킬 생각이 없어 보이는 학교 생활은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수업 시간보다 더 긴 쉬는 시간, 시험이라곤 거의 없고 시험을 봐도 등수가 매겨지지 않으니 누구도 신경을 크게 쓰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 소식에 관한 토론 수업이 있어서 베이징 올림픽과 티베트 사태, 환율 변동 같은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고 또 어느 주는 스웨덴의 유명한 과학자와 발명가들을 주제로 토론을 하는 학교. 30분이나 되는 쉬는 시간에 교실에 남아있고 싶어도 신선한 공기를 쐬어야 한다며 밖으로 다 내보낸다는 학교. 방과 후 학원이나 과외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축구장에 가서 축구를 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나라. 우리 나라 중학생들의 생활을 아는 저자에게 이런 것들이 얼마나 생소하겠는가.  

장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우리 나라 학생들은 그 직종이 몇가지 안에서 다 나오는 반면 스웨덴 학생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다양한 직업들을 말한다고 한다. 버스 운전사, 스튜어디스, 경찰, 사진사, 농부, 수의사, 건축가, 디자이너, 드럼 연주가, 무용수 등등.
참고로 스웨덴에서는 교사와 의사는 직업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계속 일하기 어려울 만큼 댓가가 적기 때문에 수입을 중요시 한다면 선택하지 않을 직업이라는 것.  

제일 놀라웠던 것은 스웨덴의 고등학교 프로그램이었다. 대학 진학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당장 직업 전선에 뛰어들수 있도록 교과 과정이 매우 다양하게 세분화되어 있는데 이것이 그야말로 '전공'인 셈이다. 몇가지 공통 과목 외에 스웨덴 고등학교들이 제공하고 있는 프로그램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어린이와 여가 프로그램
-건축 프로그램
-전기 프로그램
-에너지 프로그램
-예술 프로그램
-탈것 프로그램
-상업과 경영 프로그램
-손작업 프로그램
-호텔과 레스토랑 프로그램
-산업/공업 프로그램
-과학 프로그램
-자연 프로그램
-미디어 프로그램
-사회학 프로그램
-간병, 간호, 보육 프로그램
등등.
자신이 직업으로 하고 싶은 분야에 따라 프로그램을 정할 수 있게 되어 있어, 거의 모든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고, 수능을 잘 보고 유명한 대학을 가기 위한 과정으로 전락한 우리 나라 고등학교 교육과는 기본부터 다르게 실질적인 교육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간판을 보고 일단 입학했기에 대학생이 되어 자기 적성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며 방황하고, 따로 학원엘 다닌다, 자격증을 딴다, 스펙을 갖춘다 하며 이중 생활을 해야하는 우리 나라 대학생들의 현실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물론 스웨덴의 모든 시스템이 한국보다 나았다는 것은 아니다. 일요일이면 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경찰서라든지, 비싼 교통 요금, 우리 나라에 비해 너무나 천천히 돌아가는 행정 관료 체계 등.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는 것은 미국이 아닌 다른 유럽 국가를 가보면 많이들 느끼는 것인가보다. 중국, 일본과 구분 못하고 그나마 한국을 아는 사람이라면 남한에서 왔는지 북한에서 왔는지 부터 물어보는 사람들.
스웨덴 인구가 2008년 당시 1000만 정도란다. 우리 나라의 서울만 해도 인구가 몇이더라? 역사, 문화 외에도 현재 사회 구조가 참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열 다섯 살 나이에 참 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 스웨덴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먼저 읽은 책 <스톡홀름, 오후 두시의 기억>과 많이 다른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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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3-21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에 살아보면 많은 것들에서 배우고 깨우침을 받고... 좋을 거 같아요.
스웨덴 학교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부러워할 만하군요.^^

hnine 2011-03-22 21:48   좋아요 0 | URL
외국에 가서 아주 살라고 하면 저는 싫을 것 같은데 이렇게 잠시 살아보는 것은 말씀하신대로 값진 경험이 될 것 같아요. 특히 청소년 시기엔 더욱 그렇겠지요. 우리 나라 교육도 입시 위주가 아닌, 이렇게 실질적인 교육이 된다면 좋겠어요.

카스피 2011-03-22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웨덴 고등학교에 대한 TV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는데 정말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천국같은 곳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hnine 2011-03-23 06:2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공부를 무척 좋아하는 학생이라서, 그런 스웨덴의 학교를 꼭 천국처럼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