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어린이책과 어린이책 관련 도서를 읽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달에 내가 읽어가기로 한 책 두 권은 '배경' 관련 어린이책 목록에서 손연자 작가의 <까망머리 주디>, 그리고 '플롯' 관련 목록에서는 송재찬 작가의 <무서운 학교 무서운 아이들>이었다.
송 재찬 저 <무서운 학교 무서운 아이들>
난 내 아이에게도 그렇고 가끔 조카 아이들도 만나면 '학교 다니는 거 재미있니?' 라고 물어보길 좋아한다. 시험도 없고 공부 스트레스 없는 학교 덕분에 내 아이는 언제나 학교가 재미있다고 대답하는 반면, 다른 아이들은 그냥 그래요, 그저 그래요, 또는 재미없다고 대답하는 것을 많이 본다. 왜 재미가 없냐고 물어보면 몰라요, 그냥요, 심지어는 공부 할 것이 너무 많아 학년 올라가는 것이 별로 기쁘지 않다고 대답하는 2학년 조카도 있다. 대신 이 또래 여자 아이들은 친구 사귀기에 한참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친구들로부터 얼마나 인기가 많은가, 어떻게 하면 인기가 좋을 수 있는가, 그런 얘기를 자주 한다고 한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로 있던 저자가 <늑대와 사냥꾼>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던 것을 2001년에 푸른책들에서 제목을 바꿔 다시 나온 것이다. 제목에서 연상될 수도 있겠는데 초등학생들의 '집단따돌림'에 관한 이야기. 아직은 티없고 밝기만 할 것이라 생각되는 초등 학생들 사이에서, 끌려가 폭행을 당하고 돈을 빼앗기고 협박을 당하고, 그 사실을 말 못하고 숨기면서 혼자 괴로와하는 아이들. 1985년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라니 요즘은 어떨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결국 주인공 아이의 용기로 문제가 풀려가기 시작하지만 그건 이 책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실제 상황에서 그렇게 일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반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자기도 직접 당하기도 하면서 오랜 고민 끝에 선생님에게 폭로하기까지, 괴로와하는 아이의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다는 점은 좋았는데 처음부터 너무나 뻔한 이야기에 페이지를 넘겨가는 흥미, 궁금증, 이런 것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어떤 소재에 대해 쓰고 싶다고 생각한 후 그것을 남들이 읽을만한 책으로 내기 위해서는 작가만의 독특한 플롯에 대해 오래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누구도 쓴 적 없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손 연자 저 <까망머리 주디>
이 책도 1998년에 처음 나왔으니 나온지 십년이 넘었는데 내가 읽은 이 책이 2002년 지식산업사에서 나온 9쇄 본이고 지금은 푸른책들에서 새로운 옷을 입고 다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정도면 어린이 책 중 스테디 셀러라고 할 수 있지 않을지.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간 한국 소녀 주디. 좋은 부모를 만나 잘 크고 있지만 자기의 외모가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와 다르다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학교에서 좋아하는 남자아이와 약속 장소에 가면서 예쁘게 보이고 싶어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간 주디를 보자마자 그 남자 아이가 옐로우 멍키라고 대뜸 놀려댄 것. 혼자 집에 돌아와 애써 염색한 머리 카락을 가위로 뭉텅뭉텅 잘라버린다. 친자식이라 생각하고 사랑으로 주디를 키우고 있는 엄마에게도 반항하며 오해의 벽을 쌓아가는 주디. 위의 '무서운 학교 무서운 아이들'에서는 남자 아이의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었다면 이 책에서는 여자 아이의 심리가 아주 잘 묘사되어 있었다. 너무 세세하고 구체적인 묘사가 어린이 심리라고 보기엔 과한 느낌마저 들 만큼. 사실 이 책보다 더 많이 알려진 <마사코의 질문>을 아직 안 읽어봐서 이 작가의 스타일을 잘 모르겠지만 기대하던 만큼 재미가 있거나 작가만의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정도는 아니었다. 적어도 내게는.
입양문제, 정체성 문제, 또 그런 문제들이 해결되어 가는 과정 등이 기존의 책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고 앞으로도 비슷한 책들이 또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 대신, 이런 이야기는 예전에도 읽은 적 없고, 앞으로도 나올 수 없겠다 싶은, 그런 참신한 이야기를 쓰는 것은 이 유명한 작가에게도 쉽지 않은가 보다.
* 이상한 곳
(147쪽 본문 중) 실로폰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맨 앞에 제트는 발음이 안 났다.
실로폰의 철자는 xylophone. 맨 앞에 제트라니?

클로드 콩베, 티에리 르페브르 저
<달콤한 에너지 설탕>
주니어 김영사의 어린이 지식 정보책을 요즘 많이 접하게 된다. 우연인지, 아니면 워낙 이런 쪽 책에 관심이 많은 출판사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읽어보려고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았는데 아이가 집어들더니 먼저 읽는다. 제목처럼 달콤해보여서 였을까?
'설탕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예요'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데 잠시 혼동이 왔다. 여기서 말하는 설탕이 우리가 음식에 맛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그 백색가루 설탕을 얘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포도당, 젖당 등의 탄수화물, 즉 당류를 일컫는 말인지. 흔히 외국에서는 당류를 쉬운 말로 sugar라고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하는 설탕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는 아니다. 위의 문장의 설탕은 당류로 바꿔써야 옳다.
책의 목적에 맞게 설탕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설탕이란 단어의 유래, 설탕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우리 몸 속에 들어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 설탕을 가지고 어떤 기상 천외한 것들을 만들수 있는지, 직접 설탕 가지고 해보는 요리법, 그리고 우리말 번역본으로 나오면서 첨가되어 들어갔을 우리 나라 전통 당류에 대한 짤막 상식도 좋았다. 당분이 하는 역할을 얘기하면서 '칼로리'가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이 책을 읽더니 아이가 금방 배우게 된 용어이다. 아마 내가 설명을 해야 했다면 이렇게 쉽고 빠르게 아이에게 전달시킬 수 있었을까? 책 맨 뒤의 설탕에 관한 퀴즈까지 기획 만점. 먼저 읽고는 이런 것 알았냐면서 나에게 읽은 내용을 아이가 얘기해주는 것을 듣는 즐거움도 누렸다. 번역에서 발견되는 헛점과 오자들이 눈에 거슬리지만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랬다.
* 이해가 안되는 문장
(25쪽 본문 중) 꿀은 꿀벌이 초록의 꿀샘에서 분비된 꽃의 꿀을 채취하고 이것을 벌집으로 운반하여 숙성시킨 액체 감미료예요.
'초록의 꿀샘에서 분비된 꽃의 꿀'이라니, 여기서 초록의 꿀샘이란 어디에 있는 것을 말하나? 꽃? 벌? 번역이 엉킨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