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스토리텔링 - 아이 두뇌와 상상력이 쑥쑥 자라는 이야기 만들기 23
로니 M. 콜 지음, 한현숙 옮김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아마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아이를 옆에 누이고 자장자장 하면서 옛날 얘기를 들려준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거의 매일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면 결국 알고 있는 이야기도 동이 나고 급기야는 즉석에서 창작을 해주기에 이르는 경험도 아마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그런 경험들이 떠올라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원제는 Creating bedtime stories for your children. 즉 '잠자는 아이에게 이야기를 지어 들려주세요' 의 뜻이라고 하겠다.
저자 소개글 중의 이 책의 의도를 보면 다음과 같다.
공부도 놀이도 재미있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말은, 비록 자녀가 걱정되어 하는 말일지라도 건조하고 재미없는 잔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저자도 부모가 아이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모든 가치관을 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달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그리고 그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스토리텔링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스토리텔링은 일방적인 행위일 것 같지만 이 책에서 제시한 방법은 소통의 과정이었다. 아이들의 생각을 주시하고,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아이들의 느낌에 귀기울이는 소통의 과정.

저자가 말하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조언 중 읽으면서 밑줄 그은 부분을 정리해본다.
- 주위의 사물이나 동.식물을 의인화 시켜본다
-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진정으로 뛰어넘고자 하는 목표와 야망을 그 인물에 부여해본다.
예. 날아오르기를 꿈꾸는 벌레, 발레를 하고 싶은 고래, 사랑에 빠지고 싶은 로봇
- 일관된 성격의 인물, 인물들과의 관계에 주의한다. 이들이 일관되지 않은 행동을 할 때에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 이왕이면 긍정적이고 행복한 내용을 만들어라.
- 이야기에 대한 아이의 의견을 반영하라. 그 아이디어가 파괴적이며 부적당한 것일지라도 창피를 주거나 비판부터 하지 말고, 차분하게 그러한 생각의 뿌리를 들추어내도록 이야기를 유도해본다. 그리고 왜 그러한 생각이 파괴적이고 부적당한 것인지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 아이들을 이야기에 참여시키는 것이 좋은 이유  
      1. 창의력을 높인다.
      2. 유대감이 형성된다.
      3. 결정내리기 훈련의 기회가 된다.
- 이야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것을 아이들에게 생동감있게 전달하기 위해 머리 속에서 시각화 하는 것에 익숙해지라.

막상 해보면 이야기를 즉석에서 만들어낸다는 것에 우리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시작한지 3분도 안되어 깨닫고는 좌절하기 일쑤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뭔가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 즉 창의적인 활동에 취약하다는 얘기를 또 안할 수가 없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 세대라는 말과 함께.
그렇다면 우리 다음 세대에는 이것을 계속 취약점으로 물려줘서는 안될텐데 말이다.

'칙칙폭폭 기차가 달려가고 있었어.' 이렇게 얘기를 지어내기 시작했다고 해보자. '산도 지나고 들도 지나고 신나게 소리를 내면서 열심히 달리고 있었지......' 어디를 가고 있는지, 누가 타고 있는지, 아이들은 일단 그런 것들이 궁금할 것이다. '이 기차는 아무나 탈 수 있는 기차가 아니란다. 기차에 태울 사람을 기차가 선택해서 태우는, 보통 기차와는 다른 이상한 기차였거든.' 이렇게 이야기를 꾸며갈까? 아니면 '이 기차에 태워진 사람들도 기차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지. 어딘가 아무나 갈 수 없는, 멋진 곳으로 데려간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이야.'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나면 어딘지 좀 허황되게 들리거나 괴기스럽게 들릴까, 슬쩍 염려가 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 책에서 예로 들어놓은 스토리를 줄여서 옮겨보자. 허황되지 않고 뜬금없지 않으면서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기차가 칙칙폭폭 달려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가다보니 하늘이 없어져 버렸어요. 위를 올려다보았지만 멀리까지 뻗어있는 거대한 육각형 물체만 보이는거예요. 기차는 깊은 계곡 속에 있었던 것이죠. 한참 동안 달려 막다른 길에 이르게 되었어요. 도대체 여기가 어디일까요? 다른 쪽으로 방향을 돌려보았지만 역시 그곳도 똑같았어요. 완전히 갇힌거예요. 그래서 기차는 마법의 가루를 꺼내 뿌리고는 위로 날아오르기 시작했어요. 마침내 계곡 위로 떠올랐을 때 아래로 거대한 회색과 갈색의 고원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그때 거대한 모기가 그 곁을 날아갔어요. 날개폭이 어찌나 크던지 100미터는 되어 보였어요. 아, 이 기차가 그만 실수로 작아지는 마법의 가루를 뿌렸음에 들림없네요. 이 기차가 지금 어디 있는건지 혹시 알아맞춰 볼 수 있겠어요?' (91, 92쪽 요약)
답은 '침대 밑'이란다. 아이가 지금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 그 침대 밑인것이다.  기차가 부딪힌 커다란 육각형 모양은 침대 매트리스의 아랫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잠을 유도할수 있는 효과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 한 동화작가가 어떻게 해서 동화작가가 되었는지에 대해, 아이를 키우면서 항상 이야기를 해달라는 자기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다보니 동화작가의 꿈으로까지 연결되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하나의 이야기를 지어낸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신이 날 수도 있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책 자체는 나름대로 알차고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는데 아무리 너그럽게 봐주려고 해도 봐줄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오자는 물론이고 편집 오류가 너무나 많이, 교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출판이 되었다는 것이다. '~했어요'와 '~했습니다.', '~했다' 가 번갈아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리 봐도 앞뒤가 연결되지 않는 문장의 원문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아쉽지만 이 책의 별점을 세개만 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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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1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9-03 08:37   좋아요 0 | URL
예, 금방 읽히더군요. 스토리텔링에 관한 책을 지루하게 쓰진 않을테니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왜 비밀글로??)

2010-09-03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