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라 그리고 로사 그리고...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9
벌리 도허티 지음, 고수미 옮김 / 대교출판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괜찮은 구성이다. 각각 다른 지점에서 출발한 두개의 스토리가 하나로 만나는 결말. 그 한 스토리는 영국의 열세살 소녀 로사, 또 하나의 스토리는 탄자니아 출신의 아홉 살 소녀 아벨라이다. 풍족하진 않지만 가족의 사랑 속에서 잘 크고 있던 아벨라는 아버지에 이어 엄마도 에이즈로 잃고 어린 동생도 잃는다. 죽어가는 엄마에게 약이라도 써보게 하기 위해 아홉 살 소녀의 몸으로 엄마를 부축하여 먼거리 버스 여행을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병원에도 약이 없다는 것이 아프리카 빈민국가의 현실이다. 그렇게 엄마를 잃고 위장 결혼하여 영국에 이민가고 싶어하는 삼촌의 계략에 말려 강제로 할머니와 헤어져 아무도 없는 영국에 떨어진 아벨라의 인생은 좌절과 절망의 연속이다. '이제 나에게 행복이란 없다'고 확신해가는 어린 아이의 마음은 치유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비하면 영국의 셰필드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로사는 행복하다. 책의 중간 쯤에 가서야 알게 되지만 로사의 엄마는 백인, 하지만 로사는 흑인 아버지를 둔 혼혈이다. 탄자니아 출신 아버지가 영국에서의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간 후 혼자서 로사를 키우지만 로사의 엄마는 긍정적이고 사랑이 넘치는 품성을 지닌 사람이어서 언제나 남을 도울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가 로사에게 입양을 하고 싶어하는 엄마의 생각을 꺼내는데, 처음에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반대하던 로사의 마음이 서서히 움직여 간다. 책의 300여 쪽이 거의 다 넘어갈 무렵에 영국의 소녀 로사와 탄자니아의 소녀 아벨라가 만나게 되기 까지 그 여정이 짧지 않다. 하지만 허술하지 않고 짜임새 있게 작가가 이야기를 잘 이끌어나가고 있어 읽기에 수월했고 흥미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실제로 작가는 이 책을 위해 탄자니아로 날라 가서 그 곳 사람들의 생활을 직접 조사했다고 한다. 실제 그 곳 출신의 아이를 모델로 하여 이야기 구상을 하게 되었다니 이 책이 어색한데 없이 자연스럽게 읽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셈이다.
몇 년 전 입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나의 생각이 어설프게 들렸기 때문일까? 듣는 그 누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이 없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도 마음 어느 한 켠에 쭉 밀어놓고 있던 것이 이 책을 읽으며 다시 고개를 들으며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사랑과 보호 속에서 커야할 아이들이 사랑과 보호가 아니라 무방비와 무관심, 애정의 결핍 속에 방치 되어, 그렇게 절망과 결핍을 배우며 자라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안좋다. 내가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뭔가 내가 할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에이즈에 걸려서도 약 한번 못써보고 죽어가는 상황, 그렇게 부모를 모두 잃은 아홉 살 어린 아이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국가. 왜 이 세계는 이렇게도 불공평한 것인지, 새삼 마음을 무겁게 한다. 작가는 그것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으리라. 뉴스가 아닌 스토리로 우리가 모르는 삶을 세상에 알리고 관심을 돌리게 하고 싶었으리라.
불공평, 불균등, 무지와 이기심, 이런 것들이 우위를 다 차지하고 있는 세상을 살고 있는가. 로사의 엄마 같이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도 버티고 있음을 자꾸 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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